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에 문 닫아 좋겠다고요 그후엔 헬게이트 열립니다

조회수 2020. 8. 25. 1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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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킹이 생활이 됐다. 은행 갈 일이 크게 줄자 가장 기뻐한 건 직장인이다. 은행은 오후 4시면 영업이 끝난다. 적어도 6시까지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반 사무직은 은행 한번 가려면 연차를 쓰거나 점심시간을 통으로 날려야 했다.


심지어 온라인 비대면 채널 비중이 무려 86%에 달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고임금 받고 4시 퇴근하는 은행원을 모두 해고해야 한다'라는 다소 격양적인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현직은행원들은 과로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9시 출근 4시 퇴근한다던 은행원이 대체 왜 파업을 하는 걸까? 조금 더 알아본다.

4시에 닫는 은행, 너무하다?

은행원 4시 퇴근에 대한 불만은 2015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발언을 시작으로 격화됐다. 당시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지구상에 오후 4시에 문 닫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나"라며 은행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세계은행은 한국 시중은행과 비슷한 운영시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시중은행은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영업창구를 개방하고 있다. SC 은행처럼 9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운영하는 은행도 있지만 대체로 4시에 영업창구가 닫힌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 뱅크오브 아메리카는 마감은 오후 4~5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은행은 한술 더 떠 오후 3시에 영업을 마감했다. 

영업 마친 뒤 열리는 헬게이트

대부분 시중은행이 4시부터 추가 고객을 받지 않아 은행 직원이 4시 퇴근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은행원의 본격적인 업무는 4시부터다. 신용평가부터 대출 보고서, 장표 정리, 시재 정리 등의 마감 업무가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잔여 고객이 있으면 고객 대응까지 해야 해 5시까지 마감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때도 있다.


마감 업무 중에서도 꽃이라 불리는 업무는 바로 '시재'다. 전산망에 입력된 금액과 실제 현금을 맞춰보는 업무다. 현금이 부족할 경우 은행 돈으로 메꿀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사비로 빈 금액을 충당한다. 한 은행원은 "그래도 현금이 비는 게 낫다. 현금이 남으면 주인을 찾아야 하는데 몇 시간이고 걸릴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마감 업무가 끝나면 부서 업무가 시작된다. 대출 만기일이 가까워진 고객에게 안내 전화를 돌리고 주요 거래를 튼 고객에게 마케팅 전화를 돌린다. 실적을 위해서다. 은행원의 영업 실적은 지점별로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저성과자는 실적 압박을 받는다. 최근에는 기존의 카드, 펀드 외에 스마트폰 어플까지 실적 항목에 추가됐다. 

편해서 좋다? 과로사 최대

"편해서 좋겠다"라는 외부 시선과 달리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43건 접수된 과로사 산재신청 건 중 은행업이 전체의 32.87%, 47건을 차지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나친 야근과 실적 스트레스로 건강에 문제 생긴 직원이 많다"라고 전했다.


은행원 과로에는 야근뿐만 아니라 이른 출근도 영향을 미쳤다. 9시에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은행원의 출근시간은 그보다 1~2시간 전인 7시, 7시 30분이 일반적이다. 고객 맞이를 위해 각종 장표를 출력하는 등 영업 준비와 회의 및 실적 체크가 진행된다. 고객이 곧 실적인 만큼 고객이 몰리면 점심시간마저 헌납해 업무를 처리한다. 과로가 아닐 수 없다. 

조금씩 바뀌는 은행들

보수적이던 은행 업무시간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과로사나 정부, 언론의 압박 때문이 아니다. 시장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너나없이 직장인 퇴근시간에 맞춘 '특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화 영업점은 오전 9시부터 퇴근시간인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일부 점포는 주말 오전 10~오후 5시까지 영업을 개시했다.


은행원의 부담도 다소 줄었다. 특화 영업점의 경우 직원이 오전, 오후 근무로 나눠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점심시간 범위를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으로 확대했다. 직원이 범위 내에서 점심시간을 설정하면 1시간 동 안예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는다. 신한은행도 PC 오프제를 시행 중이며 IBK, KEB 하나은행은 시범운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출근시간을 오전 8시로 일괄 적용했다. 8시 이전에 출근해도 영업점 자체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해 빠른 출근을 막았다. 근로 환경 변화에 따라 은행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3.6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별로 차이가 있어 노동시간 줄었다는 응답은 64.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은행원이 4시 이후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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