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철강그룹을 만든 남자

조회수 2019. 3. 15.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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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보국', 철을 만듦으로써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박태준 회장의 신념이자 좌우명이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시절에 '제철보국'을 내세우며 산업화를 위해 포항제철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던 박태준 회장이다. ‘제철보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항상 결과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못한가’를 두고 최종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미래는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철강산업에 대한 경험, 기술, 자본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했으며 경제 사정상 일관 제철소 건설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심지어 전쟁이 끝난 후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것에 국민들조차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당장 의식주 해결이 더욱 시급했던 시점이다. 일관 제철소 건설에 대해 시기 상조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1962년에 시작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가난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경제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그러나 2차 산업의 꽃을 피우는데 발목을 잡은 것이 철강이었다.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경제 개발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철강의 자체적 생산이었다. 건설, 자동차, 조선 모든 것들이 철강과 관련이 있었고 철강 산업의 발전이 우선되어야만 했다. 즉, 산업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제철소이다. 

실질적으로 철이 없으면 국가적인 경제 개발이 힘들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철이 없으면 수입을 해와야 하는데 가난한 국가에서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 수입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수입의존형 경제구조가 되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제개발계획과 제철소 건립은 불가분의 관계였던 셈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제2차 5개년 계획’의 핵심사업으로 종합제철공장 건설을 포함시키며 박태준에게 이 일을 역임했다. “제철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박태준은 할 수 있다”라는 이 한마디에 대한민국의 철강 산업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의 끈끈한 관계의 역사도 상당히 깊었다. 해방직 후, 박정희와 박태준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1957년 무렵부터 이 둘의 사이는 가장 신뢰하는 사이로까지 깊어졌다. 


박태준은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임 아래, 대한 중석을 맡게 되는데 적자 덩어리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며 경영 혁명을 일으켰다. 대단한 능력이었다. 이렇게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제철소 건립의 적임자로 박태준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제철소 건설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제철소 건설에 드는 막대한 돈을 조달할 수가 없었다. 1967년, 제철소 건설의 첫 삽을 떴지만 KISA에서 한국 제철은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기 때문에 설립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제철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가 KISA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급했던 박태준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급히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지만 마지막 희망이었던 미국에서조차 거절당했다.

이처럼 외국에서 차관 불가 입장을 내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가 없게 되자 그가 떠올린 돌파구는 대일청구권 자금이었다. 이 자금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피해보상격으로 당시 청구권으로 받는 금액은 농업과 수산업에 쓰게 되어 있었다. 


일본 입장에서도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건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박태준이 청구권의 사용처를 두고 일본과 협상을 추진한 것이다. 결국 이 자금을 바탕으로 철강 산업을 일으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박태준은 입버릇처럼​ “제철소는 조상의 핏값으로 짓는 것이다. 공사를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다 우향우해서 저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청구권으로 받은 금액이니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시에는 내 생명도 던지겠다는 각오였다. 실제로도 공장 착공부터 완공시기까지 박태준 사장 이하 전 직원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일을 진행할 만큼 상당한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태준의 고난은 계속된다. 제철소 건립자금에 눈독을 들인 정치권 인사들의 압박이 무시 못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태준은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가 이와 같은 사항을 전달했고 ‘종이마패’로 불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인을 얻게 된다. 박태준은 이후, 종이마패가 없었다면 자신이 정치적 외압을 막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보여준 절대적인 신임 덕분에 포항제철도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밤잠을 설치며 공사에 전념한 끝에 1974년 6월 9일 드디어 제1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졌다.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제철소인 포항제철이 문을 연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제철산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의 대한민국에서 일관 종합 제철소인 포항제철이 건립되는 것마저도 기적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철강왕은 기적에 기적을 일으키며 포항제철을 키워갔다. 

제철소 운영에 아무런 지식조차 없었기 때문에 일본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고자 한 박태준이다. 신일본제철이 박태준 회장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한국의 제철산업을 일으키는데 크게 일조를 하게 된다. 이후, 중국에서도 신일본제철에 도움을 청했지만 “박태준이 없기 때문에 안된다”라고 거절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만큼 박태준을 능력을 높게 샀던 신일본제철이다. 

이렇게 한국철강신화의 서막이 올랐다. 하지만 당시의 대한민국 경제 수준은 지금의 캄보디아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대규모 제철 생산에 대한 필요성을 염두해두고 있지도 않은 시점에서 포항제철이 완공된 것이다. 


그러나 빈곤의 나라 대한민국을 무역 1조 달러의 경제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포항제철의 공이 컸다. 불모지의 땅에서 박태준의 땀과 열정이 담겨 대한민국은 제철 신화를 이룰 수 있었다. 

1973년 46억 원이던 당기순이익은 박태준이 물어나던 1992년에 이르러 1852억 원으로 불어났다. 40배 이상의 성장이었다. 또한, 1992년에 세계 1위의 제철량을 보유했던 대한민국이다. 이는 모두 포스코의 공이었다. 그가 세계 철강업계로부터 신화창조라고 칭송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박태준 회장은 포스코 설립 25년 만에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합쳐 2100만 톤 생산체제를 달성하는 성과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는 생전에 1천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한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카네기는 19세기의 철강왕, 그리고 박태준은 20세기의 철강왕으로 불리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태준 회장이다. 

박태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철강신화를 이룩한 그의 업적은 분명히 인정을 해줘야 할 부분이다. 만약 포항제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다. 한국 산업 능력 자립을 위한 근간이 되었던 철강산업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는데 포항제철이 밑거름 역할을 아주 톡톡히 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손꼽히는 계 굴지의 기업으로까지 성장했으며 조선 산업 역시 세계 1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 포스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사즉생의 정신도 높게 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태준이 포스코 전체에 심어놓은 이 정신력이 포스코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도 박태준 명예회장을 '인생 멘토'로 삼고 평생 그의 경영 철학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 임직원들에게만큼은 위대한 리더로 기억되고 있는 박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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