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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와르르..' 숲세권이었던 거제아파트, 태풍때문에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9. 15.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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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반도 동쪽을 할퀴고 간 태풍 ‘하이선’으로 제주와 부산, 경산과 강원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실종 1명·부상 5명에 이재민 124명에 달한다. 주택 100여 동은 침수 또는 파손되는 등 시설 피해도 700건을 넘었다. 폭우와 강풍 탓에 7일 경남 거제 지역 곳곳에서는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이 날 거제시의 한 아파트는 절개지가 무너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절개지 무너져 출입구 덮쳐 토사에 파묻힌 차량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폭우로 거제 아파트는 산사태를 맞았다. 많은 비에 아파트 바로 앞 절개지 산이 흐물흐물 거리다 순식간에 아파트 출입구를 덮친 것이다. 이로 인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3대와 자전거 등이 토사와 수목에 파묻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와 동시에 절개지에서 계속해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뭇가지는 아파트 출입구 입구마저 막아버려 아파트 출입이 통제되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거제시에는 6일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189mm의 비가 퍼부었다.

바로 옆동에 사는 주민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주민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며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토사와 나무는 아파트 현관 앞에까지 들이닥쳐 쑥대밭을 만들었다. 옹벽에 세운 철망이 있었지만 토사를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물처럼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어 입주민들은 천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거제시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난 3일 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며칠 만에 맞이한 강력한 태풍에 의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7일 기준 주민 24명은 임시 대피소로 몸을 옮겼고 거제시는 "복구하는 대로 주민들이 귀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제시 문동동 삼오르네상스 최근 실거래가 7000만 원

태풍 하이선에 의해 피해를 입은 아파트는 거제시 문동동에 위치한 삼오르네상스 아파트이다. 436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는 총 6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매가는 6500~9000만 원을 호가하며 2020년 8월 기준 82㎡ 기준 매매 실거래가는 7000만 원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2004년 준공된 삼오르네상스 아파트는 삼오종합건설주식회사에서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적률은 192%, 건폐율은 16%이다. 최근 건설사에서는 더블역세권, 역세권, 학사권 등을 강조하며 아파트를 홍보한다. 여기에 더불어 숲세권 아파트라는 점고 부각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부지가 부족하다 보니 숲을 일부 없앤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는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그렇지만 숲세권 아파트는 비나 많이 오거나 태풍이 많이 오는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고 입주민들은 전했다.


도로를 내거나 시설물 건축 위에 산을 깎아 놓은 비탈진 곳을 절개지라고 하는데 숲세권 아파트의 경우, 절개지의 붕괴 위험에 늘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이번 거제 아파트의 경우 1층은 집이 박살 난 곳도 있고 엘리베이터는 일부 부서졌다. 전문가들은 다시 한번 자연 앞에서 사람은 무기력하다는 걸 상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산사태 취약한 지형 도로 절개지 주변 위험 안전 유의

폭우가 쏟아지면 소리 없이 찾아오는 산사태에 곳곳에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내곤 한다. 우리 전 국토의 2/3 정도가 산사태 위험 노출된 자연지형을 감안하여 공사 단계부터 안전조치가 절실하다고 10년부터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왔다.


폭우에 엄청난 토사가 내려와 고속도로가 마비되는 일은 뉴스에 매년 나올 정도로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질과 지형상 산사태에 취약한데다 도로 절개지 주변은 산사태 위험이 배가 돼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절개지와 성토사면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환경에 대한 사전조사가 미흡해 산사태를 키우고 잇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지질 등 정밀 사전조사와 함께 안전한 사후관리가 병행돼야 매년 되풀이되는 산림재해를 줄일 수 있다”며 분석했다.

낙석 방지망 없는 곳도 흔해 소유자 동의 없어 설치 강제 못하는 일도

2016년에는 거제의 한 아파트에서 뒷산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단잠을 자던 주민들은 아파트를 뒤흔드는 진동에 깜짝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넉 달 전 옹벽이 무너졌던 곳을 그대로 두었다가 화를 키운 것이라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무너져내린 옹벽을 다시 세우지 않은 채, 산비탈에 시멘트를 뿌리는 등 응급조치만 하다 일이 커진 것이라도 관계자들 또한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시공 전문업자는 “무너진 걸 보니 도면하고 시공을 다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뜯어보니 엉망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아파트 뒤편 급경사지의 돌이 무너져내리는 사고도 있었다. 낙석방지망을 뚫고 떨어져 철제 울타리까지 부서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급경사를 끼고 있지만 아파트 뒤편에 낙석 방지망이 없는 곳은 흔하다. 같은 산이지만 땅 소유주가 달라 낙석 방지망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입모아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와 인접한 급경사지에도 낙석 방지용 울타리가 없는 곳도 많다. 700곳이 넘는 부산의 급경사지 가운데 사유지는 400곳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에 대해 “사유지에 관해서는 강제적으로 설치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들은 답하였다.

사유지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동의를 안 할 경우, 사업 진행이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낙석이 여러 번 발생해 붕괴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자치단체가 사유지라도 직접 낙석 방지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낙석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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