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은 왜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를 선호할까?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은 나라이다. 특히나 문화적인 차이가 크다. 위치상 근접한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 공유하고 있는 문화도 있지만 기본적인 가치관 차이가 항상 존재해왔다. 결제 문화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현금주의'라고 불리는 국민들의 각별한 현금 사랑 때문에 카드 사용률이 매우 낮은 곳이다. 1000원도 카드 결제를 하는 우리나라와는 참으로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 사람들은 현금을 선호할까?
일본의 카드 사용률은 겨우 1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금을 선호하는 이들은 '현금 지불이 불편하지 않다'(61%) '신용카드를 쓰면 낭비한다'(36%) '카드 보안 문제가 신경 쓰인다'(26%) 등을 현금 사용의 이유로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카드 사용률이 좀처럼 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은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마트에서조차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많다. 수도 도쿄에서도 전자화폐는 물론 신용카드조차 받지 않는 캐시 온리 매장이 상당수이다. 편의점은 물론 동네 식당 어느 곳을 가도 카드 안 되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든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내가 카드를 쓰고 싶어도 카드 결제기 자체가 없고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는 곳이 너무 많기 때문에 카드 사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본 사람들 자체가 현금 결제를 훨씬 선호하다 보니 카드 결제기 설치의 필요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카드 결제기 자체가 없어서 카드 이용자들이 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최근에는 카드 결제기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점포의 경우는 카드 결제가 안된다. 그리고 일본은 이와 같은 작은 점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점포를 보면 신용 카드 회사의 심사에 통과하지 못해 결제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가게의 영업 실적이 낮거나 가게 설립 연수가 얼마 되지 않으면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카드 결제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일본인들은 개인 정보 및 보안에 굉장히 민감해서 카드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카드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의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개인 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국민성이 현금을 보다 선호하도록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일본 사람들이 집 안에 미리 현금을 준비해 두거나 현금 비상 가방을 따로 마련해둔다고 한다. 이는 일본이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항상 현금을 소지하고 있을 필요성이 높아서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전기부터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가 끊기면 은행 ATM 기계는 물론이고 카드 결제기까지 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말 필요에 의해 일본인들은 항상 현금을 챙겨둔다. 이처럼 평소에도 현금을 많이 챙겨 다니니까 현금 거래에 대한 불편함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낮은 은행 금리도 사람들이 집에 현금을 챙겨두는데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