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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구를 아찔하게 비껴간 '도시파괴 급' 소행성

조회수 2021. 1. 30. 14: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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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이 지나간 자리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5에 불과했다.
출처: NASA

지난 7월 26일 호주 왕립연구소의 수석 과학자 앨런 더피((Alan Duffy))에게 방금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에 대해 물어보는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그 소식을 미리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주 왕립연구소의 수석 과학자인 더피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당시 몇 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는 곧 소행성 ‘2019 OK’의 자세한 데이터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건 진짜 놀라운 일입니다.”


호주 멜버른에 사는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은 이 소행성은 과학자들이 추적하던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NAS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 OK는 57m에서 130m 정도의 크기로, 지구에서 73,000km 거리를 지나갔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5에 불과하다. 더피는 이 소행성이 “불편할 정도로 가깝게” 지나간 것이라 말한다.


호주 모나쉬 대학의 부교수인 브라운은 2019 OK가 “순식간에 지구를 덮쳤다”고 말하며 “사람들은 이 소행성이 우리를 지나간 다음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NASA

이 소행성은 브라질과 미국의 천문학 연구진에 의해 7월 셋째 주 초 발견됐다. 하지만 소행성의 크기와 경로는 충돌 몇 시간 전에야 알려졌다.


“오전 내내 충격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이 소행성은 아마 한참의 기간을 따져도 이 정도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 중 가장 큰 놈일 겁니다.”


그런데 왜 누구도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더피는 그 첫 번째 이유로 소행성의 크기를 들었다. 2019 OK는 충분히 컸지만,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만큼 크지 않다. NASA와 협력기관들은 1km 급의 소행성 중 90% 이상은 모두 추적하고 있다.


“2019 OK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발견이 쉽지 않습니다. 태양빛의 반사에만 의존해야 하며 가장 가까울 때 조차 쌍안경으로 겨우 관찰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또한, 브라운은 이 소행성의 궤도가 매우 특이하다고 말했다. 속도가 빨랐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2019 OK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화성의 바깥에서부터 금성의 안쪽까지 들어오는 궤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브라운은 이 소행성이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며 따라서 관찰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구 주위를 지나갈 때 2019 OK의 속도는 초속 24km였다. 하지만 최근 지구를 스쳐간 다른 소행성들은 초속 4km에서 19km 사이였다.


“2019 OK는 긴 시간 동안 희미한 상태였습니다. 한두 주 전에 이 소행성이 밝아졌기 때문에 아마 누군가 소행성이 오는 방향을 확인했다면 발견이 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다 발견이 된 뒤에는 그 빠른 속도로 인해 데이터가 나왔을 때 이미 지구를 거의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출처: NASA

또한, 더피는 이번 사건이 우리가 아직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으며, 소행성이 실제로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를 충분히 의식해야 합니다. 이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닙니다. 확실하고 현존하는 위험입니다.”


더피는 천문학자들이 이런 종류의 소행성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도시 파괴자(City-killer)”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충분히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브라운은 2019 OK에 대해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매우 커다란 핵폭탄”과 비슷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십 메가톤의 TNT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013년 2019 OK보다 훨씬 작은 크기인, 6층 빌딩의 높이에 해당하는 약 20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러시아의 첼야빈스키에 떨어졌다. 충격파로 인해 주위 건물의 지붕과 창문이 깨졌고 1,200명이 부상당했다. 2019 OK와 비슷한 크기로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중에는 약 100년 전 시베리아에 떨어져 2,000km² 넓이의 지역에 영향을 미친 퉁구스카 대폭발이 있다.


물론, 이런 소행성이 도시 위에 떨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런데도 브라운은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을 미리 발견하고 충돌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2019 OK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한 소행성이 존재하며 어느 날 그들이 예고 없이 현관문을 두드릴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한다.


더피는 과학자들이 위험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적어도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는 그 소행성을 조금씩 밀어서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력 트랙터라는 “아주 우아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우주선을 소행성 주위에 돌게 만들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더피는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헐리우드를 위한 겁니다. 핵폭탄은 소행성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 소행성이 방사능을 띄게 만들 겁니다.”


더피는 2019 OK에 대해 “빠르든 늦든 지구로 돌진할 소행성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며 따라서 이런 소행성들을 감지하는 “전지구적인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공룡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지요. 만약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런 소규모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행성 협회(Planetary Society)의 편집자인 에밀리 라크다왈라는 “이번 사건이 하늘을 관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줬다”고 말한다. 라크다왈라는 우리가 소행성에 대해 더 잘 알게 될수록 이런 재해를 더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라크다왈라는 또한 비록 이번 소행성이 지구를 떨게 만들었지만 “근본적으로 소행성이 두려운 존재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건 마치 우리가 잘 모르는 무언가가 우리 주변을 빠르게 지나갈 때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바다 속 상어처럼 우리가 충분히 잘 알게 된다면 위험 없이 오히려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워싱턴 포스트, Allyson Chiu)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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