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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300만 안 받겠다'고 한 건물주, 이사람이었다

조회수 2020. 3. 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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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좌) 평일 낮임에도 한산한 대구 동성로 전경 / .yeongnam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직격타를 맞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대거 늘어난 대구와 경북 지역은 한낮에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자영업자를 돕는 건물주의 배려가 펼쳐지고 있다. 한 건물주는 한 달간의 월세를 감면하겠다는 문자를 보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모두가 힘든 지금, 건물주라 해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착한 건물주로 떠오른 대구 시민의 정체를 파헤쳐 보도록 하자.

출처: 대구의 대표 축제 '수성못 페스티벌'이 열린 날, 수성못을 가득 메운 인파 / 수성구청
자영업자 어려움 느낀 건물주

'월세 감면'을 선언한 건물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 위치한 3층짜리 건물이다. 1990년대 재정비를 통해 환골탈태한 수성못은 뛰어난 야경으로 단숨에 대구 대표 데이트 장소로 떠올랐다. 수성못을 중심으로 카페 상권도 형성되면서, 매일 엄청난 유동인구를 끌어모은다. 인근 상가 임대료가 상승한 건 당연지사다. 

출처: 세입자가 대구 KBS를 통해 공개한 수성구 건물주의 메시지

그러나 그런 수성못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한순간에 유동인구가 줄어든 수성못 일대는 연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착한 건물주가 소유한 빌딩도 마찬가지였다. 계속되는 매출 하락에 총 3개의 층 중 2개의 층이 문을 닫았다. 세입자들의 생계 위험을 눈치챈 건물주는 '2월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포기한 월세만 무려 1,300만 원이다.

착한 건물주의 정체는 반올림 피자샵의 윤성원 대표로 밝혀졌다. 오랜 시간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윤성원 대표는 세입자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엔 월세를 전액 감면하는 데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눈물 어린 감사 인사를 받자마자, 고민했던 자신의 행동에 되려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배려가 밝혀지자, 전국에서 반올림 피자샵과 윤성원 대표를 향한 칭찬 세례가 이어지는 중이다.

전국으로 퍼진 '착한 임대료'

착한 건물주의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동성로 건물주 역시 세입자 모임을 열어, 3월과 4월의 월세 전액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식당과 노래방, 미용실 등으로 빼곡히 들어찬 이 건물은 한 달 임대료만 무려 3,000만 원 선이다. 이외에도 대구 패션주얼리특구 백화점 건물주는 2~4월 임대료를, 북구 원룸 건물주는 3~5월 월세를 20% 감면하겠다고 선언했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하 운동은 대구와 경북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까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은 326명, 점포는 무려 9,372개에 달한다.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 착한 건물주의 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역시 상생에 동참하고 있다. 명륜진사갈비는 전국 가맹점에 23억 원의 임대료를 지원했으며, 이디야 커피는 가맹점 로열티 면제와 원두 및 방역물품 무상 지원을 약속했다. 각종 외식 및 유통 업계 또한 이미 가맹점주들과 고통을 분담한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도 각종 감면 혜택 제공

착한 임대인을 위해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2020년 상반기, 임대인들이 인하한 임대료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인의 소득과 인하 금액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전통 시장의 경우, 시장 내 20%를 넘는 점포가 임대료의 인하에 동참하면 스프링클러 설치와 같은 일종의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에 임차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임대료의 1/3을 내려 도울 전망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조속한 입법 예고로 4월 1일부터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10% 이상의 가맹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본부에도 정책 자금과 관련한 혜택을 지원한다. 소상공인과 임대인, 정부의 진정한 상생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임대료 인하 운동은 이제 전국으로 퍼져 따뜻한 광경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지금 임대료 인하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오롯이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를 국민 모두가 함께 이겨내길 원한다는 염원을 보여준다. 부디 이 염원처럼 하루빨리 국내 경제 상황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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