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2년 만에 죽은 가로수길과 달라, 서울대생들이 사랑한 샤로수길의 장수 비결

조회수 2020. 6. 26. 12:4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 없는 서울대입구역'으로 불린다. 서울대와 거리도 멀거니와 언덕이 있어 올라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덕분에 형성된 상권도 있다. 바로 샤로수길이다. 샤로수길은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의 이면 도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을 말한다.


2호선을 타고 퇴근하는 직장인부터 대학교 수업이 끝난 학생들 그리고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가로수길의 패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업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무엇이 가로수길과 샤로수길의 운명을 갈랐던 것일까?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수제버거 저니와 함께 시작된 샤로수길

샤로수길이 생기기 전 서울대입구역의 주요 상권은 2번 출구가 아닌 3번 출구 부근이었다. 반면 지금은 샤로수길로 유명한 관악로 14길은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어디에나 있는 골목길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이비붐의 퇴직과 함께 창업 붐이 일며 별 볼일 없던 관악로 14길에도 창업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홍대 등 번화가의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2030 청년 창업자들이 관악구에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로 14번 길은 서울대학교와 2호선이라는 탄탄한 수요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평가됐다. 2010년 샤로수길의 시작이라 평가받는 수제버거집 저니가 개업하고, 뒤따라 남미 음식점 수다메리까와 이탈리아 음식점 비스트로 모힝 등 개성 있는 가게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상권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샤로수길은 창업자는 2030이 대다수로, 세련되고 특이한 음식점이 주를 이었다. 여기에 관악구청이 관악로 14길 초입에 '샤로수길'이라는 팻말을 세우며 샤로수길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았다. 이후 각종 매체에서 해당 길을 '샤로수길'로 보도하며 관악로 14길은 샤로수길로 유명세를 치렀다.


2. 가로수길의 저주, '~로수길'은 망한다?

한동안 새롭게 형성된 상권에는 샤로수길처럼 '~로수길'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 그러나 개인 카페도 월 매출 1억 원을 달성하던 가로수길이 말 그대로 주저앉고, '~로수길'로 불린 상권도 연달아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처럼 상권이 붕괴한 이유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지목되었다.


임대료 상승으로 상권을 형성한 이들이 대형 업체로 대체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2010년대 후반을 강타한 단어였다. 개성 있는 작은 가게가 상권을 살리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렸고, 프랜차이즈 업체가 골목을 지배하며 소비자와 업체들이 떠나가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샤로수길도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했다. 샤로수길의 전성기로 평가되는 2017년, 샤로수길의 임대료는 기존의 2배로 치솟아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임대료 상승으로 일부 공실이 발생하는 한편 찾는 사람들도 줄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3. 샤로수길의 장수 비결

전성기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샤로수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스토어를 제외하면 텅 비었다 해도 좋은 가로수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때 많은 업체들이 입주하려 했던 곳은 가로수길인데 왜 가로수길은 무너지고 샤로수길은 살아남은 걸까? 

가로수길과 샤로수길 모두 시작은 동일했다. 두 상권 모두 인근 거주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가로수길은 관광지로 변모해 인근 주민들이 찾지 않는 상권이 되었지만, 샤로수길은 유명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인근 주민들도 사용하는 상권으로 남았다. 이 차이는 다름 아닌 매출 때문에 발생했다.


가로수길은 임대료도 높았지만, 임대료를 감당할 1~3억 원의 매출이 꾸준히 나왔다. 가격을 높여도 외부 수요가 있어 더 높은 임대료를 주고도 입점하고자 하는 업체가 많았다. 때문에 외부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로수길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샤로수길은 역설적이게도 매출이 일정액 이상 나오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얽힌 전선과 좁고 낡은 샤로수길이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은 한계가 분명했다.


주거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샤로수길의 매출 한계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임대료가 상승하긴 했으나 유명해진 만큼 다양한 상가가 들어서고 골목 자체도 전보다 활기를 띠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전월세 매물이 많고 대학생, 직장인 수요가 많아 편집숍, 명품몰은 없을지언정 '사는 곳'으로는 만족도가 높다. 한계는 분명했지만, 샤로수길의 상권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