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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900억 들여 야심차게 만들었지만..동네주민 산책코스된 곳

조회수 2020. 11. 22.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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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대구삼성창조캠퍼스’가 완공되었다. 이곳은 삼성이 옛 제일모직 터에 900여 원을 투자해 야심 차게 조성한 곳이다. 그런데 ‘삼성창조캠퍼스’에는 삼성이 없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창업 거점으로 육성
삼성 창업신화와도 연관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는 대구 북구 호암로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옛 제일모직 터로도 유명한데,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외관과 당시 여자 기숙사로 쓰이던 건물은 6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문화벤처융합존으로 바뀌었다. 대구시는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와 동대구역 벤처밸리를 일자리와 창업, 문화가 어우러진 창업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왜 이곳이 창업 허브로서 최고의 상징성을 갖춘 곳일까? 이는 삼성의 창업신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3억 원을 번 돈으로 부산에서 제일제당을 설립하였다. 그러고는 1954년 대구에서 제일모직을 세웠다. 당시 국내 최초 여자 종업원 기숙사를 건설하는 등 정원과 휴게실 욕실 등이 곳곳에 조성되었다.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는 이런 삼성의 창업신화와 이병철 회장의 도전정신이 깃든 곳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삼성창조캠퍼스 조성 당시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본받아 대구형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창업 거점이자 삼성의 창업과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산업 관광지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총 4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해

삼성이 900여억 원을 투자해 19개의 건물로 조성된 대구삼성캠퍼스는 대지면적만 9만 199㎡(2만 7천285평), 건물 연면적 4만 3천40㎡(1만 3천20평)의 규모에 달한다. 총 4개의 구역으로 조성된 이곳은 삼성존, 창조경제존, 아틀리에존, 커뮤니티존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성존은 옛 삼성상회를 복원하고 옛 본관 건물은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삼성의 역사와 시간을 보존했다. 창조경제존은 새로운 첨단오피스 4개동으로 이루어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토와 벤처창업기업 30여 개가 입주했다. 또한 과거 여자 기숙사를 리모델링한 아틀리에존과 시민공원과 주민문화센터 공간으로 사용되는 커뮤니티존이 있다.


코로나19로 시들해지긴 했지만 작년에만 해도 창조경제캠퍼스 단지 야외무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스타트업 행사는 물론 책과 관련된 행사, 도시재생 행사 등이 이어졌다. 또한 이곳은 밤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분위기를 자아내어 대구 시민들이 찾는 산책코스로도 유명하다.

지원체계 바뀐 상황
예산도 23% 감소

창업 허브를 꿈꾸며 조성된 곳이지만 정작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담당 부처가 바뀌면서 창업을 육성하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체계가 지역 중견기업과 대학 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18년 예산은 50억 7천만 원으로, 1년 전인 2017년에 비해 23% 감소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이 추진한 사업이 예산과 정책적 관심에서 밀린 탓에 이곳은 ‘삼성 없는 삼성캠퍼스’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동안의 성과도 문제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전국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가운데 시제품 제작 실적에 대구가 꼴찌를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와 신규채용은 8위였고 교육 강연은 11위를 기록했다.


삼성의 역할도 미미했다. 900억 원을 들여 캠퍼스를 조성하였지만 지역센터별 전담 대기업의 기부금에서 대구는 9위에 그치기도 했다. 또한 삼성의 정신을 드러낸다며 건립한 ‘삼성존’도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삼성은 초기에 시설 구축 역할을 했다.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바뀌면서 사업비 조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호암 고택에서 태어난 이건희 회장
'산업화의 길' 시도 꿈틀

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 소식으로 대구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건희 회장은 대구와 70여 년간의 긴 인연을 만들어왔다. 1942년 중구 인교동 호암고택에서 태어난 그는 회장 취임 이후 1996년과 2011년 두 차례 대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병철 회장의 사후 삼성 그룹의 대규모 투자에서 대구가 소외되면서 고향 홀대론에서도 대구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대구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삼성과 대구와의 연을 묶는 ‘산업화의 길’을 만들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교동 옛 삼성상회 터에서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 사이의 1.5km의 길을 조성하자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태어난 호암고택과 삼성상회의 옛터 일대를 보존·복원해 관광자원화하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관광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 이곳은 이전에도 여러 번 시도 단계 무산되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꼭 성공해 삼성그룹의 발원지가 대구시 근대문화의 새로운 관광지가 됐으면 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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