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진짜' 저가항공사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

조회수 2019. 3. 15.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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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LCC가 한국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서울 이외 지역인 대구, 부산, 제주 등에 오고 싶어 하는 관광객이 많은데 여전히 운임료가 비싸서 여행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CEO가 밝힌 대한민국 저가항공사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저가항공사라 칭할만한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며 지금으로써는 너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왜 대한민국에는 저가항공사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자서전 ‘Flying High’의 출간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에어아시아는 26개국 130여 개의 도시를 취항하는 아시아 최대의 저비용항공사이다.


싼 가격과 높은 운항 빈도,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에어아시아는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일본 등지에 계열사를 두고 세계로 더욱 확장해나가고 있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페르난데스 회장의 다양한 생각들도 접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우선, “한국은 관광객 수에 견줘 항공기 수가 매우 적고 가격도 합리적이지 않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삼성 핸드폰은 전 세계에 팔리고 있고 한류가 이목을 끌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을 찾고 싶은 관광객들은 많지만 비싼 한국 항공사들의 운임료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국이 항공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뛰어난 외항사의 한국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 항공시장이 개방되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은 LCC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라고 언급했다.


만약 그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면 대구·광주·목포 공항을 오가는 다양한 노선을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히 한국 국민들에게도 이득일 것이며 한국 국민들이 세계 여행을 더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는 진정한 저가항공사가 존재하지 않으며 외항사가 진입하는 것도 쉽게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1. 국내 항공사들의 시장 장악

국내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에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이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화사이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LCC 운영은 다른 경쟁사들의 항공 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세계 각지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에어 아시아’이지만 한국에는 서울 지사만을 갖추고 있다. 이는 현행 항공법이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에는 면허를 주지 않는 등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덧붙여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지만, 한국이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의 명백한 손해일 것이다”라고 인터뷰했다.


즉, 국내에서는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말이다. 현행 항공법마저 이를 도와주고 있는 판국이기에 이들의 시장 장악을 견제할 방안마저 없다고 보면 된다. 계속되고 있는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및 갑질 논란도 막강한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입김 때문이기도 하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나의 아이들은 에어아시아에서 단 하루도 어떤 형태로든 일한 적이 없다. 절대 아이들에게 내 일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180도 다른 문화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논란의 항공사들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2. 국내 항공사들의 운영 문제

그는 또한, 대한민국의 비행기 운임료가 높은 이유로 현재 국내 항공사들의 운영 방안을 문제로 꼽았다.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비행기 운임료도 저절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유지·관리 등 여러 업무를 하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단일 기종만 운영하며 잘하는 일에만 집중한다”라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이 저가항공사들이 운임료를 낮추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국내 항공사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했고 이것은 곧바로 소비자들의 운임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3. 국내 항공사들의 풀서비스 제공

페르난데스 회장은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풀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도 요금을 비합리적으로 올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저가 항공사에 비해 LCC들이 서비스면에서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분명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임도 분명하다. LCC의 요금 인하 방안에 ‘기내 서비스의 최소화’, ‘기내 서비스의 유료화’가 있는 것도 이 이유이다.


그런데 이는 국내의 정서상,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비행기가 고급 교통수단이란 인식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의 LCC처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한국 승객들은 대체적으로 납득을 못 할 것이다.


한국은 원체 땅덩이가 좁은 곳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이용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고급화 인식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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