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처럼 코로나를 막을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조회수 2020. 10. 11.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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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미국 시민들
출처: EPA 연합뉴스
▲미국 코로나 총 사망자가 20만명을 돌파한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내셔널몰 앞 잔디에 희생자를 기리는 성조기 2만개가 꽂혀있다.

미국 텍사스 주에 거주하는 팸 르블랑과 지미 하비는 지난 6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기로 결심했다. 텍사스 남부를 따라 카약 여행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둘은 모두 오스틴의 응급 센터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며칠 후 청구서를 수령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당히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미는 고작 199달러(한국과 비교하면 이것도 비싸지만)가 청구된 반면, 팸은 무려 6,408달러가 청구된 것이다. 다행히 팸은 보험사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928달러만 지불했지만, 이도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고액이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텍사스 주의 깁슨 의료원에서는 어떤 피검사자는 겨우 27달러만 지불한 반면 어떤 피검사자는 2,315 달러를 지불하는 코메디 같은 일도 일어났다. 이는 비단 텍사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의료비용이 불투명하게 관리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의료 비용을 국가에서 규제하지 않는다. 즉 의료수가가 병원마다 모두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이를 올리든 내리든 그것은 의료기관의 마음이다. 물론 보험회사들이 이를 가만히 놔 둘 리 없으므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은 늘 분쟁이 발생하고, 여기에 변호사들이 끼어들어 거대한 전쟁터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미국의 의료체계다.


때문에 미국의 의료기관들은 서로 다른 의료보험에 가입한 두 사람에게 같은 처치를 하고도 전혀 생뚱맞게 다른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중간에 보험사가 개입하여 금액을 조절하지만 여전히 해당 금액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불만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의료 보험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찾아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의 경우 치료에 드는 의료비용의 중간값은 대략 $61,912 에 이르는데(출처 : FAIR Health), 이들이 질 좋은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된 경우들이 많지 않다.


출처: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험의 상실 문제는 사실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의료전문 비영리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에 의하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고작 두 달 동안 2,700 만 명의 미국 시민이 의료보험을 상실했다. 이들은 소위 ‘코브라 케어’ 라 불리는 전 직장 의료보험의 1.5년 임시 연장이나 6-8개월 단기보험의 구입 등의 대안이 있으나 사업장들마저 락다운되는 터라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ovid-19 를 치료하기 위해 받은 의학적/기타 처치는 과연 몇 종류일까? 총 여섯 종류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구성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1) 사흘 동안의 병원 입원
(2) 헬리콥터로 병원으로 이동
(3) 다건의 Covid-19 확진 테스트
(4) 산소 치료
(5) 스테로이드 치료
(6) 리제네론 사의 항체 치료제

그렇다면 트럼프의 치료에 투입된 총비용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 NYT는 이를 대략 10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약 1억 1600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헬기까지 동원한 마당에 비용이 다소 적어 보이지만 이는 트럼프가 입원을 고작 사흘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방정부의 공직자 의료보험의 커버리지를 받으며, 그 커버리지의 수준은 당연히 Premium 일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의 국가 수반이므로 사실상 무제한의 커버리지가 용인된다. 문제는 서두의 예시처럼 트럼프 수준은 언감생심이며 이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케어를 받는 미국 시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에 따라 고무줄처럼 오가는 미국의 의료 비용은 Covid-19 감염자들로 하여금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검사를 꺼리게 만듦으로써 방역을 더욱 방해하게 된다. 즉 방역의 성패를 가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성립 체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by 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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