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회장을 '리틀 구본무'라고 부르는 이유들

조회수 2019. 11. 1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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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들 사이에서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수십 년간 기업의 얼굴로 한자리를 지켰던 대기업 총수들이 이젠 자녀에게 자신의 역할을 물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재벌 2·3세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경영에 참가하며, 회사의 주인이 될 길을 미리 닦아 둔다. 2018년 LG그룹의 지주사 LG의 회장이 된 구광모 역시 같은 길을 걸어왔다,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젊은 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1년 반 정도의 기간을 넘었지만, 구광모 회장의 체제하에 LG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구광모 회장을 ‘리틀 구본무’라 부르며 LG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어떤 면모가 구본무 회장을 연상케 한 것일까? 그의 경영 철학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LG의 장자승계 원칙으로 입적

사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친아들은 아니다. 구본무 회장은 슬하에 아들과 딸 2명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 1994년 그만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그러나 LG그룹은 철저하게 장자승계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는 구본무 회장은, 자신의 동생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장남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LG그룹 일가의 한 명에서 주축으로 역할이 커진 구광모 회장은 그렇게 LG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출처: 2012년 상무 시절의 구광모 회장. 다른 재벌 자제들에 비해 대외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의 영향력은 점차 커져가기 시작했다. 2003년 구광모 회장의 ㈜ LG 지분율은 0.27%에 불과했지만, 2004년 양자 입적과 동시에 2.8%로 지분이 확대되었다. 2006년 그가 LG에 대리로 입사했을 때는 2.85%였다. 이후 꾸준히 지분율이 상승하다가, 2014년 말에는 구본능 회장의 증여로 (주)LG 3대 주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출처: mk, asiatoday

이렇게 천천히 LG에 스며든 구광모 회장은 승진 역시 다른 대기업 자제에 비해 느린 편에 속한다. 대리로 입사한 후에는 2007년에 과장, 2011년 차장, 2013년 부장을 밟고 2015년 상무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18년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을 이끌어 나갈 미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영 수업 기간이 짧고, 나이도 어린 편에 속해 사장이나 부회장 직급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LG의 회장직에 올랐다.


출처: LG 전자는 평택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로 기지를 통합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의 경영 철학

본격적으로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과 사뭇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스피드’다. 구광모 회장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기업은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재빠르게 버렸다. 그는 취임한 지 갓 1년이 돼가던 날, LG전자 평택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시키는 승부사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반면 구본무 회장은 뚝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거나, 시장 관리를 통해 신사업을 성장시켰다.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이지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속도가 생명인 지금, 구광모 회장의 속전속결 경영은 직원들에게 환호 받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보수적인 문화에도 맞서고 있다. 그간 LG그룹은 안정과 화합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이와 달리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SK 이노베이션을 ‘기술 유출’ 혐의로 ’국제 소송을 제기한 것이 그 예다. LG화학은 소송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추구하던 경영 이념과는 반대되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의 경영 이념에도 공통되는 부분은 있다. 구본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율 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당시 존재했던 최고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의 외부 경영인을 2명에서 5명으로 확대해 자율 경영을 실천하고자 했다. 구광모 회장도 LG화학 대표 이사로 3M 신학철 수석 부회장을 영입했다. LG화학 창사 이래 첫 외부 경영인으로, 영입 당시 파격적인 인사 결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출처: ZD ne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구본무 회장을 대표하는 경영 이념 중 하나가 바로 ‘시장 선도’이다. 그는 매해 신년사마다 ‘새로움’을 강조하며 LG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이후 LG전자는 2015년 세계 최초로 OLED TV 판매에 나서면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구광모 회장도 이런 경영 이념을 따라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LG는 LG 사이언스 파크를 중심으로 R&D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갑질 없다' 인간적인 면모는 똑 닮아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가장 닮은 점은 ‘회장’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일화들은 이미 너무 유명하다. 그는 주말에는 비서 없이 업무를 보거나, 평소에도 소탈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등 소위 말하는 ‘황제 경영’과는 반대되는 모습으로 지냈다. 또한 사회 공헌활동에도 집중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경영인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국내 5대 재벌 중 유일하게 사법 처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출처: 취임 후, 사장단 워크샵을 떠나는 구광모 회장의 모습 / sedaily

구광모 회장도 취임 이전부터 재벌가 자제답지 않은 모습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는 자가용 대신 회사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했으며, 아침엔 구내식당에서 혼자 라면을 먹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의 모습을 목격한 직원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고 말하며, 소탈한 모습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제 막 취임 1년 반을 넘긴 구광모 회장. 그가 선보이는 변화는 LG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LG 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5조 7,007억 원을 달성하며, 3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그의 역량을 보여줄 시간이 더 남은 지금, 구광모 회장의 지휘 아래 LG가 어떻게 더 성장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최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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