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폐의 변화, 환에서 원이 된 화폐개혁의 속사정

조회수 2019. 3. 15. 10: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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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에 사용된 상평통보는 분명 돈이지만, 껌 하나도 살 수가 없다. 이는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화폐의 가치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최근 100년간 우리나라에도 4차례나 화폐개혁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원(WON) 화가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60년대 초만 해도 원(WON)이 아닌 환(圜)을 썼다. 그런데 사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원(WON) 화는 실패한 화폐개혁의 산물이다. 왜 실패했다고 하는 걸까? 간단한 역사적 상황과 함께 그 이유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화폐는 100년 동안 원(元)→ 원(圓)→ 환(圜)→ 원(WON)로 4차례 바뀌어왔다. 맨 앞의 원(元) 화는 1883년 조선의 경성전환국을 통해 도입했던 화폐 단위이다. 위조가 쉬운 등 여러 이유가 있고 일제의 부추김도 한몫해서 1904년에 화폐정리 사업이 추진된다. 이때 원(元) 화가 원(圓) 화로 바뀌게 된다. 


이는 일제가 한국의 경제를 지배하기 위함이었고 실제로 이때 재산을 제때 교환하지 못한 한국의 부자들이 망하면서 일본의 사업가들이 한국 경제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이후 한국은행이 1909년에 설립되면서 1,5,10원(圓) 권을 발행하였고 원(元) 화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광복 후 조선은행이 한국은행으로 명판을 바꾼 지 한 달 만에 6.25 전쟁이 발발했다. 북한이 조선은행의 원(圓) 화를 마구 찍어내는 통화 공작을 막기 위해 조선은행권→ 한국은행권으로 바꾼 게 제1차 화폐개혁이다. 거기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현금의 상당 부분을 예금으로 묶어두는 정책을 포함해 효과를 보았다. 


이후 전쟁 전 560억이었던 통화량이 전후 1조를 넘어가자 제2차 화폐개혁을 실시했다. 이때 드디어 일제의 잔재였던 원(圓) 화가 → 환(圜) 화로 바뀐다. 더불어 예금 인출을 24% 동결하는 등의 긴급금융조치를 시행하여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원(WON) 화는 언제부터 사용되었고 왜 실패한 화폐개혁으로 평가될까? 환(圜) 화를 원(WON) 화로 바꾼 제3차 화폐개혁은 1962년 박정희의 5.16군사 쿠데타 이후에 실시되었다. 개혁과 동시에 제2차 화폐개혁 때처럼 긴급 금융 조치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구 화폐의 현금과 예금을 동결하는 강력한 조치였다. 그러나 미국에도 비밀로 하고 실시한 정책이라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철회 요구를 받아야 했다.

제3차 화폐개혁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투자 자원 확보와 그에 따른 악성인플레이션 방지가 목적이었다. 이는 부정하게 재산을 모은 사람들과 당시 세를 떨치던 화교들이 쌓아 올렸을 자금과 퇴장 자금(금고에 보관하는 잉여자금)을 산업자금화하여 투자 자원을 확보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퇴장 자금은 현금이 아닌 금과 같은 현물이라 국가가 파악하고 회수할 수 있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뿐일까. 사유재산을 침해하여 신권으로의 교환을 1인당 500원으로 제한하고 이외의 재산을 모조리 강제 저축시켰다. 국가사업을 위해 개인의 돈을 모두 묶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첫날부터 100환 이상의 구 화폐 사용을 금지시켜버리니 돈이 돌 수가 없었다. 


한 달 동안 돈이 돌지 않으니 전국의 산업 활동이 침체되었다. 게다가 발표 자체도 갑작스러운 것이라 사회적 혼란도 컸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도 발표 뒤에나 알았다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노린 대로 화교들이 떠나 세력은 약해졌다지만 원조해주던 미국의 미움만 사고 제3 화폐개혁은 한 달 만에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지금의 원화표시 화폐경제를 출발시켰다는데 제3의 화폐개혁의 의의를 둘 수 있다.


이후 현재의 액면 체계는 72년 5천 원권, 73년 만 원권이 발행되면서 70년대에 거의 완성되었다. 그 후 40년 가까이 상태가 유지되었고, 2009년 5만 원권이 발행되면서 현재의 액면 체계에 이르렀다. 앞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필연적으로 10만 원권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우리도 언젠가 제4차 화폐개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 화폐는 과연 종이 화폐일까. 아니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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