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목해야 할 기후변화 5대 뉴스

조회수 2021. 1. 16. 0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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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소식은 중국의 탄소배출 목표 선언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한 달 반 동안 미국은 기후변화 격변기를 겪었습니다.


우선,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약속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대단한 사건이었죠.


바이든 당선인은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 전문가를 백악관 고위직에 임명하고, 기후 내각을 구성할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1월, 바이든 당선인은 국토를 관리하는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 장관에 뎁 할랜드(Dep Haaland) 하원의원을 지명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할랜드 의원은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중 최초로 내무부 장관에 취임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의회는 경기 부양, 연방 지출, 산업 정책을 포함한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법안에는 미국의 탈탄소화를 위한 에너지, 환경 관련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탄소 포집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법안에 따라 친환경, 재생, 탄소배출 제로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100%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그러나 2020년의 기후변화 뉴스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하고 시급한 소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뉴스 중 상당수를 놓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2020년은 기후 변화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패배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전 세계 많은 국가와 기관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꿨습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겼던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이슈가 눈앞의 경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2020년은 기후변화가 경제 문제가 된 해입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바이든은 국가 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의 위원장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 특별 고문이었던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를 지명했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를 경제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가 곧 경제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2020년의 기후변화 5대 뉴스를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 2020년 가장 중요한 소식은 중국의 탄소배출 목표 선언입니다. 시진핑(Xi Jinping) 주석은 지난 9월 UN 총회 연설을 통해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중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더욱이, 탄소 배출 감소세로 돌아선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과 다르게 중국의 배출량은 점점 증가 추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성장 모델의 토대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이었습니다. (중국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사용한 콘크리트는 미국이 20세기 전체에 걸쳐 100년간 사용한 콘크리트의 양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의 탄소배출 감축 선언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이 노력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엄청나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번 선언은 중국 공산당이 기후 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역사학자 애덤 투즈(Adam Tooze)가 언급했듯이, 중국 공산당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2월 연설에서 중국이 서방과의 탄소 감축 경쟁에 기꺼이 뛰어들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언에는 중국의 탄소 감축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은 석탄과 건설업을 토대로 21세기 고속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과거에 거쳤던 과정입니다.) 만약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감소세로 전환하는 해법을 찾아낸다면, 다른 나라가 뒤따를 만한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탄소배출 감축 성공은 중국이 기존에 배출하던 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중국 모델을 벤치마킹한 다른 나라가 미래에 배출할 탄소까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한 중국의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21년 초 발표할 중국의 기후 대응 5개년 계획을 기다려봐야 합니다.




2. 12월 초, 유럽연합 정상들이 기후대응 목표를 강화했습니다. 199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당초 40%에서 55%로 상향하기로 약속한 것이죠.


배출 삭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에 깔린 정치적 맥락입니다. 1조 8,000억 유로(2,400조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경기부양책 협상이 길었던 교착 상태를 넘어 마침내 타결됐습니다. 이번 부양책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이라 불리는 친환경 경기회복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EU 최초로 공동 채권 발행에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EU의 27개 회원국은 긴밀한 금융 공동체로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경기부양책은 작년 봄 처음으로 제안됐지만, 곧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극우 성향의 정부가 집권한 헝가리와 폴란드는 EU의 부양책의 조건으로 제시된 반부패 규정에 반대했습니다. 공동 채권 발행을 거부하는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부유한 국가와 힘을 합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마라톤회담을 거쳐 12월 10일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경기부양책 타결 직후 밤샘 회담을 개최해, 12월 11일 새로운 기후 목표를 끌어냈습니다.


이번 합의는 의미가 큽니다. EU는 세계에서 3번째로 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하기 때문이죠. 나아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안정이 기후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유럽연합은 공동 채권 발행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서도 여러 국가의 협력을 바탕으로 훨씬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다른 국가들의 목표 상향을 자극했다는 것입니다. EU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감축했던 양보다 더 많은 탄소를 향후 10년간 줄이기로 했습니다.

출처: OLAF KRUGER

3. 팬데믹의 교훈.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이 전년 대비 7% 줄면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원했던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경제활동에서 화석연료 이용이 낮아지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가 붕괴하면서 온실가스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조만간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킬링 커브(Keeling Curve)에서 코로나19에 따른 CO2 감소의 희미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경제는 곧 회복의 궤도에 오를 것이고, 탄소 배출도 다시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팬데믹의 교훈은 여전히 남겠죠. 세계 경제가 금융이 아닌 실체적 충격, 심지어 경제와 무관해 보이는 생태학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는 교훈입니다. 2020년의 글로벌 경기침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닷컴 버블과 달랐습니다. 과거의 위기처럼 금융 시스템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세계 경제를 구성하는 사람, 재화, 에너지 네트워크의 충격에서 비롯됐습니다.


동시에 정부의 자금 지원과 관심을 통해 삶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인 워프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은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1년 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2종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인류는 친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을 위해 이와 유사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겠죠.


또 다른 교훈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행동 변화만으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수천만 명이 재택근무를 했고, 여행을 줄이며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높은 오피스 빌딩은 거의 비어 있었죠. 하지만 미국의 탄소 배출은 2019년보다 약 12%밖에 줄지 않았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봉쇄조치를 시행하고, 자동차, 기차, 비행기의 발이 묶였던 지난 4월에도 미국의 탄소 배출은 1/3, 전 세계 탄소배출은 17%밖에 줄지 않았습니다.




4. 시장은 기후 변화의 비용과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이익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기후 관련 매체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화석 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침내 2020년이 돼서야 글로벌 시장이 이 흐름에 주목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에서 탄소제로 에너지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태양광이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기”라고 발표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플로리다 기업인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는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에너지 기업에 등극하면서 엑손모빌(Exxon), 셰브런(Chevron)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PwC 컨설팅은 점점 더 많은 벤처 캐피털이 기후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 산업을 추종하는 펀드는 500대 기업의 주가를 따르는 S&P500 지수 펀드보다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과 산불의 위험을 비롯한 기후 변화의 리스크가 자산 가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 보험시장이 위축됐고, 플로리다 해안의 주택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많은 금융회사도 석유와 가스 기업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석유와 가스 기업 주식이 금융기관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실제 S&P500에서만 보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그렇게 낮지 않은데도 말이죠.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은 북극 시추 자금 지원을 끊었고,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회사인 영국의 로이즈(Lloyd’s)는 2030년까지 석탄, 석유 모래, 북극 시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엑손모빌은 14,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자산가치를 170억 달러(18조 원) 이상 줄여야 했습니다.


미국 규제 당국도 이런 변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 파생상품을 감독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는 기후 변화가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해당 보고서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소개)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는 최근 녹색금융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색금융 네트워크는 각국 중앙은행이 모여 만든 협의체로, 기후변화가 금융 시장에 가져올 시스템 리스크를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변화와 맞물리면서 놀라운 사건들도 발생했습니다. 전기차 주식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테슬라(Tesla)의 주가는 작년 한 해 7배나 뛰었습니다. 주가 상승 전부가 거품은 아니라고 해도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다시 말해, 석유 판매자가 석유를 사는 고객에게 돈을 지불해야 했다는 뜻이죠. 물론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촉발한 것이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쏠린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렇듯 시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정부가 기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시장이 이미 시행된 정책에 따라 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떤 변화들은 앞으로 시행될 정부의 정책을 기대하면서 나타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수의 금융회사들은 이미 탈탄소가 정해진 미래라고 여기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조치는 경제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산업과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경기부양책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바로 그 법안입니다.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조치를 포함하고 있죠. 이번 법안으로 미국은 HFC라고 불리는 수소불화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게 됐습니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로 주로 사용되는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 더 효율적으로 열을 붙잡아 둡니다. 온난화를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는 뜻이죠.


따라서, HFC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이번 법안에 따른 HFC 감축 효과는 독일이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전체가 유발하는 온실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의 에너지 분석 기관인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은 이번 HFC 폐기 조항이 지난 10년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모든 온실가스 감축 조치 중 단일 조치로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이번 법안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HFC 제한 조치로 인해, 지구 온난화 수준이 2100년까지 0.2도~0.5도 완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리 협정의 목표는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2도로 묶는 것입니다. HFC에 대한 각국의 조치로 파리협약 목표의 10%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울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들리는 좋은 소식입니다. (애틀랜틱, Robinson Meyer)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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