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개에게 인공호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회수 2020. 8. 28.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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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비강이 좁아 코인두 기도기를 삽입할 수도 없었고, 구강구조가 사람과 달라 입인두 기도기를 삽입할 수도 없었다.
김상현님은 전남 지역의 소방서에 근무 중인 의무소방원입니다. 구조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씁니다.

구조대 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 종류 중 하나는 교통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구조이다.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기도 하고, 반대로 위협을 주는 동물로부터 사람을 구조하기도 한다.


사람이 개에 물렸다는 신고 외에도 다양한 동물구조 신고가 들어온다. 옆에서 듣는 구급대 입장에서는 황당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고양이가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더니, 보일러실에서 고양이 암수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던 구조대원은 신고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보일러실 불만 꺼주고 귀소했다.


저수지에 아들이 빠졌다는 수난 구조 출동도 손에 꼽는 에피소드였다. 구조대가 부리나케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는데 저수지에는 신고자로 보이는 아저씨만 앉아 있었다. 아드님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물가의 강아지를 가리켰다. 물에 빠졌던 아들은 바로 신고자가 키우던 반려견이었다.

슈트를 입고 강아지를 건져내자 신고자는 난해한 요구를 했다. 빨리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무실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구급대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많은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없다고 구조대원은 침착하게 신고자를 설득했다.


입을 대고 하는 ‘Mouth to mouth’ 인공호흡은 감염의 우려가 커 사람에게도 잘 하지 않는다.* (15년도 이후로 입대입 인공호흡은 생략되고 가슴 압박만 계속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생존율에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잘못해서 공기가 식도로 주입되는 경우도 많아서다. 구급대도 절대 입대입 인공호흡은 하지 않는다)


한편 기구를 사용하는 인공호흡을 하려면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강아지는 비강(콧구멍)이 좁아 코인두 기도기를 삽입할 수도, 구강구조가 사람과 달라 입인두 기도기를 삽입할 수도 없었다.


가슴 압박도 문제였다. 사람의 경우 유두를 잇는 가상의 선을 생각하며 심장의 위치를 찾는데, 강아지는 유두가 너무 많다. 심장박동의 위치를 찾는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깊이에 심장이 있는지, 강아지의 정상적인 심박 수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동 제세동기도 난해한 심장박동을 어찌할 줄 몰라 했을 것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가장 싫어하는 속담이었지만, 출동한 사례를 들으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됐다.

소방서로 귀소한 구조대는 늘 그랬듯 우리 구급대에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동물 대상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에 대한 권리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 아동복지가 발달한 것처럼, 2010년도에 학생인권조례가 발표된 것처럼, 그간 빼앗겼던 여성의 인권을 되찾는 것처럼, 동물도 존중받아 마땅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가지고 노는 존재로 여기는 뜻인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더불어 사는 존재로 여기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한글과 워드 등의 문서에서조차 반려견은 오탈자로 간주되고 있다. SNS에선 작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녹아 내리지만, 지하철 보관함 속에 갇혀 죽는 동물들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구조대원들은 갈 곳 없는 동물을 구조하고, 길에서 죽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사체를 주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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