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떨어져 겨우 목숨 건진 어린이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5. 17.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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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창문 보안 장치 개발

어린이 추락 사고 목격 후 시작한 사업

돌려서 창문 틈에 끼우기만 하면 끝

국산 부품, 특허 출원으로 10억 매출

이전에 없었던 것, 새로운 수요 창출은 곧 혁신으로 통한다. 고객도 몰랐던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여 현실화해야 한다. 모두가 '최초'가 되고 싶어 하지만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대다수의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이다.


반면, 사업 초기부터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목표로 한 기업이 있다. 외부 침입,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창문 안전 잠금장치 슬라이락을 개발한 글로리텍이다. 신제품 개발, 특허 출원에 주력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글로리텍 김기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글로리텍 김기영 대표

◎ 어린이 추락 사고 목격 후 떠오른 아이디어


김기영 대표는 85년도부터 분체도장 사업을 맡아왔다. 아파트 보조키 가공업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청 제조업체이다 보니 한계를 느꼈고 제품 개발에 대한 열망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자본금 1억으로 글로리텍을 창업했다. 


2000년도 상품 구상 중 우연치 않게 살던 아파트에서 어린이가 추락하는 사고를 목격했다. 다행히 아이는 나무에 걸려 큰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아파트 베란다, 창문 쪽으로 자연스레 눈을 돌렸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창문 잠금 안전장치, '슬라이락'이다.

제품 시연중인 모습

슬라이락은 미닫이문(slide)와 잠그다(lock)의 합성어이다. 원하는 만큼만 창문을 고정시킬 수 있다. 이 제품은 남녀노소 쉽게 돌리기만 하면 설치가 가능하다. 외부 침입 차단을 위해 해제할 때에는 고리를 잡고 돌리도록 고안됐다. 창문 틈에 끼워 안쪽 창문은 막아주고 바깥쪽 창문을 밀어 고정시키는 원리이다. 


어린이 추락 사고로 시작되었지만 반려견, 반려묘 보호, 실내 환기, 외부 침입 방지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안에 민감한 1인 가구 사이에서 관심을 받아 특허청 선정 '나홀로족을 위한 발명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출처: 글로리텍 제공
김기영 대표의 서울 상경 당시

◎ 첫 매출 1500만 원, 소셜 커머스로 기사회생


보조키 가공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이 개발 단계에서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시된 적 없는 제품을 구체화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 샷시 및 창문을 고정하려면 각종 도구가 동원되어 샷시 손상이 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설치하고 탈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기술 자문을 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해 자체 공장에서 수차례 생산을 반복해야 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을 시연하고 협력 유통 업체에 제품을 보내 상품성을 검토했다. 기술과 상표권 특허 출원까지 마친 끝에 비로소 슬라이락이 출시될 수 있었다.

2003년 국민일보, 우먼센스에 보도된 글로리텍

2003년 출시 당시 어린이 추락 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며 시기까지 맞아떨어져 각종 언론, 매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보하지 않아도 방송사, 언론사에서 직접 찾아올 정도였다. 덕분에 출시 4개월 만에 이마트에 독점 계약까지 맺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언론 노출량과는 관계없이 첫해 매출은 1,500만 원 선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다.


초기 슬라이락의 성장 속도가 더뎠던 것은 마케팅, 홍보의 문제가 컸다. 슬라이락은 소비자에게 이전엔 없었던 수요를 인식시켜야 했다. 하지만 SNS 조차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소규모로 운영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컸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와 독점 계약을 맺어도 판매량이 낮은 것은 당연했다.


매대에 상품이 진열되어 있어도 슬라이락이 어떤 상품인지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 게다가 당시 철물 관련 시장은 오프라인 상권의 영향이 막강했다. 반면, 온라인에 주력한 글로리텍의 판매 실적은 좋을 수 없었다.

글로리텍 김기영 대표

포기하지 않고 3년간 전국을 일일이 다니며 직접 영업을 뛰었다. 영업만 나가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김 대표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바로 2010년도 쿠팡, 티몬 등 소셜 커머스가 등장한 덕분. 김 대표는 슬라이락을 각종 소셜 커머스 플랫폼에 론칭했다. 


시장이 모바일로 확장되면서 구매 진입 장벽이 낮아져 매출 역시 빠르게 늘었다. 당시 강력 범죄가 증가하며 개인 보안의식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역시 한몫했다.  온라인몰(https://bit.ly/3bF7DVe)에 함께 출시하면서 1,500만 원에 그쳤던 슬라이락 연 매출은 7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출처: 글로리텍 제공
글로리텍 직원들과 공장의 외관 모습

◎ 국내 최초와 특허 출원


글로리텍은 현재 보안, 주방 용품 두 가지 브랜드를 갖춰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한다. 생산 과정에서 김 대표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바로 특허 출원. 소규모의 회사이다 보니 인프라, 생산량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긴 쉽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고 보호받기 위해 특허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글로리텍에서 보유 중인 특허권은 20여 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중국의 유사 상품, 상표권 도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특허 출원과 함께 고집하는 것이 바로 국산 부품, 생산 과정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으로 생산한다면 충분히 가격대를 낮출 수 있지만 매출면에서도, 품질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격대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품질에 신경을 쏟는다. 최근 들어 더욱 강력해진 'made in korea'가 주는 신뢰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 연 매출 10억, 주방 제품군 주력해 해외 진출 노려


총 3명이 운영하고 있는 글로리텍의 연 매출은 10억 정도다. 매출이 큰 편은 아니다. 시장 자체 규모가 작지만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봄~가을철이 성수기인데 이때 자체 공장에서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한다. 판매 및 생산량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력은 일시적으로 보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특허,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버블락 주방 도마도 그중 하나다. 도마와 채칼, 채반을 모두 합친 이 제품에서도 특허가 빠지지 않았다. 상단 커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스윙 기술) 네 가지 채칼을 슬롯 형식으로 번갈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 글로리텍 제공
출시 예정인 신제품

김기영 대표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진출 역시 준비하고 있다. 의외로 슬라이락은 해외에서 제약이 많다. 여닫이 창문이 대부분인 유럽권 국가에선 니즈가 없어 일본 등의 아시아권 국가에 집중할 전략이다. 제약이 크지 않은 주방용품 제품군은 최근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며 선전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에 얼마 전 샘플이 들어갔고 브로슈어, 홈페이지 외국어 버전 개편 역시 준비 중이다.


글로리텍에서 준비 중인 신제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특허가 2~3건 정도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매년 1년~1년 반 정도를 잡고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허 부분 등록을 마치면 내년 상반기쯤 또 다른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리텍 김기영 대표

- 창업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는요?

"글로리텍은 매번 처음 보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끊임없이 특허를 등록하고 제품을 개발해야겠죠. 이전에 없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필요한가?'에 대한 확답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확실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슬라이락, 버블락 등 고유 브랜드의 해외 진출 역시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 좋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뭘까요.

"한 가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좋은 기술자이지, 좋은 CEO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심적인 기술과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야 좋은 CEO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창업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물론, 콘셉트를 잘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내해야 하죠. 슬라이락의 첫해 매출은 1,500만 원이었습니다. 영업을 뛸 때 샷시를 만드는 공장에서조차 저희 제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사업까지 병행하며 견딜 수 있었던 건 믿음 때문입니다. 언젠간 터질 거란 확신이 있었죠. 제품,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인내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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