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13년 만에 단둘이 마주 앉은 선우은숙과 이영하

조회수 2020. 11. 24. 13: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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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결국 또 한번 '선'을 넘고 말았다.

"자기는 이 프로그램 왜 한다고 했어?"(선우은숙)


"살면서 오해도 있었고, 그래서 앙금을 없애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이영하)


즐거웠던 일들도, 쓰라렸던 시간들도 세월에 쓸려 흘러갔다. 못다한 말들이 제법 됐으리라. 한맺힌 이야기들이 발설되지 못한 채 그저 가슴에 묻혔다. 묵혀 두었던 말들은 통증이 돼 이후의 삶을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내 업보였고, 내 복이 거기까지였다. 마음을 비워야 했다. 들쑤셔서 무엇하리. 이미 남남이 됐으니 각자 살아낼 따름이었다.


이혼 후 13년 만에 단둘이 마주 앉은 두 사람, 배우 선우은숙과 이영하의 얼굴은 여러가지 감정으로 복잡해 보였다. 이제는 전 남편이 된 남자를 향해 "시간이 아쉽지 않아?"라고 묻는 선우은숙의 진심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이야 그들의 이름이 낯선 사람들도 많겠지만, 두 사람은 한때 시대를 대표했던 배우였다. 둘의 결합은 세기의 결혼이었고, 둘의 이별은 세기의 이혼이었다.


2007년 어느 날, 선우은숙은 이혼 심경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저희 나이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것들 때문에 헤어진 것이지 정말 나쁜 관계로 헤어진 것이 아니"라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재결합의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해 뭇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예인이기에 자신의 사생활조차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 '저런 이혼도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 시절 첫 데이트 장소인 청평에 먼저 도착한 선우은숙은 이영하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스트레스, 기대, 설렘이 섞여 있다던 선우은숙은 이 재회에 좀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어색해 하는 이영하에게 계속해서 말을 붙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과거 매일같이 불렀을 '자기'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26년 간 이어졌던 그들의 결혼생활이 언뜻 보였다.

선우은숙은 이영하에게 예전처럼 말을 끓지 말고 좀 들어달라고 요청했고, 저녁을 먹으며 좀더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혼 후 루머에 휘말렸을 때 이영하의 반응에 실망했었다는 얘기였다. 당시 억울한 마음에 죽음까지 생각했고, 대인기피증을 겪었다고 했다. 이영하는 오해라며 펄쩍 뛰었다. 십수년을 담고 살았던 말을 내뱉은 선우은숙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치유될 수 있을까.


예능이 결국 또 한번 '선'을 넘고 말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역대급 방송'이라는 슬로건은 사실이다. TV조선의 새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 말이다.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을 관찰하던 시절은 귀엽게 느껴진다. 이젠 실제 부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걸 넘어 이혼 부부까지 등장했다. MC를 맡은 신동엽의 말마따나 이건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관찰 예능의 대담함은 끝이 없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 시리즈와 연애의 맛·아내의 맛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킨 서혜진 제작본부장의 신작답게 <우리 이혼했어요>는 굉장히 파격적이다.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던 <우리 이혼했어요>는 첫회부터 시청률 8.923%(닐슨코리아 기준)로 대박을 터뜨렸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4.7%에 달한다. 관찰을 빙자한 관음 욕구를 자극한 덕분일까.


다행히 첫회만큼은 프로그램의 취지대로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함께 살아보며 이혼 전후로 몰랐던 새로운 부부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또, 제작진이 “아픔이 있는 이혼 부부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상처에 공감할 수 있도록 자극적인 스토리를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치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자극적인 소재에도 전체적인 평가가 나쁘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선우은숙과 이영하에 이어 등장한 1세대 유튜버 최고기와 뷰티 유튜버 유깻잎은 이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점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이혼한 지 7개월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과거에는 이혼하면 원수가 된다고 했지만, 이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요즘, 어쩌면 조금 다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들이라고 왜 아픔이 없겠는가. 둘다 20대에 결혼해 5년을 함께 살았던 두 사람이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다. 최고기는 연세가 많은 아빠를 언급하며 결혼 준비 문제로 상견례 때 장모님에게 심한 말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갈등의 순간마다 아내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영상에서 최고기의 아빠는 과거 며느리였던 유깻잎에 대한 적개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세계적으로 그런 여자 없다. 여자로서 부모로서 빵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빵점"이라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들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최고기는 미련이 남아 보였다. 하지만 유깻잎은 "내 20대를 갈아넣었다. 유효기간 끝났다"며 멀찌감치에서 선을 그었다.

<우리 이혼했어요>의 관건은 결국 진정성이다. 이혼이라는 문제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루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통하려면 섭외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에 많은 공을 들여야만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본인 내면의 치유를 도우려면 그만큼 섬세하고 진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 출연자들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할 것이다.


제작진은 섭외에 난항을 겪었다고 밝혔는데, 이처럼 섭외가 어렵다는 점은 결국 진정성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시한다. 가령, 첫회 예고편에 등장한 김동성은 이혼 후 양육비 지급 문제로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오히려 이를 활용해 '루머의 중심 김동성'이라는 자막을 붙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기존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혼'이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 자극적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자칫 논란의 주인공들에 의해 해명의 장으로 활용될 여지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걷잡을 수 없는 '막장'이 될 테니 말이다. 과연 <우리 이혼했어요>가 지금의 초심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기대반 우려반이다.


BY 버락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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