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를 선발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

조회수 2021. 2. 22. 13: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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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부모의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 카메론 코트릴(Cameron Cottrill)

미국 공립학교 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율은 계속 증가 중이지만, 영재(gifted)로 분류되는 학생의 대부분은 백인과 아시아계다.


흑인 학생이 영재반에 들어갈 확률은 또래 백인 학생의 그것에 절반밖에 안 된다. 밴더빌트 대학교의 제이슨 그리섬 교수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크리스토퍼 레딩의 연구에 따르면 히스패닉 학생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경제학자들의 연구에서는 학교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플로리다 주의 브로워드 카운티(Broward County)라는 지역에선 영재 학생 선발 방법 교체하자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브로워드 카운티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학생 수가 많아 학생들의 인종적, 경제적 배경 또한 다양하다. 학생 절반 이상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며, 저소득층 가정 출신도 50%가 넘는다. 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재반에 배정된 3학년 학생 가운데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율은 28%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차이를 줄이고자 브로워드 카운티는 2005년 모든 2학년 학생에게 짧은 비언어 능력 시험을 치르게 하고,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을 대상으로 IQ 검사를 시행했다. 교사와 부모가 학생을 직접 추천하던 이전 방식과 달리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카드와 마이애미 대학의 로라 줄리아노는 이런 정책 변화가 가져온 효과를 분석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시험을 치른 2학년 학생 중 영재반에 뽑힌 히스패닉 학생의 비중은 2%에서 6%로 늘었기 때문이다. 흑인 학생의 비중은 1%에서 3%로 세 배씩 증가했다. 백인 학생 비중도 6%에서 8%로 조금 높아졌다.

새로운 선발 제도가 더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영재 학생을 발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교사나 부모의 판단에만 의존해 학생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교사나 부모가 영재반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인 IQ 테스트에 재능있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을 추천할 가능성이 작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추천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 동등한 기회를 준 것이다. 이전 방식으로 영재를 선별했을 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 교사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갖는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의 부모가 영재반에 자녀를 추천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

-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의 부모가 영재반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건 교사와 부모의 의견에 의존하면 인종 간 불공평한 격차가 벌어지고 소수민족 출신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모든 학생에게 득이 되는 건 아니다. 영재반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IQ 테스트를 통해 영재로 분류돼 영재반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브로워드 카운티의 영재반 학생들은 다른 반 학생들과 같은 교과서를 쓰고 똑같은 교과 과정에 따라 교육을 받았다. 교육 당국은 영재 교육을 위한 특별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정해진 교과 과정 외에 보충 교재 등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도록 장려했다. 반면 공부는 곧잘 하지만 IQ 테스트 점수가 낮아 영재반에 들지 못했던 학생들은 영재반에서 수업을 들은 뒤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향상했다.


브로워드 카운티를 그 점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사실 브로워드 카운티에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 영재들로만 반을 꾸리기에는 학생 수가 부족했다. 그래서 학력 평가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올린 학생들로 영재반의 나머지 자리를 채웠다. 이렇게 영재반에 들어온 우등생 가운데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수학과 독해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게다가 이 효과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됐다.


게다가 카드와 줄리아노 교수는 많은 영재반 학생의 성적이 오르는 것이 보통반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성과를 얻는 데 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다. 수준이 높은 영재반 수업이라 해도 보통반 수업보다 특별히 비싸지는 않았다. 학생 수도 같았고, 영재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급여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

금융 위기 이후 예산이 줄어든 브로워드 카운티는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모든 학생에게 표준화된 시험을 치러 영재반을 구성하던 방식을 중단했다. 그러자 특정 소수민족 출신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던 예전의 영재반 인종 구성이 다시 나타났다.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이 늘고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은 줄어든 것이다. 2012년에 브로워드 카운티는 2005년에 실시했던 제도를 수정해 영재반 선발 제도를 다시 시행했지만, 결과는 전 같지 않았다. 플로리다 교육부의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브로워드 카운티에 있는 백인 학생 가운데 8%가 영재 학생으로 분류됐다. 모든 학생이 시험을 쳐서 영재반 학생을 뽑았을 때보다 높았고, 히스패닉 학생보다는 두 배, 흑인 학생보다는 네 배 높은 수치였다.


새로 시행한 제도 가운데 심리학자들이 좀 더 객관적이고 문화적 출신 배경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여기는 비언어 테스트(Nonverbal Test)를 없애고 이를 언어 능력 비중을 높인 시험으로 대체한 것이 한 가지 문제로 지적된다. 여전히 부모와 교사가 영재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점도 시험을 통해서 영재반 학생을 뽑을 때와 달라졌다. 학교 소속 심리학자가 영재반에 들어갈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가 개인적으로 심리학자를 고용해 자기 자식이 영재반에 합격할 만한 점수가 나올 때까지 한 번에 1천 달러씩 내고 치는 IQ 테스트를 몇 번이고 치게 할 수도 있다. 카드와 줄리아노 교수는 이런 식으로 따로 시험을 치게 하려면 중상층 이상의 가정이 유리하며, 그런 가정은 주로 백인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연구자는 IQ 테스트가 저소득층이나 유색 인종 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우려한다. 일부 학자는 교사 추천 방식을 포함하는 좀 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하지만 교사의 추천도 얼마든지 편향될 수 있다. 영재 교육에 관한 연구를 주로 다루는 학술지 <고등교육(The Journal of Advanced Academics)>의 편집을 맡은 심리학자 매튜 맥비는 최근 교사 추천 제도에 관해 “방 안의 코끼리”라는 표현을 썼다. 모두가 문제라는 걸 알고 있지만, 너무나 문제가 심각하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누구도 나서서 언급하지 않는 문제를 “방 안의 코끼리”라고 부르는데, 영재 학생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학생을 추천하는 교사가 인종적 편견이나 특정 민족에 대한 선입견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사실 한 번도 연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면 차라리 영재와 우등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단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재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나누는 것 자체가 취약 계층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낮아진 기대치에 영영 갇혀버린 학생들의 성취도마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재능있는 학생을 가려내는 과정이 없어지면 취약 계층 학생들은 오히려 더 뒤처질 수도 있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전담 과외 선생님의 집중 지도 아래 수학 문제를 풀고 컴퓨터 코딩 캠프에 간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이런 사교육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브로워드 카운티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뒤 나타난 효과를 더욱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더욱 공정하게 영재 학생을 선별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영재 학생과 우수한 학생을 한 반에 넣고 교육하면 인종 간 교육 격차, 학업 성취도 격차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모든 학생이 치르는 시험을 토대로 영재반을 구성하면 교사나 부모의 추천에 의존했을 때 발굴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계층의 우수한 아이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쉽지 않은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이 학생들은 결국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즈)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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