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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이 ‘빌런’이 된 3가지 이유

걷는 법을 모르는데 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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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법도 모르는데 갑자기 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모름지기 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기껏 기초를 가르쳐 놨더니 몸에 익히려는 생각은 않고, 다른 것도 빨리 내놓으라고 요구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황당하고 어이없지 않을까?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을 방문한 백종원의 얼굴이 딱 그러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던 모양이다.


지난 4월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군포 역전시장의 식당 세 곳에 대한 솔루션을 이어갔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특성화였다. 족발집은 백종원의 아이디어였던 ‘내장 조림’을 통해 비장의 무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김성주처럼 ‘애기 입맛’인 사람들에겐 강력한 불호겠지만, 정인선처럼 내장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별미와도 같았다. 분명 수요가 있을 터였다. 


떡맥(떡볶이+맥주)집은 뜻밖의 난항을 겪었다. 사장님의 슴슴한 입맛 때문이었다. 백종원은 짜장 떡볶이를 만들고 싶다던 사장님을 위해 춘장을 만들어가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사장님은 그 레시피에서 춘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고추장 대신 양념 가루를 넣어 변형시켰다. 그렇게 하자 사장님의 입맛에는 맞았지만, 정작 대중적인 입맛과는 멀어져 버렸다. 양자택일이 필요했다. 


솔루션이 그런대로 잘 진행되는 두 식당과 달리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은 시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최악의 위생 상태를 지적받은 후 전문 청소업체와 방역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장사는 고사하고 2주 동안 청소에만 전념해야 했다. 다행히 청소는 합격점을 받았다. 백종원은 맨바닥에 앉아가며 청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드디어 요리에 대한 솔루션을 받을 차례였다. 

“맨손으로 막 하시고 그랬어요. 모르시죠? 몸에 배어서 그래요. 가능하면 도구를 사용해서 넣고, 미리 준비했던 걸 숟가락이나 국자, 집게로 넣으면 되고… 천천히 하세요. 비닐장갑만 끼면 될 거로 생각하는데, 그거 좋아 보이는 거 아니에요. 장갑도 아껴야지. 이게 다 돈이에요.”

문제는 금방 노출됐다. 첫 번째 문제는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위생 관념이었다. 사장님(아내)은 맨손으로 식자재를 만지거나 조리도구를 만졌던 손을 바꾸는 등 위생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아침에 바뀔 리가 없었다. 그러다 백종원이 옆에서 감시(?)하자 비닐장갑을 끼고 조리를 시작했다. 허나 평소와 다른 행동은 어김없이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걸 본 백종원은 혼내기보다 오히려 사장님의 의욕을 북돋아 주려 애썼다. 지금처럼 위생을 의식하며 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돼 있을 거라 강조했다. 백종원은 자신도 카메라를 앞에 두고 말을 하다 보니 공손하게 말하는 게 습관이 돼버린 거라면서 “잘하는 척하다 보니까 잘하는 사람이 된 거”라 덧붙였다. 기초반 맞춤 수업이라고 할까. 물론 삶에 적용할 만한 지혜이기도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복잡한 조리 과정이었다. 사장님은 불막창을 만드는 데 무려 5단계를 거쳤다. 초벌(1)한 막창을 다시 오븐에 데우고(2), 프라이팬에서 볶은 다음(3) 석쇠(그릴)에 옮겨 불맛을 입히고(4), 마지막으로 다시 프라이팬에서 양념을 입혔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필요한 과정이 포함돼 있었다. 백종원은 이를 3단계로 줄여 효율과 맛을 동시에 살리는 데 성공했다. 

“셰프들이 15분 안에 요리하는 그 요리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게 셰프들은 요리 끝나잖아요? 그럼 바로 행주를 들고 다 닦아요. 화구까지 다 들어가지고. 스태프들이 도와주시는 데도 본인들이 다해요. 몸에 배어 있어가지고. 말을 시켜도 계속 닦으면서 말을 해. 몸에 배었다는 게 그런 거 같더라고.” (김성주)

앞선 두 가지 문제를 포괄하는 세 번째 문제는 역시 기초 부족이었다. 사장님은 조리한 다음 곧바로 설거지해야 한다는 걸 몰랐고, 막창을 초벌할 때도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바싹 구워서 맛을 떨어뜨렸다. 또, 막창에 양념을 입히는 방법도 몰랐다. 물도 붓지 않은 채, 그래서 양념이 탈까 봐 약한 불에 볶고 있었다. 그러니 채소도 익지 않았고, 막창과 양념은 따로 놀았다. 갈 길이 멀었다.


여기까지였다면 무난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장님은 퇴장하려던 백종원을 붙잡고 “지금 바비큐만 알려주셔서… (프라이드치킨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도 배워보고 싶고 그래서…”라며 엉뚱한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메뉴를 줄이고 싶다던 사장님의 ‘뜬금포’였다. 사장님은 시장의 기존 손님들 때문이라 둘러댔지만, 백종원으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바비큐 하시면서 프라이드 어떻게 하시려고요?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종원은 손님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좀 더 고민해보자고 했지만, 창고에서 회의하던 사장님(남편)은 ‘우리 방식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기어코 프라이드 치킨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족발집도 같은 실수를 했다. 처음에는 점심 장사를 위해 덮밥을 만들었다가 손님들이 몰려오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이다. 치킨바비큐&불막창집도 같은 우를 범하고 있었다.


그동안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례들을 보면 대체로 백종원과 사장님 간의 ‘티키타카’가 가능한 경우들이었다. 반면, 반응이 나빴던 경우들은 기본기는 전혀 없으면서 과욕을 부리는 사장님들이 출연했을 때였다.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은 후자에 속했다. 위생과 청결, 조리의 기본을 익히는 데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과욕은 금물이었다. 


제작진도 고심이 많을 것이다. 굳이 ‘빌런’을 섭외할 생각은 없겠지만, 자꾸 이런 식당들이 출몰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실제로 요식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준다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기도 갖추지 않고 덜컥 식당부터 차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처음 사업에 뛰어들 때의 열정과 패기가 사라지고 난 후에 남은 게 무엇인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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