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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물류 관점에서 본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의 차이

조회수 2021. 1. 21.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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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는 물류시스템이 아닌 인사시스템이다.

플랫폼 노동은 사용자에 종속되지 않고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을 거래하는 고용 형태다.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는 알바 개념의 ‘배민커넥터’와 ‘배달 파트너’ 역시 그런 경우다. 시스템은 이렇게 돌아간다.


먼저 고객이 배달 앱으로 가게에 주문을 넣는다. 주문 앱과 연동된 가게용 앱, 알바용 앱에 콜이 울린다. 가게는 음식을 조리, 배달 알바는 음식 픽업 후 고객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플랫폼 제공자는 무슨 일을 하나? 앱 운영, 약간의 알바 관리 및 전화상담을 제공하면(이마저도 도급을 줄 수도 있다) 지역 가게들로부터 중개료를 긁어 모을 수 있다.


육체 노동보다 플랫폼이 수월하게 돈을 버는 구조일지라라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요즘 배달을 해보겠다는 사람은 많다. 쉽게 진입하고, 쉽게 볼 일 보고, 쉽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착수한 자는 ‘돈’을 좇는 목적지향적 행위 결과만으로 보상을 받는다. 그래서 이 사업은 마치 서부영화에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도는 ‘현상금 사냥꾼’ 모델을 닮았다.

나도 최근 부업으로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오늘도 앱이 행선지를 주고 제한시간 안에 일에 착수할지 결정하라고 알림을 띄운다. 내 목적도 1차적으로는 ‘돈’이다. 하지만 주업이 물류 전산 쪽이다 보니 뭔가 ‘업의 본질’의 관점에서 사업을 접근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배달 역시 조리된 음식을 운송하는 ‘물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달은 좀 특별한 물류 서비스다.


배달은 ‘입고-주문-출고-고객에게 운송’이라는 전통적인 주문처리 과정을 따라간다. 물류센터에 물품이 입고 되듯 가게도 식자재를 들여온다. 다음 고객의 주문이 발생, 주문 번호가 할당되면 물류센터는 집품, 포장 등 출고를 거친다. 가게도 필요한 식자재를 고객별로 분류, 포장 후 내보낼 준비를 한다. 준비가 끝나면 양쪽 모두 운송수단으로 고객에게 전달을 시작한다.


이처럼 물류센터와 가게는 닮았다. 그렇다고 가게가 물류센터라고 할 수는 없다.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은 빨라도 ‘익일 도착’이다. 반면에 배달 고객은 보통 ‘당장’ 먹을 수 있는 따끈한 음식을 요구한다. ‘조리’라는 중간 과정, 즉시 출고, 즉시 운송이 추가되는 이유다. (도심 속 초소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즉시 출고, 즉시 운송 두 가지는 갖춘 B마트는 예외다)


물자를 제조사에서 물류센터로 인도하는 단계를 ‘퍼스트 마일’, 물류센터로부터 고객에게 인도하는 단계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하는데, 음식 배달은 가게를 중심으로 제조(조리)와 출고/운송까지 다 이루어짐으로써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플랫폼 제공자라면 이러한 배달 물류만의 특수성을 고민할 책임이 있지만, 이 지점에서 배민과 쿠팡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0% 대 3.57%

썰을 풀어보겠다. 우선 물류는 아직까지는 자동화가 되기보다는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부끄럽지만 나도 배민 77회, 쿠팡이츠 28회 배달할 동안 실수를 ‘1회’ 해봤다. 이 1회가 쿠팡이츠였다. 오배달율 배민 0%, 쿠팡이츠 3.57%다.


이 유일한 불명예는 햄버거 세트를 픽업해 아파트에 사는 고객에게 전달하는 건이었다. 고객은 “벨o 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고 비대면 배달 요청 메시지를 남겼다. 비대면 배달이 필요한 여러 사회적 사정을 이해하지만, 순수하게 배달의 관점에서 보면 비대면 배달은 사실 좀 난감할 수 있다. 고객을 직접 만나 맞게 배달이 됐는지 최종적인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두고 벨을 누르고 ‘전달 완료’를 누르고 돌아섰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보통은 돌아서서 몇 보 걸으면 뒤에서 문 열리는 인기척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집은 조용했다. 쿠팡 앱은 배민 앱과 달리 한 번 ‘전달 완료’를 누르면 고객 번호도 주소도 다시 조회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가게에서 “고객님이 음식을 못 받았다고 하신다.”며 전화가 왔다.


가까운 거리여서 “상담센터에 주소를 확인해보고 다시 가보겠다.”고 했다. 상담센터는 “고객의 주소는 개인정보라 파트너는 알려줄 수 없고 가게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고객→가게→나→상담센터→다시 가게’로 주소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됐다. 그 사이에 가게는 그냥 전화로 고객에게 직접 주소를 물어 햄버거 세트를 다시 만들어 보냈다.


물론 일이 꼬인 책임은 집 호수의 608호와 908호의 6과 9를 순간적으로 거꾸로 보고 ‘전달 완료’ 버튼을 눌렀을 나 자신에게 있다. 고객과 가게에 죄송하고 오배달이 맞다면 추가 비용은 정산 시 내 돈에서 차감될 것이다. 다만 시스템의 측면에서 이 사례는 모종의 개선점을 시사한다. 나는 왜 배민 앱을 더 많이 쓰면서 한 번도 안 한 실수를 쿠팡이츠 앱을 조금 쓰면서는 한 번 했을까.




햄버거 세트에 얽힌 슬픈 사연

출처: 서울경제신문
▲배민(왼쪽)과 쿠팡이츠(오른쪽)의 배달 알바용 앱. 배민은 ">" 모양의 버튼을 클릭하면 전달완료한 배달 건도 3시간까지 배달지 주소 확인이 가능하지만 쿠팡이츠는 배달비 말고는 확인할 수 없다.

어쩌면 배민은 배달 물류의 특성을 더 잘 반영함으로써 오배달율을 낮추는 시스템을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배민커넥트를 하면서도 배달지 옆 건물에 들어 간다든지 헷갈리는 순간은 있었다. 그러나 바로 앱에서 주소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쿠팡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배달지 정보를 두 번 공유하지 않는다. 반면에 배민이 갖춘 시스템은 이 변명을 일축한다.


배민은 사람의 단기 기억력의 상한선을 3시간으로 본다. 3시간까지는 커넥터가 직접 앱의 ‘배달리스트’를 조회해 이미 전달 완료를 누른 배달지 주소도 확인이가능하고 고객과 ‘안심번호’로 통화도 가능하다. 3시간이 지나면 상세 주소가 ‘****’로 마스킹 처리된다. ‘주소’라는 필수적인 물류 정보를 제때 공유해 오배달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현실적인 개인정보 보호 장치까지 갖춘 것이다.


반면에 쿠팡이츠의 시스템을 따라가 보면 주소라는 필수적인 물류 정보가 원 배달 수행자에게 적시에 공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햄버거 세트를 다시 만들어 보내게 된다. 이것은 사실 ‘배달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적합한 대처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까대기 물류의 바리에이션인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방식에 가깝다.


쿠팡이나 마켓컬리는 물건이 안 왔다고 항의전화를 하면 웬만하면 그냥 환불이나 재배송을 해주기 때문이다 어차피 창고에 같은 제품이 쌓여 있으니까 손실로 잡아두고 하나 더 꺼내서 다음날 도착하게끔 출고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에서는 여태까지 기다린 시간만큼 ‘한 번 더’ 기다리거나 환불해줄 테니 무르자고 한다면 굉장히 나쁜 고객 경험을 줄 것이다.


아마 햄버거 세트를 ‘한 번 더’ 기다려 받은 고객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플랫폼 제공자는 중개 수수료를 내는 가게의 평판을 지켜줘야 한다. 명색이 햄버거 전문점이, 마치 물류센터가 미리 잔뜩 구워 놓은 냉동 패티들을 팔레트 위에 적재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출고 시키는 것처럼, 햄버거 세트를 ‘그냥 한 번 더 만들어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차라리 3층만 내려가면 존재하는 햄버거 세트를 그냥 가까운데 있는 사람이 빨리 가서 원래 자리로 돌려 놓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물류 시스템의 빈 틈을 메꾸는 것은 ‘사람’


▲배민(왼쪽)과 쿠팡이츠(오른쪽)의 배달 알바용 앱. 배민은 ">" 모양의 버튼을 클릭하면 전달완료한 배달 건도 3시간까지 배달지 주소 확인이 가능하지만 쿠팡이츠는 배달비 말고는 확인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 서울경제신문)

물류란 ‘물자가 필요한 때와 장소에,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상태로 있게 만드는 활동’이다. 간단히 하면 ‘물자의 흐름’이다. 배달 물류의 고객은 음식이 자기 집까지 따끈한 상태로 당장 흘러 들기 바란다. 그래서 이 ‘물자의 흐름’과 병행해 잘 흘러줘야 하는 것은 ‘정보의 흐름’이다. 물자의 흐름이 뭔가 이상하면 정보를 조회하고 이걸 기준 삼아 즉시 물자의 흐름을 바로잡는 것이다.


국내 최대 물류 기업인 쿠팡에 물류 정보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배달 물류’에 한정하면 배달지 정보조차 다시 조회할 수 없는 쿠팡의 시스템은 아직 배민만 못하다. 물론 그럼에도 쿠팡이츠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고객은 많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물류 시스템의 빈 틈은 인사 시스템이 메꾼다. (그리고 약간의 쿠폰 마케팅)


바로 ‘배달 파트너 평점’, ‘1회 1배달’ 제도가 그것들이다. 쿠팡이츠는 매일 고객이 평가한 배달 파트너 평점, 배달 요청 수락률, 배달 완료율을 업데이트한다. 핵심 지표들에 문제가 생기면 일자리 배정을 못 받을 수 있다. 배민은 초보도 베테랑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쿠팡은 몇 차례의 실수로 평점 관리에 문제가 생길 시 퇴출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다음 ‘1회 1배달’은 배달 알바가 자기 가게 배달 건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사장님들, 내 음식에만 집중하기를 바라는 고객에게 만족도가 높다. 배달 알바들이 인접한 배달지끼리 묶어 여러 건을 배달하는 ‘합배달’을 막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게와 고객의 만족도는 올라가되 배달 알바의 수입은 최저 시급 언저리로 줄어들 수 있다.


쿠팡이츠는 배달 콜이 울렸을 때 수락 않으면 수락율이 깎이는 패널티를 준다. 심지어 배민과 달리 일단 수락 해보기 전까지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게까지 거리, 가게에서 배달지까지 거리나 메뉴나 고객 요청 등 정보를 일체 알 수 없다. 따라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단거리 배달 건 배정이라도 잘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쿠팡이츠는 아직 배달 시장 업계 3위다.


쿠팡이츠로 도보 콜이 50분이 지나도 안 잡혀 포기하고 앱 오프(off)를 해야 하는 상권에서, 배민커넥트를 켰을 때 3분만에 잡히는 신기한 일을 몇 번 겪어보면 확실히 느낀다. 그래서 쿠팡이츠로 마이너한 지역에 살면서 콜을 안 끊기고 받으려면 최소한 자전거 이상은 필요하다. 등록 가게가 적은 만큼 ‘유배 콜’로 불리는 장거리 배정도 자주 이루어진다.


결국 돈이 필요한 사람은 악조건을 견디며 일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쿠팡은 쿠팡 그 자체를 넘어 쿠페이, 쿠팡플레이, 쿠팡이츠까지 온갖 사업 분야로 횡적 확장을 하며 세상을 ‘쿠팡화’한다. 다만 언제까지 물류 시스템의 공백을 사람으로 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잘 준비된 물류 시스템이 있으면 종적인 깊이도 갖춘 회사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by 하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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