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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보호자 통제 없이 ‘자유롭게’ 키우면 벌어지는 일

자유롭게 키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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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Border Collie)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견종이다. 온몸이 용수철로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지능도 높아 사람의 단어 200개가량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더콜리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국경 부근에서 목양견(양몰이 개)으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 이름도 국경(Border)에서 온 것이다. 지금도 보더콜리는 목양견 중 가장 뛰어난 견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4일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보더콜리 막뚱이(수컷, 3세)가 고민견으로 등장했다. 보호자 가족들은 뒤쪽에 야산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뚱이를 기르고 있었다. 뚱이는 같은 보더콜리인 신문지(암컷, 3세)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환경적으로 보더콜리가 살아가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보호자들과 함께 있는 뚱이는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처음에는 목줄을 하고 산책을 했어요. 제가 따라가는 걸 애들이 성에 안 차 해서 줄을 살짝 풀어주면서 옆에 있다가 이제 자기들이 자유롭게 올라가게 된 건데, 지금은 (개들끼리) 혼자 산책을 하고 있어요.”

견종의 특성을 알면 어느 정도 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뚱이와 문지는 보더콜리답게 엄청난 활동량을 과시했다. 보호자의 ‘가자’라는 말에 반응한 뚱이는 문지와 함께 주저 없이 산으로 달려 나갔다. 보호자가 제지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보호자는 30분 후면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지만, 그런 평온한 결말은 없었다. 보호자가 직접 산으로 찾으러 가서 데려와야만 했다.


언제부터 뚱이와 문지는 자기들끼리 산책을 하게 된 걸까? 보호자는 처음에는 목줄을 채워 함께 산책했지만, 뚱이와 문지가 그 정도의 활동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보더콜리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에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과연 개들끼리 산책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방식이 바람직한 것일까?

“보더콜리가 무는 행동을 한다면 어쩌면 카네 코르소보다 물릴 확률이 더 높아요. 이게 왜냐면 카네 코르소는 물면 세게 무는 거지만, 보더콜리는 입이 굉장히 빨라요.”

문제는 활동량만이 아니었다. 낯선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더 심각한 고민이었다. 뚱이는 촬영을 위해 보호자의 집을 방문한 제작진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더니 다리를 공격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심하고 있던 보호자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고, 제작진의 다리에는 뚱이의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남겨졌다. 상처는 제법 깊어 피까지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뚱이와 문지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 무엇에 홀린 듯 달려들었다. 아마도 목양견의 본능 때문일까. 차의 앞바퀴를 향해 달려들어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할 위기까지 이어졌다. 보호자는 그런 일이 자주 있었고, 뚱이가 차를 공격하느라 앞니가 다 부러졌다고 가슴 아파했다. 이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던 강 훈련사는 이렇게 한마디 했다. “여긴 울타리가 없구나.” 


‘울타리가 없다’는 말은 여러 의미로 들렸다. 일차적으로 집 내부와 바깥의 경계를 표시할 울타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반려견들을 제대로 통제할 울타리, 보호자의 실질적인 부재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뚱이의 문제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뚱이는 한 번도 통제다운 통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방임해서 키우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여기서는 간단해요. 내 개를 잘 관리만 하면 돼요. 그럼 다쳐 오지도 않았잖아요. 쟤가 왜 다친 지 아세요? 왜 다친 거라고 생각하세요? 보호자님이 풀어줘서요. 보호자님이 풀어줘서 다친 거예요.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라 예견된 사건이었거든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뚱이는 상처를 입어 돌아왔다.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이 다친 사실에만 속상해했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강 훈련사의 관점은 달랐다. 뚱이가 싸우다 다쳤다면 혼자 물리지만은 않았을 테고, 그 잘못은 뚱이를 풀어준 보호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침입자는 뚱이였을 테니 말이다. 보호자의 방식은 자유가 아니라 방임이었다.


상담 중에도 보호자들은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보더콜리들이 불쌍하다고 덧붙이며 자신의 반려견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길 바랐다. <개는 훌륭하다>에 사연을 보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 훈련사는 “풀어놓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선을 그으며 보호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보호자가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의 방향성은 보호자가 뚱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공격적이었던 뚱이는 강 훈련사에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는 척하더니 스스로 입마개를 빼며 공격성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규칙을 가르치며 통제력을 향상해 나갔고, 점차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훈련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리한 뚱이는 놀라운 습득력을 보여주며 금세 통제력을 익혀나갔다. 순탄하기만 했던 교육에 모두의 마음이 풀어졌을 때 뚱이는 이경규와 이유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 훈련사의 재빠른 제압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제야 보호자는 자신의 개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했다. ‘내 반려견은 사람을 문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보호자는 안일했다. 심각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내 반려견이 사람을 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조권도 “인정하셔야 돼요. 회피하면 안 돼”라고 덧붙였다. 사실 반려견의 보호자가 되기 위한 출발점은 거기부터였다. 


대부분의 반려견 보호자들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반려견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아무런 보호 장구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예기치 않은 상황이 터질 경우 보호자가 과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은 죄다 둔감한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2019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그 수만 591만이다. 그중 반려견은 495만 가구, 598만 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러나 공존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보호자들의 안전관리 의무와 페티켓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강형욱 훈련사는 뚱이의 사례가 ‘예견된 사고’라고 강조했다. 그걸 몰랐던 건 보호자뿐이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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