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는 왜 강형욱 반려견의 영정사진을 찍게 했나

조회수 2020. 4. 8.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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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보낼 준비를)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혈액암을 앓고 있는 강형욱 훈련사의 반려견 다올이는 현재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다올이에게 남은 시간은 길면 1년, 짧으면 3개월뿐이었다. 에너지 넘쳤던 다올이는 이제 기력이 쇠하고 눈까지 잘 보이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내고 있었다. 다올이를 소개하는 강 훈련사의 표정은 심란해 보였다. 너무 사랑하는 친구를 소개하기에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가 그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금세 심란한 얼굴이 됐다.


강 훈련사는 다올이가 세 살 무렵에 처음 만나게 됐다며 둘의 특별한 인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개한테 물려서 병원에서 7일 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데요. 퇴원하고 나서 저희가 데리고 왔죠.” 그렇게 다올이는 강 훈련사와 가족이 됐다. 강 훈련사는 다올이와 산책하러 나가면 이웃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뿌듯해했다. 또, 다올이가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 줬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나(이경규)는 많이 보냈지. 보내 보면 참 어려워, 어려워요. 어른들 돌아가시고 하면 삼일장 치르고 하는 게 아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거거든. 사람들 불러서 같이 얘기도 하고, 술도 먹고 그러잖아. 개는 그런 게 없는 거야. 개가 죽으면 나만 슬퍼해야 돼.”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다올이가 출연하게 된 까닭은 강 훈련사에게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몸이 아픈 다올이의 죽음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지만, 강 훈련사는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코너인 ‘행복하게 프로젝트-훌륭한 사진관’은 다올이의 영정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통해 강 훈련사와 다올이가 예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이경규와 이유비로부터 제안을 받은 강 훈련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경규는 안쓰러워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던 반려견과의 이별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내 마음이 이게 아닌데, 왜 이러지…” 고개를 떨군 강 훈련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진 찍기가 싫어요. 사진 찍기가 싫어요.” 


강 훈련사는 평소 다올이의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라고 했지만, 영정사진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건 (다올이의)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강 훈련사는 애꿎은 목줄을 만지작거렸으나 마음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 듯했다. 다올이는 그런 강 훈련사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강 훈련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위로를 건넸다. 마치 ‘나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남들은 뭐, ‘(나를 두고) 개통령이다’, ‘강아지 잘 안다’고 하지만 이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찍고 싶지가 않았어요.”

누군들 반려견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경험이 없었던 강 훈련사였기에 더욱더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직) 떠나보낼 준비를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강 훈련사는 다올이를 보내고 안 보내는 게 마음대로 될 줄 알았다며 스스로를 두고 이기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나 누가 그 마음을 탓할 수 있을까.


강 훈련사가 가장 두려운 건 다올이가 없는 일상을 맞닥뜨리는 일이었다. “제 옆에 다올이가 없겠죠? 제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항상 옆에 왔던 친구가 없겠죠?” 그게 무서운 거예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순간들에 다올이가 있었는데…” 강 훈련사는 힘을 내기로 했다.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다. 가장 멋진 모습의 다올이를 기억하는 것도 그 과정이었다.

혹자들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준비하(거나 기리)는 보호자들을 두고 ‘유난을 떤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의하기 어렵다. 그건 반려동물에 대한 몰이해와 미성숙을 드러내는 생각이다. 보호자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 그 이상의 존재이고, 따라서 그 상실감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매일같이 일상을 공유하던 반려동물이 사라진 그 빈 시공간이 주는 허탈감 말이다.


실제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뒤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우을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의 ‘pet’과 상실을 뜻하는 ‘loss’를 합친 단어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반려동물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이경규의 말처럼 개가 죽으면 보호자만 슬퍼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호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이별의 과정을 돕기 위해 최근에는 반려견의 영정사진을 촬영해 추억을 쌓게 하거나 사후에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이별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난 1월 26일 가수 조권은 SNS를 통해 17년 동안 함께 했던 반려견 행운이가 떠났다며 장례식을 치른 모습을 공개했다. 추모의 시간을 통해 이별을 위로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생애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건 반려인들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나 일상을 공유했던 가족 같은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건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이미 반려인구가 천만을 넘어섰다. 언제까지 반려견의 죽음을, 그 고통과 슬픔을 보호자 개인에게 감당하게 해야 할까. 사회적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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