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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 있는 이상한 조각상들, 굳이 세워두는 이유는 분명했다

조회수 2021. 1. 1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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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큰 건물 앞에 커다란 조각상들이 보이곤 한다. 이 같은 조형물들은 건물의 특색을 살려주는 한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왜 대형건물 앞에는 미술작품이 존재하는 것일까? ‘권장’이 아닌 ‘의무’사항 이라는 일명 1퍼센트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2천여 개의 면으로 만들어져
어벤져스2 촬영지로도 유명

상암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은 MBC 앞에 자리하고 있는 square-M을 들 수 있다. 유영호 작가의 이 조형물은 빨간색 사각 프레임 사이에 두 사람이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빨간색은 MBC의 대표색을 의미하고 막힘없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미디어를 상징한다.


프레임 사이에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손가락은 불과 15cm로 매우 가깝게 맞닿아 있다. 이는 인간과 미디어 세상이 만나기 전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스퀘어-M의 모형은 2천여 개의 면으로 만들어져 밤이 되면 조형물의 면들이 맞닿는 모서리에 빛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어벤져스2에 등장한 상암동 MBC 신사옥과 조형물 스퀘어-M

이 조형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예고편에도 등장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이후 이곳은 해외 관광객들이 서울 방문 시 꼭 들리는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MBC 관계자는 “최첨단 미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진 상암 DMC에서 이곳은 랜드마크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조형물을 가지고 있다”며 “영화 제작진들이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높이 22m, 무게 50톤
조나단 브롭스키가 만든 작품

광화문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한 번쯤은 보게 되는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마치 진격의 거인을 연상케 하는 듯한 이 조형물은 몇 년째 그 자리에서 서서 묵묵히 망치질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 빌딩 앞에 놓여있는 이 조형물은 ‘해머링맨’이라 불린다.


높이 22m에 무게만 50톤에 달하는 이 대형 조각 작품은 미국 출생의 조각가 조나단 보롭스키에 의해 만들어졌다. 조나단 보롭스키가 이 작품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노동자라고 이름 붙여진 3.4m의 나무 조각상이었다. 이후 해당 작품이 철제 작품 시리즈로 나오면서 해머링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출처: 정연재의 워킹서울_서울걷기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설치된 해머링맨

전 세계 11개 도시에 설치되어 있는 해머링맨은 2002년 서울에 세계에서 7번째로 설치됐다.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하루에 10시간 동안 그리고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한다는 해머링맨은 망치질을 통해 노동과 삶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어느덧 설치된 지 약 10년이 되어가는 해머링맨은 명실상부 흥국생명의 명물이자 광화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롯데시티호텔 앞 위치한 조각상
인사가 갖는 평화적 메시지 전해

명동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조형 작품이 있다. 롯데시티호텔 앞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거대한 남자 조각상이다. 위에서도 보았던 스퀘어-M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조형물 역시 유영호 작가의 작품이다. Greeting Man이라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인사를 건네는 작품이다.


유영호 작가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인 ‘인사’가 갖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한국식 인사 모습으로 서울과 호텔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모두 환영하고자 했다.

정중한 모습의 그리팅맨은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으로 푸른색은 평화와 중립을 상징한다. 그리팅맨은 2012년 10월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처음 세워졌지만 유영호 작가가 돈을 모아 이곳에 기증했다. 이어서 그리팅맨은 강원도 양구군 통일기념관 앞, 경기 연천군 옥녀봉에도 세워져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에 정해져 있어
권고가 아닌 '의무'사항

그렇다면 큰 건물 앞에 조형물이 세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물 앞에 조형물을 포함한 그림 등의 예술작품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해진 규모는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인 건물을 의미한다. 또한 동법 제9조 제3항에 의하면 ’미술작품 설치 또는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은 건축 비용의 100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100억짜리 건물 건축 시 약 1억 원의 미술작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2년 처음 만들어진 문화예술진흥법은 처음 시행 시에는 미술작품 설치를 권장하는 정도였지만 1995년 개정을 통해 권장이 아닌 의무로 바뀌게 되었다. 작품은 조형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진, 벽화, 미디어 아트, 분수대, 회화 등 어떤 것이든 평가를 거친 후 설치할 수 있다.


이 법은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적은 작가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미술작품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거리에 활기를 불어 넣고 도시미관을 개선한다는 목적에 맞게 실제로 수준 높은 작품이 만들어져 거리의 수준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출처: 한국경제
늘어나는 건축물 미술작품
거리의 흉물 전락하는 사례도
설치 비용 70% 납부도 가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이 제도에 의해 설치된 작품 건수는 총 15,853점에 달했다. 또한 미술작품에 사용된 금액은 총 1조 1695억 원에 이르고 연평균 300억 규모가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퍼센트라 불리는 문화예술진흥법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무명작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유명 작가들이 이 기회를 독점하거나 인맥을 통한 작품들의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물주 입장에선 원치 않는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이유로 관리가 소홀해지며 거리의 흉물로 전락해 버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2011년에는 문화예술법이 한차례 개정을 겪고 미술작품 설치하는 대신 설치 비용의 70%를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납부된 돈은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에 사용된다고 밝혔으나 2019년에는 납부된 80억의 행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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