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두고 '닭장' 논란에 휩싸인 서울 한복판 건물 2동

조회수 2020. 8. 2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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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시는 역세권 인근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 밝혔다. 자동차 없는 뚜벅이 청년에게 역세권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목표였다. 다만 서울시가 모든 돈을 낼 수 없어 민간 업체를 참여시켰다. 건설 현장 인허가와 대출을 최대 90%까지 1.5% 이율로 내주는 대신 임대주택을 운영하도록 했다.


임대료는 역세권 임대료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제한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50만 원이 인근 평균이라면 역세권 청년 주택은 30~40만 원만 받으라는 것이다. 이에 최근 아예 월세 12만 원 역세권 청년 주택까지 등장했다. 삼각지 청년 주택이다. 그런데 정작 삼각지 청년 주택을 둔 청년과 인근 주민의 시선이 심상찮다.

월 20만 원 서울 역세권 원룸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2-350번지. 월 20만 원 원룸의 위치다. 이곳에는 지하 7층, 지상 35, 37층 건물 2개가 들어섰다. 계획된 세대수는 1086세대다. 이중 763세대가 뉴스테이로, 행복주택으로 323세대가 공급된다. 전용 19㎡부터 최대 49㎡까지 5개 평형으로 구성된다. 2017년 착공해 2020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청년활동 지원센터,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협치 학교, 지역상생교류 사업단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선다. 이런 커뮤니티 시설 면적만 6110㎡에 달한다. 1000세대가 넘고 각종 시설이 위치한 만큼 시공사는 8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이용에 불편함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저렴한 월세

해당 청년 주택의 핵심은 저렴한 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보증금 비율을 30% 이상으로 의무화했다"라며 "하나의 주거 공간을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주택'개념을 도입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무주택 저소득 청년층을 위해 임대보증금을 최대 4500만 원까지 무이자 지원한다.


월세는 보증금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인실인 19㎡의 경우 보증금 3950만 원에 월 38만 원, 9485만 원에 월 16만 원이다. 월세가 가장 저렴한 전용 49㎡(3인 공유)는 보증금 2840만 원에 월 29만 원, 보증금 7116만 원에 월 12만 원이다. 역세권이라는 입지에 셰어하우스와 비교해도 월세가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닭장·구룡성 vs 2030천국

삼각지 청년 주택은 2020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외관이 드러난 상황 속 네티즌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창이 빽빽하게 자리 잡은 외관에 대한 비난이 앞섰다. 한 삼각지 주민은 "내 자식이 산다면 말리겠다"라며 감상을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닭장'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원룸 안 살아본 이들의 배부른 소리라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역세권에 저 정도 평수에 저 월세면 대박이다"라며 "역에서 떨어진 10년 된 고시원도 요즘 40은 받는다"라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삼각지 역 전용 27㎡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75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합정역 청년 주택보다 낫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역세권 청년 주택 3번인 서교동 효성 해링턴 타워가 그 대상이다. 지하 5층 지상 24층으로 913세대다. 해당 주택은 ㄷ형 단지로 중앙을 감싼 모양새를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해당 청년 주택을 1993년 철거된 중국 최대의 빈민, 무법지대인 구룡성채에 빗댔다.

가격부터 지속성까지 논란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년 주택 발표마다 가격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삼각지 청년 주택만 해도 서울시가 보도한 용산구 역세권 청년의 평균 보증금 3403만 원(17㎡ 기준)보다 높다. 17㎡ 보증금 3403만 원을 1인실인 19㎡로 환산하면 3803만 원이다. 반면 삼각지 청년 주택 19㎡의 보증금은 3950만 원으로 150만 원가량 높게 책정됐다. 서울시의회 이숙자 의원은 같은 비용으로 2배 넓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주장했다.


와중에 민간임대인 763개 호실은 8년 후 분양 전환된다. 일각에서는 분양전환 시 지금도 낮지 않은 청년 주택 임대료가 인근보다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용적률 등 각종 혜택으로 민간사업자 배만 불려준 셈이 된다는 것이다.

각종 논란 속 2022년까지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 주택을 8만 가구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총 75곳에서 청년 주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룡채성이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청년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무이자 4500만 원 대출을 고려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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