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나라들

조회수 2021. 1. 2.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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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러시아인인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늘 풀리지 않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진을 찍을 때는 ‘치즈’라고 말하며 웃으라고 배운 나와 달리 부모님들은 사진에서 늘 굳은 표정을 하고 계신다는 겁니다. 러시아 친척들이 휴가때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은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사진에서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사진만이 아니지요. 러시아 여성들은 다른 남자들로부터 “웃어요”라는 말을 들을 일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어떤 질문을 들어도 “음, 글쎄요”라고 끝없이 답하는 듯한, 그런 무표정의 나라(Bitchy Resting Face Nation)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러시아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유없이 웃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지 못했고, 이를 배울 필요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속담 중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이유 없이 웃는 것은 바보의 특징이다. "


어떤 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무표정이 러시아의 추위보다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미국에 간 러시아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곧,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보고 웃는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왜 어떤 사회는 웃음을 권장하지 않는 걸까요? 나는 그 답을, 적어도 일부를 폴란드 과학원의 심리학자 쿠바 크리스의 새 논문에서 발견했습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어떤 나라에서는 웃음이 호의나 존중의 표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당신이 바보라는, 그것도 교활한 바보라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는 이 논문에서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라는 문화적 특징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 척도가 낮은 문화권에서는 법정, 의료보험, 사회 안전망 등의 사회제도가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이 문화권의 사람들은 미래를 더 예측불가능하고 조절할 수 없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웃음은 확실성과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나라에서는 웃음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운명이 보이지 않는 늑대처럼 너를 씹어먹으려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느냐' 이런 말이지요. 이런 나라에서는 웃음을 심지어 어리석음의 표시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또한 크리스는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 역시 웃음이 불쾌한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서로를 속이려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상대방의 웃음이 선한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또는 나를 잡아먹기 위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크리스는 44개국의 수천여 명에게 8장의 웃는 사진과 8장의 웃지 않는 사진을 보여준 다음, 사진 속 인물의 정직성과 지성의 점수를 매기도록 했습니다. 그는 이 결과를 2004년 연구인, 62개의 사회를 대상으로 했던 불확실성 회피 순위 및 부패 순위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독일, 스위스,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웃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매우 지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면 일본, 인도, 이란, 한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는 웃는 사람이 덜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경제발전정도와 같은 요소들을 통제한 경우에도, 사회가 얼마나 예측불가능한지와 웃음을 덜떨어짐으로 여기는 정도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웃음과 지성: 왼쪽 국가에서는 웃음이 어리석음으로 여겨집니다.
웃음과 정직성: 왼쪽의 나라에서는 웃음이 덜 정직함의 신호로 여겨집니다.

크리스의 연구는 보다 더 확실한 결과를 위해 확장과 검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에서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진지한 표정일까 의아해할 어느 미국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한 연구일 겁니다. (아틀랜틱)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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