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터줏대감이던 '그랜드마트'가 서둘러 폐점한 이유

조회수 2020. 7. 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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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에는 '만남의 장소'가 존재한다. 해당 건물들은 지역의 중심이자 핵심 상권에 자리해 자연스레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폐업의 길을 걷게 된 곳이 있다. 신촌 그랜드마트가 그 주인공이다. 수십 년간 신촌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그랜드마트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20년째 신촌의 터줏대감

1995년 완공된 그랜드백화점은 당시 보기 드문 다층형 마트였다. 건물 자리는 본래 크리스탈백화점이 있던 자리로, 11층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했다. 그랜드마트는 지하 1~3층은 마트로, 지상 1~5층은 아웃렛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결국 2012년 지상층은 폐점하고 만다. 다행히 2015년 이랜드가 지상 1~6층을 인수하면서, 그랜드마트도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출처: kera

한차례 폐점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랜드마트는 완공 후 20년간 신촌의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신촌 내에서도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신촌은 연세대, 이대, 서강대와 학원가가 몰린 서울 최고의 대학가 상권으로, 20대와 30대의 방문율이 꾸준하다. 주변에 주요 프랜차이즈도 들어서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도 높다. 그랜드마트는 이러한 신촌 상권의 이점을 그대로 받을뿐더러, 지하철 2호선 바로 앞에 자리해 자연스레 신촌 만남의 장소로 떠오르게 됐다

신촌 상권 몰락과 함께 계속된 매출 감소
신촌역 3번 출구 앞 연이어 공실이 발생한 1층 상가의 모습

그러나 신촌 상권의 수혜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랜드마트가 완공되었던 1990년대, 신촌은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신촌은 이전의 개성을 잃어만 갔고,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상승해 소상공인들이 설자리가 줄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간이 흘러도 똑같았다. 2012년 2분기 ㎡당 3만 500원이었던 신촌 상가 임대료는 2018년 3만 8,000원으로 올랐다. 임대료가 높기로 유명한 강남역과 동일한 수준이다. 방문객의 발걸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떨어질 기미가 없는 임대료에 신촌 일대에는 빈 점포가 하나둘 생겨났다. 신촌의 또다른 터줏대감 맥도날드 역시 2018년 3월 문을 닫았다.

참고 사진

여기에 이커머스 성장이 맞물리면서, 그랜드마트가 설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마켓컬리 등장 이후 새벽 배송이 인기를 끌자 유통업계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몰에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내 3대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또한 오프라인 매장 실적 부진에 영업 중단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경우 2015년 147개였던 매장이 2018년 143개로 줄어들었다. 

폐점 세일에도 그랜드마트를 찾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원래 만성적자를 기록하던 그랜드마트 신촌점이 상권 몰락과 시장의 변화를 버텨낼 리 만무했다. 2012년 한차례 매장을 축소했지만, 매장 적자를 해소할 수는 없었다.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영업이익은 12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68% 감소한 상황이다. 결국 그랜드마트는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 증가로 인해, 2018년 9월 26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마저도 마땅치 않았는지 그랜드마트는 5일 빠르게 조기 폐점을 하고 만다.

그랜드마트 차지한 이마트, 부활의 신호탄 될까

신촌 알짜배기 자리가 공실이 나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그중 이마트가 그랜드마트 지하 1층~지하 3층 자리를 차지했다. 이마트는 2023년 8월까지 전세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마트 신촌점 오픈 소식에 인근 거주민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간 신촌 일대에 그렇다 할 대형마트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이마트는 이러한 수요를 완벽히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신촌에서 이대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3년 전부터 오피스텔이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한한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건물주들이 상가 임대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오피스텔 신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신촌숲아이파크와 신촌그랑자이 입주가 시작되었다. 곧 힐스테이트신촌과 마포프레스티지자이도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이마트 신촌점은 오피스텔과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출 호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켰던 만큼 그랜드마트의 폐점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비록 계속된 적자로 영업이 중단되었으나, 누군가의 추억 한 켠에는 그랜드마트가 긍정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신촌 터줏대감 자리를 물려받은 이마트 역시 이러한 추억을 상기하며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회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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