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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이 다견 보호자에게 “모질게 행동하라” 요구한 이유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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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토종개인 진돗개는 영리하고 활동적이다. 또, 보호자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사실 충성심이라는 단어는 보호자의 입장에서 매혹적이다. 하지만 충성심이 강하다는 말은 보호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KBS2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했던 교훈이다. 


지난 5월 11일 <개는 훌륭하다>에는 진돗개 믹스인 모찌(암컷, 3세)와 자매 관계인 시루가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모찌와 시루는 믹스이긴 해도 생김새는 진돗개에 가까웠다. (웰기코기 콩이도 함께 살고 있었지만, 천진난만한 콩이에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과 딸로 구성된 보호자들은 전원주택 내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데, 겉보기엔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싸운 횟수는 셀 수 없을 것 같아요. 30~40번은 싸우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뜯어말릴 수 있었는데, 이젠 말리면 말리는 사람을 물어요. 악화된 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개는 훌륭하다>를 꾸준히 시청했다면 단서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충성심이 강한 진돗개’와 ‘자매 관계’에서 이미 답이 나온 셈이다. 모찌와 시루는 한집에 살고 있었지만 한 가족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모찌는 1층에, 시루(와 콩이)는 2층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건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보호자가 분리 조치를 했으리라고 짐작게 했다.

역시 모찌와 시루는 얼굴을 마주하자 서로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발톱까지 세운 모찌는 극도로 흥분했고, 시루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형욱 훈련사는 “진돗개들은 한번 싸우면 누군가가 항복을 할 때까지 싸우는데, 또 항복을 잘 안 해요”라며 진돗개들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찌와 시루가 싸우다가 말리는 보호자까지 물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수제자’ 이경규와 게스트 황광희가 먼저 투입됐다. 모찌는 두 사람에게 접근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노즈 워크(nose work)’는 좋은 반응이지만, 모찌는 꼬리가 사타구니 쪽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호기심이 아닌 긴장 상태를 의미했다. 잠시 후 모찌는 짖어대기 시작했다. 보호자는 말리려는 듯했지만, 강 훈련사는 그것이 실효 없는 지적이라 설명했다. 자칫 응원이 될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먹이 주기였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통해 모찌의 사회성을 테스트했다. 모찌는 먹이에 집중하긴 했지만 으르렁거리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그 원인이 엄마 보호자라는 것을 눈치챘다. 뒤쪽에 앉아있는 보호자를 지키려는 생각 때문에 모찌는 항상 긴장 상태를 보였다. 강 훈련사가 보호자의 위치를 재조정하자 모찌는 한결 나아졌다.

이번엔 시루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유비가 투입됐다. 그런데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시루는 보호자를 워낙 좋아하는 반려견이었는데, 보호자와 이유비가 친구처럼 꼭 붙어있자 시루는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방해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마치 질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루는 계속해서 이유비를 힐끔 쳐다보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결국 이유비는 상황실로 철수해야 했다.


강 훈련사는 모찌와 시루의 싸움이 둘의 관계 때문에 생긴 문제인지 아니면 모찌와 시루의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확인해보길 원했다. 이를 위해 ‘헬퍼독’ 공백이(수컷)가 등장했다. 놀랍게도 모찌는 헬퍼독에게 관심을 보였고, 공격성을 보이지도 않았다. 시루는 한술 더 떠서 수컷인 헬퍼독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보호자님들이 싸움을 조장한 거예요. (...) 애정을 나누는 게 아주 힘든 반려견들이 있어요.”

강 훈련사는 모찌와 시루, 두 반려견에게 개별적인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모찌와 시루는 새로운 대상에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감을 드러내며 다가갔다. 사회성은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싸움의 원인은 그들의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무엇이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까? 도대체 모찌와 시루는 왜 서로를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걸까? 그 원인은 보호자였다.

모찌와 시루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싸움을 조장한 것이라 강하게 말했다. 개들의 경우에는 자매라 할지라도 성견이 되면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되는데, 모찌와 시루도 예외가 아니었다. 보호자의 애정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모찌와 시루는 그 사랑을 나누어 받는 걸 견디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던 보호자들은 강 훈련사의 진단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많이 예뻐하면 될 거라는 믿음은 돌이켜 보면 너무 짧은 생각이었다. 또, ‘다견 가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덥석 입양을 했던 건 조금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됐으니 훈련을 통해 바꿔나가는 게 가능해졌다. 변화를 위해 강 훈련사가 강조한 건 무엇이었을까?

“불쌍함, 미안함, 안타까움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모질게 행동해 주세요. (보호자님이) 모질어야 얘들이 같이 살 수 있어요. 애정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보호자의 몫이에요.”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모질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모찌와 시루가 보호자와 함께 살아가려면 달리 방도가 없었다. 만약 보호자가 보디 블로킹을 하지 않고 모찌의 애정 표현을 받아주게 되면 그 즉시 모찌는 시루를 공격할 게 뻔했다. 그건 보호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 관계를 형성한 반려견들의 숙명이었다. 강 훈련사는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다견 가정이 되려고 했다면 다짐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다견 가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체계적인 계획하에 그리됐다기보다 마음씨 좋은 보호자가 어영부영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그저 호기심 때문에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데려오는 케이스도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반려견들을 잘 보살피는 것 아니겠는가? 달리 말하면 좋은 보호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한다. 자신의 반려견이 지닌 특성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알아봐야 한다. 당연히 조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진돗개를 여러 마리 기르는 건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1월 13일 방송된 11회 진돗개 아지, 애지, 중지의 경우를 떠올려 보라.) 게다가 자매 관계라면 서로 경쟁할 거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그걸 몰랐던 보호자는 스스로 싸움의 요인이 됐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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