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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경쟁에서 존재감 발휘하며 살아남은 최고령 백화점

조회수 2019. 3. 15.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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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하면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의 백화점 밖에 떠오르지 않는 요즘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기업 백화점의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호시탐탐 지역의 패자 자리를 노리는 백화점이 남아있으니, 대구 시민들에게는 대백으로 더 익숙한 대구의 대구 백화점이다.


1944년 유복 상회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대구 백화점은 벌써 70주년을 지난 역사가 있는 백화점이다. 성대하게 치를만한 70주년 행사조차 지역 봉사로 대신하는 대구의 랜드마크. 대구 백화점은 어떻게 대기업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백화점 생태계의 변화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한국에 들어선 백화점들은 1980년대 경제 호황기에 접어들며 나타난 중산층 덕분에 덩달아 호황기를 누리게 되었다. 당연히 수많은 기업들이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수많은 지역 백화점이 생겨나게 되었다. 백화점업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때 지역 백화점들은 수많은 계열사를 두고 영역을 확대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를 한방에 정리한 사건이 터졌으니 그게 바로 1997년 IMF다. 당시 대구에서 동아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던 대구 백화점조차 IMF 여파로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고 대구 백화점 본점과 대구 프라자만 남겼으며 동아 백화점은 아예 부도가 나 이랜드에 인수되고 만다.


그렇게 IMF로 수많은 지역 백화점이 사라지고 겨우 한숨을 돌리는 지역 백화점들에게 다시한번 위기가 찾아온다. 무너진 지역 백화점들을 흡수해 덩치를 키운 대기업 백화점들이 쟁쟁한 지역백화점의 명품브랜드를 빼내기 시작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 몇 개 빠지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백화점의 매출은 10%의 VIP와 1% VVIP가 책임진다는 말이 있다. 즉, VIP가 찾는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빠져나가면 이는 VIP의 유출로 이어지고 곧 백화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역 백화점보다는 전국에 위치한 백화점들의 명성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름값을 드높이고 싶은 명품 브랜드들의 눈에는 지역의 이름 모를 백화점보다 대기업 백화점이 더 매력적이었다. 결국 어지간한 지역 백화점들은 아울렛에 진출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무너지게 되었다.

2003년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문을 열면서 대구 백화점에도 위기가 찾아올 것을 예상 했다. 그러나 이미 대구의 중앙을 꽉 잡은 대구 백화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롯데백화점의 위치자체가 멀었으며 대구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익숙한 대구 백화점이 훨씬 편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롯데 백화점은 대구백화점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곧이어 현대백화점이 상륙했다. 우선 그 규모로 롯데백화점과 대구 백화점을 압도한 현대백화점은 화려한 명품 매장 등으로 대구의 최상류층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구 백화점은 여전히 멀쩡하게 그 성세를 유지했다. 애초에 상권이 다르고 대구 백화점이 중산층과 20대를 꽉 잡고 있었던 덕분이다. 거기에 여전히 VIP를 유치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 최상류층이 현대 백화점에 넘어갔다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VIP가 있었다.

진짜 위기는 기술제휴를 맺고 있던 신세계가 돌연 대구 진입을 선언한 데서 왔다. 동대구역의 복합 환승센터 개발 사업자로 신세계가 선정되면서, 수성구의 핵심 상권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초조해진 나머지 대구 백화점은 악수를 두게 되는데, 다른 지역 백화점이 망했던 길을 그대로 걸었다.


 대구 백화점이 아울렛을 통한 사업 확장이라는 악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아울렛에 들어갈 브랜드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했고, 서둘러 개장을 했지만 부족한 브랜드에 결국 17개월 만에 아울렛 사업을 철수하고 그 건물을 그대로 현대 아울렛에 세를 주게 되었다.


이처럼 대구 백화점은 현재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3개의 대기업 백화점의 합공에도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대구 백화점의 이런 존재감은 어디서 나올까? 백화점은 입지, 편의시설, 구매 협상력,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데, 대구 백화점은 최근 강력한 대기업 백화점의 공세로 구매 협상력이 약해졌지만 다른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대구 백화점은 총 70년이 넘게 대구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적어도 대구에서만큼은 다른 대기업 백화점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점원들도 대구 사람들이다. 흉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상생을 위해 농산물의 가격 인상률을 10% 이하로 유지하는 등 단기적인 손해보다는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기업 분위기를 유지했다. 점원 하나하나가 단골 고객을 가지고 있고 백화점 자체에서도 대구 시민을 챙기려고 하니 대구 사람들의 발걸음이 쉬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출처: 출처: 키다리 MC (네이버 zlekflmc190)

백화점 매출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는 VIP는 어떨까. 2005년 대구 백화점은 VIP 서비스를 개편했다. VIP들의 모임인 '애플 클럽' 중에서도 상위 100을 '프라임 애플 클럽'으로 구별하여 운영하면서 추가적인 VVIP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백화점 자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VIP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VIP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과 장소를 제공해줬다는 데 있다. 애플 클럽 회원끼리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 강의, 산악회, 배드민턴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한 것이다. 대구 VIP들은 그렇게 대구 백화점을 통해 친분을 다지고 똘똘 뭉칠 수 있었고, 그 애플 클럽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를 지속하면서 인근 백화점으로 대거 빠져나가지 않았다. 


최근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잠시 약한 모습을 보인 대구백화점이지만, 대구와 함께 자란만큼 그 존재감은 뚜렷하다. 그러니 다른 지역 백화점들처럼 무너질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3대 백화점의 공세를 끝까지 견뎌내고 대한민국 유일의 지역 백화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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