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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욕하는 아이, 전문가는 뜻밖의 진단을 내렸다.

조회수 2021. 1. 3.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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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속 시운하게 엄마 때리고 싶어"

새해 첫날, 시청률 2.898%(닐슨코리아 기준)로 기분 좋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아온 금쪽이들은 서로 원수가 된 남매였다. 13살인 누나는 최근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고, 2년 정도 기숙사 생활을 했다. 4살 어린 남동생은 살가운 편이라 누나 몫의 애교까지 담당했다. 한때 한없이 다정했던 남매는 어쩌다가 원수가 된 걸까.


홀로 스튜디오에 나온 엄마는 4년 전에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심해졌다며 도움을 받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혼 당시에는 양육권이 남편에게 있어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다가 함께 지내게 된 지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남매의 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엄마는 첫째가 운동을 해서 과격한 면이 있다면서 동생이 힘에서 밀리자 언어폭력을 쓰기 시작했다고 푸념했다.


"엄마 때문에 입맛 떨어진다고."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식탁에 앉은 둘째는 마주앉아 있는 누나에게 발을 뻗어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동생의 행동에 짜증이 난 첫째는 언성을 높이며 공격적으로 변했다. 화들짝 놀란 엄마가 중재에 나섰으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급기야 둘째는 "엄마는 빠져"라며 버릇없는 태도를 보였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했던 엄마의 노력을 알긴 알까. 살얼음판 같던 식사 시간이었다.


엄마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의 귀가 시간에 맞춰 점심을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이 아니면 사촌기에 접어든 첫째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첫째는 미주알고주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침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 첫째는 영락없이 귀엽고 순한 딸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은영은 첫째가 기숙사에서 혼자 지내면서 엄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을지 짐작이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에게 지금 이 시간은 단지 배를 채우는 의미를 넘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먹는 밥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밥이 훨씬 더 중요한 법이다. 오은영은 엄마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은 인간관계 교육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금쪽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함께 트리를 꾸몄고, 식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둘째는 엄마에게 모자를 꿰매 달라고 요구했고, 엄마는 자야할 시간이니 당장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둘째는 투정을 부리며 과격한 행동을 취했다. 첫째가 이견을 굽히지 않는 둘째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둘째는 엄마에게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나 속 시운하게 엄마 때리고 싶어."


"소리 더 질러 봐. 어차피 엄마만 목 아파."


이어서 모자를 엄마에게 던지며 충격적인 말을 이어갔고, 지구본을 던져 엄마 머리통에 깨뜨리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엄마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호통을 쳤지만, 둘째는 오히려 왜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냐고 반박했다. 맞닥뜨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던 엄마는 소리를 질러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아이에게도 사과를 가르치려 했다. 하지만 둘째는 묵묵부답이었다.


오은영은 둘째가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적대적인 건 분명하다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른들과 쉽게 대립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뭘까. 오은영은 부모가 강압적이고 지시적으로 대할 경우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째의 경우 깊고 따뜻한 사랑의 경험이 적고,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일상 관찰은 계속 됐다. 다시 찾아온 식사시간, 이번에는 반찬 위치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째가 자기 앞으로 반찬을 몽땅 옮겨놓자 화가 난 첫째는 울음을 터뜨리며 동생에게 젓가락을 집어던졌다. 험한 말이 난무하자 이에 놀란 엄마가 중재를 하려 왔지만, 둘째는 "엄마는 왜 맨날 나한테 그러냐"며 "엄마 꺼져"라고 막말을 했다. 엄마가 큰소리를 냈지만 역시 소용 없었다.


잠시 후 엄마는 둘째와 대화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둘째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고, 고쳐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화가 나면 컨트롤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는 서운해 하고 있는 첫째에게 사과하며 우리 셋이 똘똘 뭉쳐서 잘 지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첫째는 동생이 아빠한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의 모진 말에 엄마도 상처를 입고 말았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금쪽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오은영은 무엇을 봤을까. 모두가 '문제'에 집중할 때, 오은영은 '상처'를 봤다. 그는 엄마가 자녀들의 싸움에 불안이 엄습하자 조급한 마음에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기보다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각자의 상처를 먼저 들여다보고, 그 아픈 곳을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혼 후 자녀와 이별을 겪은 엄마의 내면에는 실패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4년 만에 아이들을 양육하게 되면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두 번이 실수를 하지 않으려다보니 조급하기도 했다. 첫째는 기숙사 생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따뜻한 정서적 경험이 부족했다. 어떤 때는 맏이로서 지나치게 의젓했다가도 사소한 일에 버럭하는 모습은 첫째가 품고 있는 상처였다.


엄마가 꿰매주지 않았던 빨간 모자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걸 이해할 수 있다면 둘째가 그토록 분노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터였다. 빨간 모자는 4년 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특별한 날의 소품이었다. 엄마는 과도한 걱정에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둘째는 그만큼 소중한 모자이기 때문에 꿰매주길 바랐던 것이다. 엄마의 반응도 틀린 건 아니었지만, 당시 둘째가 느꼈을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오은영은 엄마가 두말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아이들을 궁지로 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부를 봐줄 때 갈등이 생기는 건 아이이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 엄마는 아이들이 엄마 탓을 할 때마다 욱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은영은 엄마가 스스로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일깨웠다.


자신도 이혼 가정에서 자랐던 엄마는 양육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부모 손을 타지 않은 티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좀더 완벽하게 키우고자 했던 것이다. 행여나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금쪽이들이 어린시절 자신이 겪었던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결국 아이의 상처를 보듬는 건 부모의 상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됐다.

"(나는) 나쁜 사람. 맨날 엄마한테 화내고 나쁜 말 하고 욕하고 엄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엄마 속상하게 만들었어 내가."


둘째는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이 행동이 나쁘다는 걸 알아서 스스로를 미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은영은 금쪽 처방으로 '가족 빌드업'을 제시하면서 상처가 많은 가족을 위한 대화법을 소개했다. 대화가 격해질 때는 말을 쏟아내기보다 멈추고 손을 꽉 잡아주면서 기다려주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에 대한 존중이었다.


또, 칭찬스티커를 제대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두세가지 정도만 좋아지길 바라는 점을 정하고, 한두 달 정도의 텀을 두고 아이의 발전을 독려하라고 설명했다. 또, 가끔씩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서로의 감정을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엄마는 금쪽 처방대로 거실에 텐트를 펴고 누워 가족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금쪽이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변치 않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엄마는 오은영의 가르침을 받아 확연히 달라졌다. 조급한 마음에 감정이 앞섰던 예전과 달리 매일마다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 빌드업에 성공했다. 엄마의 노력에 금쪽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부디 금쪽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잘 다스리며 똘똘 뭉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오은영이 제시하는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법 5단계>

- 과거 언급은 NO
- 주제에서벗어난 이야기는 NO
- 눈물은 NO
- 대화 시간은 10분 이상 NO
- 감정 섞인 대화는 NO

by 버락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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