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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으로 유명했던 '53억짜리 빌딩', 7년 지난 지금은?

조회수 2021. 1. 2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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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리쌍이 건물주 반열에 올랐다. 길과 개리는 공동명의로 가로수길에 위치한 빌딩을 53억 원에 매입했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건물로, 1990년대 초 지어진 낡은 건물이지만 길모퉁이에 위치해 임대 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실제로 매입 당시 빌딩에는 이미 커피점과 음식점이 입점한 상태였다. 그런데 두 사람의 빌딩이 갑작스러운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화제의 중심이었던 리쌍 빌딩 사태 이후, 해당 건물은 과연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그 근황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서 씨는 자신과 유사한 피해를 입은 임차인과 모임을 결성해 임대차 보호법의 문제를 꼬집었다.

논란은 이전 건물주와 임차인과의 계약에서 비롯되었다. 리쌍이 빌딩을 매입하기 전 임차인 서 씨는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 씨는 건물주와 월세 300만 원으로 계약을 맺었으나, 건물주의 요구로 월세 200만 원의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 임대차 보호법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 임대 기간도 구두로 5년이라 서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그러나 리쌍이 건물주로 바뀐 2013년 5월, 서 씨는 퇴거 통보를 받게 되었다. 길과 개리가 그들의 건물에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서 씨는 기존 건물주와 5년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대차 계약 1년 뒤 세금명세서상의 임대료를 300만 원으로 변경하면서 환산보증금이 3억 4,000만 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다운 계약서 토대로라면 2억 4,000만 원으로 책정되지만, 실질 임대료 300만 원이 적용되어 환산보증금이 3억 원을 넘고 만다. 임대차 보호법상 환산보증금이 3억 원 이상이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서 씨는 임대 계약 연장에 대한 권리를 잃은 셈이다.


임대차 계약서대로라면 서 씨의 임대 계약 기간은 2012년 10월부로 종료되었다. 서 씨는 퇴거를 거부하였으나, 리쌍이 제기한 명도 소송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승소 이후 리쌍 측에서 서 씨에게 합의금을 명목으로 1억 8,000만 원을 지급하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더불어 서 씨가 빌딩 지하 1층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합의한다. 

분쟁은 곧 다시 시작되었다. 서 씨는 지하 1층은 물론 지상 주차장에서도 영업을 병행했다. 주차장 영업이 단속 대상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이로 인한 법적 책임은 모두 서 씨가 지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신 추후 주차장 용도 변경을 하게 될 시 건물주가 협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단속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서 씨의 주차장 영업은 2013년 10월 철거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 장사를 이어나갔고, 결국 2014년 2월 리쌍의 건물은 위반건축물로 등재되고 만다. 이로 인해 리쌍은 빌딩 리모델링 허가를 취소 받는다.

리쌍 측은 리모델링 진행을 위해 서 씨에게 주차장 영업 중단과 임대차 계약 해지를, 서 씨는 영업 조건이었던 용도 변경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리쌍의 건물 용적률은 185.95%로 최대치인 200%에 다다른 상태였다. 서 씨가 요구하는 단층 건물이 주차장에 들어설 경우 건물 증축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에, 용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다시 한번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문제는 소송으로 번져 나간다. 

법원에서는 리쌍과 서 씨의 소송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소송 과정에서 서 씨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었다. 서 씨가 리쌍의 건물에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법원은 서 씨에게 2번의 퇴고 명령을 내렸고, 이 점이 이행되지 않자 강제 집행까지 진행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듯 보였지만 서 씨는 강제 퇴거 후에도 집회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2017년 3월, 리쌍과 서 씨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해당 사태에 대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는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가치는 여전했다. 2017년 2월 리쌍은 건물 전체를 할리스 커피에 임대하게 된다. 보증금 5억 원에 월세만 2,600만 원으로, 임대 계약 기간이 7년(2024년 4월)이나 되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당시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 인테리어 공사 중인 가게 앞에서 집회가 계속되기도 했다.


임차인을 구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리쌍은 빌딩 매각에도 성공한다. 매매 금액은 95억 원으로, 5년 만에 건물 시세가 42억 원이나 오른 것이다. 수익률 역시 상당하다. 리쌍은 건물을 매입 금액 54억 원에서 38억 원은 대출로 충당했다. 여기에 임차인 보증금 2억 원을 제외하면 수익률은 323%에 달한다. 건물주로서 스트레스는 받았을지라도 투자에는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강제 철거된 서 씨의 가게와 리쌍의 건물

사실 이 빌딩은 갈등 끝 무렵에 90억 원에 매물로 나왔었다. 부정적인 여론에 철회되었지만, 이후 단 몇 개월 만에 95억 원에 거래된 것을 보면 건물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건물은 이면 도로가 교차하는 모퉁이에 위치해 가시성이 매우 뛰어나다.


가로수길 상권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장기 계약 임차인을 보유했기 때문에 당분간 공실 걱정은 없다. 이러한 장점 때문일까. 인근 건물 시세는 평당 1억~1억 5,000만 원 선이지만, 리쌍의 건물은 평당가 1억 6,000만 원에 팔리며 그 가치를 입증해낸다.

리쌍과 임차인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법적 분쟁에 쏟아부었다. 이 과정으로 인해 리쌍은 갑질 건물주라는 오해를 받으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임차인 서 씨 역시 '을질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다행히 원만한 합의를 통해 건물 매각에는 성공했지만, 이때의 감정 소모를 고려하면 그리 값진 투자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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