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요즘 젊은 애들이 왜 자꾸 쉬려고 하냐면요

행복해지고 싶어서요.

51,798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올해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현재의 휴식, 행복을 강조하는 여러 신조어가 생겨나 인기를 끌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의 줄임말로 현재를 즐기며 사는 생활 태도를 말하는 신조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직업 선택 시 높은 업무 강도나 잦은 야근보다는 생활 중심적 변수를 더 고려한다는 뜻이다.


소확행(小確幸)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추구를 일컫는 의미로 덴마크의 ‘휘게(hygge)’나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과 유사하다.


2018년 문화나 소비 패턴에서 주요하게 등장한 이 단어들의 의미만 살펴보아도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걸 인식할 수 있다. 더욱이 욜로, 워라밸, 소확행은 청년의 문화 패턴이나 생활방식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이게 "청년세대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자신과 현재의 삶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출처스팀잇 impeter

청년에게 꼰대짓 하는데 조선일보만큼 탁월한 매체도 찾기 힘들다.


재미난 것은 이러한 표현방식이 마치 청년은 무기력하고, 내일이 아닌 오늘에 올인(all-in) 하는 도박 인생을 사는 집단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때도 그랬다!)


특히 메이저 방송 연예인들까지 '욜로'를 외치는 등 이 단어들이 유행을 끌 때, 많은 언론이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며 현재의 행복에 몰두하는' 현 청년세대들을 마치 사회생활에 미성숙한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것을 되짚어봐야 한다.


과연 돈이 행복의 최대 가치이며,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1남 2녀와 박봉의 월급쟁이 남편을 둔 덕선이 엄마가 남편의 월급을 꼬박꼬박 저축해 아파트를 장만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담은 내용이 한 장면 나온다. 연 15%의 예금 금리로 10만 원을 저축하면 1만 5천 원의 이자가 발생하던 시대인데, 결론적으로 드라마 속 덕선이네 가족은 판교 신도시의 새로운 아파트를 분양받는다.


저축 이자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시대, 현 청년세대 입장에선 마냥 부럽기만 하다. 1988년 당시의 청년들은 노동을 통한 수입과 재테크로 더 나은 미래와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었다. 즉 노동은 곧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시대의 청년들에게 말이다.


2018년 예금 금리 1.8% 시대, 10만 원을 저축하면 1천5백 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평균가 2억 원가량의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안 먹고 안 입고 숨만 쉬어도 족히 20년이 걸린다. 1988년 내 집 마련의 꿈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현시대 청년들에게 집이란 보금자리가 아닌 언제 또 이사를 가야 할지 모를 월세방이다.


누군들 보금자리를 원하지 않겠나, 청년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내 집 마련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땅따먹기(부동산)란 먼저 선점한 자들에게 유리한 것이 게임의 규칙. 늦게 태어난 이 시대 청년들에게는 당연히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출처서울연구원 인포그래픽스 238호

내 집 마련에 10년 이상 걸리는 사람, 1년 미만인 사람이 각각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경제·사회·문화, 이 모든 분야의 변화로 삶 자체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1988년 덕선이 엄마처럼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벅찬 과제다. 검증되지 않는 불안한 미래의 행복보다는 지금 이 순간 최대치의 행복에 몰두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선택이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보다는 작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저축이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다.


휴식마저 계급이 된 사회


2018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여행 복지 차원에서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의 참여 신청을 받았다.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 본인 20만 원, 총 40만 원의 휴가비로 국내 여행을 갈 수 있는 지원 정책이다.


이 정책은 2014년에도 시행됐다. 당시에는 콘텐츠 부족으로 1년 만에 폐지되었으나 올해는 당초 예상했던 2만 명을 5배나 넘은 10만여 명이 신청했다. 왜 2014년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휴가 정책이 2018년에는 큰 관심을 끌었을까. (콘텐츠가 더 풍성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쉼’이나 ‘휴식’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근로자의 휴가복지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우리 사회가 국민의 휴식을 "(공식화된) 근로의 보상"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에서 그 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연합뉴스

쉼표를 찍고 싶지만, 대개의 경우 근로에 '마침표'를 찍고 여행을 가게 되거나 꿈도 못 꿀 딴 세상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학생, 아르바이트,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청년층은 정부가 규정한 휴가복지 정책을 영위하기 어렵다. 비록 이들은 노동자일지라도, "5대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이기 때문에, 국민의 휴식복지마저 계층화·계급화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제도권 밖에서라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그래서 계속될 것이다. 결국 스스로의 휴식과 삶의 질을 스스로 챙기고 있는 것이다. 왜 청년 집단에서 욜로(Yolo), 워라밸(Work&Life Balance)와 소확행(小確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되짚어 보면,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다음 사회를 만들어갈 청년들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청년이 살아갈 다음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청년은 다음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방식을 원한다. 그것이 경제, 문화, 사회의 법칙이든 휴식(休息)의 법칙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맺음말


퇴사 여행이란 개념도 생겼다. 이제 평생직장이 없어지다 보니 퇴사 후 여행으로 스스로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시대의 청년도 많아졌다. 시쳇말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더 잘 먹고, 노는 것도 놀아 본 놈이 더 잘 논다고 했다. 변화의 과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청년들이 선택한 가치는 현재 자신의 행복이다.


출처한빛미디어

잘 생각해 보면, 청년이 욜로(YOLO), 워라밸(Work&Life Balance),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면서 흥행하는 산업도 분명 존재한다. 예컨대, 휴식 및 힐링과 관련된 산업, 카페와 여행업, 예술과 문화 산업이 그러하다.


근대사회 경제는 제조업이 각광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노동이 곧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휴식은 부가적인 행위였기 때문이다. IT 산업이 각광받았던 후기산업사회도 비슷하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절하되는 4차산업혁명시대, 휴식산업이 각광받는 이 흐름이 그리 이상한 그림은 아닐 것이다.


경제는 언제나 불안하고 불황기다. 전쟁 이후 어쩌다 얻어걸린 경제 호황기 속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들이 마주했던 경제는 언제나 불황기였다. 경제 호황기를 기다리느니 청년들은 불안함 속에서 잘 노는 방법, 잘 지내는 방법, 잘 쉬는 방법을 강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결코 이들의 선택은 현실의 안주도 아니며 차선도 아니다. 이것은 문명과 제도의 진화 과정이고, 다음 사회(next society)로의 변화 과정이며, 청년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



* 외부 필진 서울청년정책LAB 님의 기고 글입니다.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