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수 접게 만든 '317조 원'짜리 대한민국 관광개발 사업.. 지금은?

조회수 2020. 7. 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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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경제청이 용유 오션뷰, 무의 LK, 무의 쏠레어 복합 리조트 사업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올해 안에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용유,무의 지역과 인천공항, 카지노 복합리조트 등 주변 앵커 시설들을 연계해 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도로와 하수처리시설 등의 기반 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발표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과연 용유, 무의도는 어떠한 역사가 있었기에 이러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지

인천광역시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도시의 경제 체제를 바꾸는 거대한 사업이다. 인천은 기존 수출업에 집중되었던 소득 기반을 금융업, 서비스업, 정보산업,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용유도와 무의도를 초대형 관광도시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용유·무의도 개발은 2001년부터 진행되었다. 그러나 수조 원 투자를 약속한 미국 법인 CWKA가 자원 조달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은 이대로 무산되는 듯싶었다. 다행히 독일 호텔그룹인 캠핀스키 등의 참여로 2007년 사업이 재개될 수 있었다. 이때 도시가 8자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용유·무의도 개발은 '에잇시티'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에잇시티 조감도

2013년 개발에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에잇시티는 317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통해 용유·무의도에 자동차 경주장과 카지노호텔 등을 세울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 투자금 대부분이 매립 비용으로 분류되며 주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로 건축과 도로 설비에 든 비용은 25조 원 남짓이다. 게다가 당시 정부의 1년 예산이 370조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금 자체가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6년 만에 무산된 인천 개발사업의 흑역사
(좌) 참고 사진, (우) 이종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당 도시에는 호텔, 리조트, 테마파크, 카지노, 마리나포트, 쇼핑몰, 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10차례가 넘게 건설 예정일이 미뤄졌다. 결국 2013년 인천경제청은 자본금 4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계약을 해지했다. 갑작스러운 사업 무산 소식에, 인천경제청은 '에잇시티 측에서 총 13회에 걸쳐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에잇시티는 계약 해지가 일방적이었다고 맞섰다. 여기에 사업 관계자들의 논란이 더해졌다. 개발을 추진했던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에잇시티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사업 시행 예정 업체에서 고급 양복 5벌 등 2,000여만 원 상당의 수입 의류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에잇시티 사업 무산을 발표 하는 조명조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인천경제청과 에잇시티 사이의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에잇시티는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에 인청경제청을 상대로 602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금 청구 중재 신청을 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에잇시티는 이미 1억 7,900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도 완납한 상태다.

최대 피해자는 지역 주민들
(좌) 참고 사진

사업 무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건 단연 지역 주민들이다. 용유·무의 개발은 1999년부터 구상 단계에 들어갔었다. 주민들은 2013년 사업이 본격화되기까지 무려 14년 동안이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셈이다.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개발 호재를 기대하며, 사업 부지 토지를 담보로 상당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대출금과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갔다. 실제로 주민들이 금융권에 갚아나가야 하는 금액만 3,4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khan

인천경제청은 용유·무의도 일대의 개발 제한 행위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관광 단지, 유원지로 국한되어 있는 토지 역시 용도 제한을 없앴다. 이로 인해 건축물 신·증축과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경제가 침체기를 겪던 상황이라 개발 사업에 도전할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2020년 현재 용유도 해변가는 대형 커피숍들이 즐비하다. 덕분에 땅값이 3.3㎡당 1,000만 원으로 오르기는 했으나, 대규모 택지 개발도 함께 진행되어 용유도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개발 사업 당시 들어선 주택들은 사업 무산으로 빈집으로 남은 상태다. 무의도 역시 비슷하다. 인천시가 나서 계속해서 개발을 추진하려는 지금, 이들의 바람처럼 용유·무의도가 아픔을 딛고 국제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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