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이 꼭 게을러서만은 아니라는 '과학적인' 이유

조회수 2020. 4. 1.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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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변명으로 이용하진 말자.

아침형 인간이 부지런함의 표본으로 대접받고 존경받는 세상입니다. 아침형 인간을 추켜세우고 칭송하는 말은 넘쳐납니다. 반대로 늦게까지 안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굉장히 쉽게 게으르고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얼마 전 저는 인간의 생체주기에 관한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의 요지는 우리에게는 각자 잠을 자고 깨어나는 일을 되풀이하는 일종의 신체 주기가 있는데, 그 신체 주기는 모두가 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많은 사람이 밤 11시에서 아침 7시 사이에 잠을 자야 몸이 편안합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40% 정도는 선호하는 수면 시간이 조금씩 다릅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편한 올빼미족인 친구도 있고,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종달새형에 해당하는 아침형 인간도 있습니다. 이는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결정된 특징입니다. 바꾸기 대단히 어려운 습관이죠. 주어진 생체주기를 거스르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당혹스러운 건 우리 사회가 올빼미족에게 씌워놓은 갖가지 오명입니다. 아침형 인간이 대접받는 사회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올빼미족은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니까요. 늦게 잠이 들고 오전에는 대개 비몽사몽인 동료, 친구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올빼미족 가운데 정도가 심한 이들은 사실 평생 몸에 익지 않을 수면 패턴을 규범으로 정해놓은 사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받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들이 수면 패턴을 바꿀 수 없다면, 사회가 이들을 좀 더 포용하는 건 어떨까요? 


흔히 늦잠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수면 위상 지연 증후군(delayed sleep phase)이 있는 정도가 심한 올빼미족 몇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새벽 두세 시 전에는 웬만해선 잠이 들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두면 정오쯤 일어났을 때 가장 개운함을 느끼는 이들입니다. 선호하는 수면 습관이 원래 이런 사람들입니다. 게으르거나 건강상 따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있지만)


늦잠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게으르고,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낙인은 일종의 공식처럼 정해져있어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캔자스 주 오버랜드파크에 사는 34살 캣 박(Kat Park) 씨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인생의 패배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털어놓습니다. 엄격한 한국인 가정에서 자란 박 씨는 부모의 기대에 맞추느라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잠 자는 시간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그냥 게을러터졌다고 생각하셨어요."

대학교 다닐 때 박 씨는 아침에는 각종 각성제를 먹고 밤에는 또 술을 마셔야 했습니다. 술을 잘 마셔서 그랬던 게 아니라, 아침에 도저히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서 먹은 각성제 성분이 밤이 돼도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는지 잠이 오질 않아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해야 했던 겁니다. 사회가 ‘옳다’고 정해놓은 시간표에 맞춰 살다 보니 자신의 생체주기는 깡그리 무시한 채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은 늦잠을 너무 자주 자 해고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노던애리조나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21살 카시디 솔로키스(Cassidy Solokis) 씨도 서러웠던 일이 많은 올빼미족입니다.

"사람들은 맨날 저를 놀려대요. 어쩜 그렇게 게으를 수 있냐면서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을 좀 더 해보라고들 쉽게 말하죠. 정말 짜증나는 게 저는 진짜 진짜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그 습관이라는 게 정말이지 몸에 배질 않는데 어떡합니까?"

솔로키스 씨는 의사를 찾아갔었지만, 의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그저 커피를 좀 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죠, 다시 찾아가서 여전히 잠 자는 시간이 문제라고 했더니 그 의사는 저더러 거짓말 하는 거 아니냐며 되려 저를 의심하더라고요."

의사도 믿어주지 않을 정도라면, 의학적 지식이 없는 보통 친구, 직장 동료들은 오죽할까요? 솔로키스 씨는 한참 설명을 하다 보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 해요."

안드레아스(Andreas)라는 이름의 또 다른 수면 위상 지연 증후군 환자와도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안드레아스도 이 문제를 남들에게 털어놓고 이해시키는 게 너무나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제게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이미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건 어차피 사람들에게 백날 말해봤자 이해해줄 일이 아니겠구나. 그냥 나 혼자만의 비밀로 해두자, 이런 생각이요."

자신의 생체주기와 다른 사회적 시간표 속에서 끝없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몸을 달래가며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성토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시애틀에 사는 26살 에이미(Amy)는 아침마다 허둥지둥 일터에 지각하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말합니다.

"종종 그렇듯 지각을 해요. 이미 아침 회의가 진행 중이에요. 저는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거죠. 뒤늦게 회의에 들어가봤자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러면 또 누군가 제 의견을 물었을 때 엉뚱한 말이나 하게 되는 거죠. 끔찍해요 정말."

늦잠 증후군은 아주 극단적인 증상으로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늦잠 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올빼미족에 속하는 이들은 다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스트레스를 받고 경미하게나마 몸에도 매일 무리를 주며 일상을 살아가는 셈입니다. 9시까지는 자야 개운한 당신에게 아침 8시에 잡힌 중요한 미팅이 그렇고, 특히 늦잠 증후군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아침 일찍 시작하는 수업이 그렇습니다.

저녁 시간을 더 활용하자는 주장을 펴는 단체 B 소사이어티의 창립자 카밀라 크링(Camilla Kring)은 올빼미족이 여러모로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침 일찍 하는 회의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이미 상쾌해진 머리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올빼미족은 간신히 눈만 뜨고 있는 동안에요."

인터넷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크링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수면 패턴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한 근무 시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존 시간표를 한두 시간만 늦춰도 생산성이 크게 오를 수 있어요."

꼭 올빼미족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언제든 각자 가장 달게 잠을 자고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회사가 배려해야 한다는 거죠.


2012년 발표된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내립니다.

"저녁형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올바르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건강에 좋지 않고, 반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건강에 좋은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적인 규범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각자 선호하는 수면 시간이 다른데, 사회적인 권장 수면 시간이 아침형 인간에게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늦잠을 자줘야 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해쳐가면서 버티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인 규범을 바꾼다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한 번 시도해볼 만한 일 아닐까요? 

원문: vox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번역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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