24억 주고 산 아파트에 사는데..아침마다 벌벌 떱니다

조회수 2021. 3. 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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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 엘시티에선 강풍에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 최고 매매가를 자랑한다는 이곳은 65평 기준 매매가만 28억에 달한다. 높은 가격과 전망으로 유명한 고층 아파트지만 주민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하자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유리창이 깨진 이후 엘시티에선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되었다. 국민 청원 사이트에까지 등장한 승강기 문제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직원이 수동으로 문 닫아야
바람으로 엄청난 소음까지

2019년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엘시티. 이곳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표현했다. 승강기 근처에 직원이 배치되어 수동으로 문을 닫아야만 운행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또, 무려 101층이나 되는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바람으로 인한 엄청난 소음까지 들려왔다.


승강기로 인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건 부산 엘시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산 S 오피스텔 역시 최근 몇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었다는 실거주자의 제보가 있었다. 위례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승강기 20대가 2년간 총 736건의 고장이 발생하였다. 문이 열린 채로 승강기가 움직이고 운행을 멈췄다 갑자기 위로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시공사 '연돌 효과' 꼽아
주먹구구식 점검으로 문제 발생

그렇다면 승강기 사용이 필수인 고층 아파트, 오피스텔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엘시티의 시공사에서는 '연돌 효과'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건물이 워낙 높다 보니 위층, 아래층의 내외부 온도와 기압 차로 인해 문제 발생하는 것이었다. 강한 바람의 압력으로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고 바람 소음이 심해졌다는 것이 시공사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설계보다 연돌 저감을 위한 창호 200여 개를 추가 설치했다며 승강기 안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승강기는 법률에 따라 정기적인 유지 검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는 일부 단지들에선 주먹구구식 점검을 진행하는데 30분 정도로 짧게 점검을 진행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엘리베이터 설치 시 탑승 공간 이외에 부품, 기계 설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입주민의 민원에도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시공사,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많았다. 기계적 결함, 설치 시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한 것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인 설명 불가'를 앞세워 주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제조사, 시공사측 문제일 확률 ↑
승강기 교체 비용 논쟁 벌어져

신축 아파트 승강기라면 제조사, 시공사 측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오래된 단지 내의 승강기는 그만큼 연식이 오래되어 고장이 잦아진다. 특히 중대 사고나 고장이 발생한 승강기, 설치 검사를 받은 지 15년이 지난 노후 승강기는 3년마다 정기적으로 정밀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시기를 놓치거나 승강기 교체 비용을 두고 입주민들끼리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얼마 전 승강기 교체 비용과 관련해서 입주민끼리 의견 차이가 벌어진 한 아파트가 있다. 이에 1, 2층 입주민들이 다른 층 주민들과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에선 해당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없어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 간접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 역시 3층에 비해 낮은 빈도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수선충당금(아파트 보수를 위해 적립하는 돈) 인상분 부담을 입주자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 역시 소수인 1,2층 주민들 입장에서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선호하지 않는 입주민들
아파트 가치 떨어뜨린다는 이유

엘시티와 같이 매매가가 높은 일부 고급 아파트에선 하자가 공론화되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집값은 물론 세입자 이탈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아파트 하자가 발견되었다는 커뮤니티 게시글, 기사 등에 "글을 내려달라",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글이다" 등의 지적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하자가 공론화되기보단 시공사와 조용히 합의해 하자가 처리되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엘시티와 마찬가지로 부산 해운대에 지어진 동백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고급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2019년 해당 아파트 350세대 중 200세대 이상에서 누수로 인한 곰팡이 피해를 호소했다. 천장, 벽면 곰팡이는 물론 거실에 물이 올라와 바닥이 까맣게 변한것인데 이에 입주자들은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 문제 공론화에 나서며 집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두산건설 측에선 자연재해로 인한 부분적 하자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에 난색을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승강기 문제의 경우 성인은 물론 위기 대처 능력이 비교적 부족한 유아, 아동에게 있어 치명적일 수 있어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렇게 승강기 하자 이외에도 주거 공간의 각종 하자 문제들은 주민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보단 확실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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