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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아들에게 10조 회사 물려준 회장님의 '도덕경영'

조회수 2020. 11. 20.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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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금수저란 말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김홍국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짠 내 나는 성공신화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어릴 적, 외할머니께 병아리 10마리를 하사받은 어린 홍국은 이를 닭으로 키워낸 뒤 내다 팔아 돈을 벌었다. 11세의 일이다.


홍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번 돈으로 또 병아리를 사고, 또 그걸 키워서 팔길 반복하며 18살에 무려 닭 4,000마리를 보유한 황등농장의 오너가 된다. 이후에도 <옥자>의 낸시 미란도 버금가는 미친 퍼포먼스를 발휘한 홍국. 계열사 74개, 총 자산 10조 5000억, 재계 서열 30위, 무적의 치킨 체인 하림그룹은 이렇게 탄생한다.

26억 원에 나폴레옹 모자 낙찰 받은 클라스

돈 많이 번 사업가들은 흔하다. 하지만 홍국의 입지전적 성공신화는 특별하다.


“초등학교 도덕책에 나온 내용만 잘 실천해도 ‘A급 경영자’가 됩니다.”


그의 특급 비법은 바로 윤.리.경.영! 지난 인터뷰를 찾아봐도 말끝마다 윤리경영을 설파하는데, 초등학교 도덕책대로 살면 ‘A급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둥, 신년에 임직원들에게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를 선물했다는 둥 이사람 말만 들으면 칸트도 울고 갈 도덕군자인 것 같다.

도덕책 선물로 받은 직원의 속마음.jpg

그렇다면 홍국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중일까? 자세히 알아보자.araboja




도덕경영 1. 일감몰아주기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즉각 규제를 강화하겠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지난 6월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감몰아주기 기업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내친김에 일감몰아주기 우수(?) 기업체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저격에 나서는데…


“현대글로비스… 롯데시네마…. 그리고

하… 하림…!”


사정은 이렇다. 홍국은 하림그룹 내 동물의약품 판매사 ‘한국썸벧판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하림의 계열사 중 하나에 불과한 한국썸벧판매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상당량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권 장악을 위해 숨겨둔 황금열쇠라고나 할까. 어찌 됐건 홍국은 한국썸벧판매를 버스 태우기 시작하는데 홍국의 회사 키우는 방식은 여느 재벌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 한국썸벧판매는 2009년 판매 부분인 한국썸밷판매와 제조 부분인 한국썸벧으로 분할된다.


1) 일감을 겁나 몰아줌


2) 회사가 겁나 커짐

한국썸벧판매는 새 새끼마냥 홍국이 물어다 준 양질의 먹이를 먹고 쑥쑥 성장하지만, 내부거래율이 무려 80%에 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언론에 매질을 당한다. 도덕 경영을 앞세운 홍국이 과거 대한민국 재벌의 악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니 실망의 낙차는 더욱 컸다.

어느 정도였냐면 2010~12년 3년간 한국썸벧판매의 연평균 매출은 800억인데 그중 640억가량이 하림그룹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이 정도면 아빠 카드 수준이 아닌가 싶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한국썸벧판매에서 제조 부분을 분할한 한국썸벧만 보면 내부거래율이 99%에 달했다. 도덕왕 홍국의 깜찍한 마법이었다.





도덕경영 2. 계열사 꼼수 합병

그렇다고 홍국이 일감몰아주기로 마냥 꿀만 빨며 산 건 아니었다. 2013년 그는 한국썸벧판매의 내부거래율을 낮추는 동시에 매출 증가를 위한 묘수를 발휘하는데.. 방법은 바로!!


짜자잔~

계열사 꼼수 합병이었다.


대상은 하림그룹 계열사 ‘올품’. 프리미엄 가공육 분야에서 한참 잘 나가던 올품은 공교롭게도 인수되기 직전인 2012년 갑작스레 매출이 적자로 전환된다. 영업이익은 2010년 187억, 2011년 68억으로 점점 하락하더니 2012년 마침내 적자 전환된 채 한국썸벧판매에 인수된 것이다. 당연히 인수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수합병은 판매사인 올품에 불리하고 구매사인 한국썸벧판매에 유리한 구조였다.


* 한국썸벧판매는 올품과의 합병 후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한다. 아래에서는 편의상 한국썸벧판매로 명시한다.

* 올품

- 2010년 영업이익 187억

- 2011년 영업이익 68억

- 2012년 영업이익 적자 (합병 직전)


* 에코캐피탈

- 2013년 매출 113억, 영업이익 57억 5천만

- 2014년 매출 130억, 영업이익 7억 5천만 (지분 얻기 직전)


2015년 한국썸벧판매는 비슷한 방법으로 계열사 중 할부금융사인 에코캐피탈의 지분을 100% 사들인다. 이번에도 에코캐피탈의 영업이익은 2013년 57억 5천만 원을 기록하다 2014년 7억 5천만 원으로 곤두박질친다. 덕분에 홍국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들 회사의 연쇄 합병에 성공한다.


* 합병 후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의 매출 변화

- 2013년 3464억

- 2014년 3470억

- 2015년 3713억

- 2016년 4160억

=> 4년간 1조 4807억 매출 달성!


합병 이후 신기하게도 한국썸벧판매은 극적으로 성장한다. 3년 만에 800억에서 3,000억 매출을 달성한다. 80%에 육박했던 내부거래율도 20% 수준으로 낮추는데 이는 알짜기업 올품의 내부거래율이 2%가량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홍국은 싼 가격으로 계열사 내 다른 회사를 사드려 한국썸벧판매의 매출, 내부거래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도덕경영 3. 편법 승계


그런데, 도덕왕 홍국은 무엇을 위해 자회사들을 인수해가며 한국썸벧판매를 캐리한 걸까. 어차피 계열사의 지분 40% 이상을 장악한 대주주로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저 끝없는 욕망의 발로였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바로…!

아들...!


바로 아들을 위해서였다.


사실 홍국이 한국썸벧판매라는 개인 소유 회사의 일감을 몰아주고 덩치를 키운 데엔 편법 승계란 음흉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2012년 그러니까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을 합병하기 직전 홍국은 당시 21세의 아들 준영에게 한국썸벧판매을 통째로 하사한다. 홍국이 어릴 적 외할머니께 하사받았던 10마리 병아리와는 비할 수 없이 크고 아름다웠다.



평범한 일개 학생이었던 준영, 하교 후 방구석에 책가방 내려놓기 무섭게 회사의 사이즈는 더욱 커져나갔다. 앞서 말한 것처럼 2013년 다른 계열사 ‘올품’을 인수 합병하고 또 다른 대출 관련 계열사 ‘에코캐피탈’ 지분 100%를 사들이며 몸집을 키운다. 물론, 준영은 회사 일엔 1도 관심없는 상황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 사이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던 준영이 아버지를 뛰어넘어 하림그룹의 대주주로 등극했다는 사실이다. 준영이 단숨에 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건 앞서 설명했듯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 지분의 40% 이상을 보유한 한국썸벧판매와 올품을 차례로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볼 땐 제일홀딩스의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이는 41.78%의 홍국이지만, 까보면 한국썯벧판매와 올품이 합병하면서 생긴 제일홀딩스 지분 44.60%가 준영의 몫이었다. 그러니까 준영은 손 하나 까닥 않고 무적의 치킨 체인 하림그룹의 대주주가 된 셈이다.


같은 또래의 청년들은 알바다, 학업이다, 취준이다 피똥 싸는 동안 준영은 손에 닭똥 한 번 안 묻히고 대주주 반열에 올라선다. 흔하디 흔한 헬조선식 결말이다.


도덕경영 4. 증여세 논란


2017년 현재 하림그룹은 10조 5,000억 자산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주사인 제일홀딩스는 조만간 주식 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준영이 10조 5,000억 원 자산의 하림그룹을 상속받으면서 낸 상속세는 얼마일까.


현행 세법은 30억 이상의 재산을 양도할 땐 그 금액의 50%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준영이 증여세로 낸 돈은 고작 100억 원에 불과했다. 100옥이 커 보인다고? 물론 우리 같은 흑수저들은 평생 구경도 못할 돈이지만, 10조 5,000억 짜리 회사를 얻는 대가로선 아주 적은 금액이었다. 1,000원 내고 람보르기니를 사 가는 격이랄까.

게다가 준영이 낸 100억마저도 회사돈이었다는 대목에서는 그저 숙연해진다. 준영은 상속세 100억을 내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였던 한국썸벧판매(올품 합병 이후)의 지분 일부를 회사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어차피 회사가 본인 소유이기 때문에 주식은 줄지 않고 현금만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준영이 회사에서 100억을 챙기던 그날 공고롭게도 한국썸벧판매는 대구은행에서 하림그룹의 계열사인 NS홈쇼핑을 담보로 100억을 대출 받는다. 하림그룹 측은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하지만,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신에게는 아직 병아리 10마리가 있사옵니다.”


병아리 10마리로 10조 가치의 하림그룹을 일군 자칭 도덕경영자 홍국. 그의 천하무적 '도덕경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마지막으로 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가르침을 건네며 글을 마친다.


“흙수저, 금수저란 말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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