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장사 그만두세요!” 말 나온 한 ‘골목식당’의 역대급 위생상태

“이 프라이팬은 며칠 된 겁니까?”

205,215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어제, 오늘은 프라이팬을 안 닦으신 거네요?”

“네.”

“이 프라이팬은 며칠 된 겁니까?”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바쁘지 않아서 요즘엔 더…”

백종원은 고개를 쭉 빼고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의 주방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가림막이 있어 시야가 닿지 않았다. 분명 주방 쪽에서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음에도 달리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미리 설치돼 있던 카메라는 주방을 훤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상황실에 앉아 있던 김성주와 정인선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무엇을 본 걸까? 도대체 부부가 운영하는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의 주방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치킨바비큐&불막창집 사장님(아내)은 초벌된 막창과 치킨에 양념을 바르고 조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꺼낸 프라이팬은 전혀 세척이 돼있지 않았다. 양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프라이팬이었다. 물론, 조리가 연속적으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성주와 정인선의 미간이 찌푸려졌던 이유는 오늘 치킨바비큐&불막창집에 손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프라이팬이 언제 설거지 된 건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김성주는 조리를 끝내고 상황실로 올라온 사장님들에게 프라이팬에 대해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프라이팬은 세척된 지 오래된 것이었다. 심지어 사장님은 언제 설거지를 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퇴근할 때 비닐을 씌워 보호(?)하고, 그렇게 한참을 쓰다가 지나치게 더러워지면 그제야 설거지를 한다고 했다.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없어 이틀보다 더 됐다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백종원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동안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을 방문했던 손님들도 이번에 방송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됐을 것이다. 다행히 백종원은 함께 시식하기 위해 정인선을 호출했고, 다급히 달려온 정인선은 “대표님 드시면 안 되는데…”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르면 먹었겠지만, 알고서 먹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위생관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내의 경우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 않았다지만, 남편은 한식 자격증까지 갖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요리법을 전수받았다고 했다.) 방송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화구 청소 등을 두고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로 미뤄 보건대 남편도 이 프라이팬의 공범이 확실했다. 예고편에는 백종원이 “당장 장사 그만두세요!”라고 호통치는 장면이 담겼다. 오랜만에 혈압을 올리는 식당(빌런)이 등장한 것이다 .


훈훈했다가(공릉동 찌개백반집) 눈물을 쏙 뽑았다가(원주 칼국숫집) 이번엔 황당했다. (혈압이 오르는 건 그다음 순서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군포 역전시장을 찾았다. 1950년대 농산물을 거래하던 군포장이 2005년 이름을 바꾼 게 군포 역전시장이었다. 7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었다. 그런데 오랜 역사에 비해 특색이 없었다. 서사가 없는 곳에 손님이 모이긴 힘들었다. 


그래도 앞선 두 식당은 무난했다. 부부 사장님이 20년째 운영하는 시장족발집은 슴슴한 맛을 지적받았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었다. 떡볶이와 맥주의 조합을 내세운 떡맥집은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고춧가루만 들어간 떡볶이는 맛이 가벼웠고, 튀김 등도 별다른 경쟁력이 없었다. 두 식당 모두 평범했다. 그렇지만 백종원이라는 양념이 첨가되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

문제는 역시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이었다. 맛을 떠나서(맛도 좋을 리 없다) 위생 관념이 전혀 없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이런 식당이 위험한 건 식당(요식업)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식업계가 아닌가. 요식업계의 베테랑인 홍석천조차 코로나19 때문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1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던 이태원의 식당(마이첼시)을 휴업하고 있다.


그런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식당이 ‘맛’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중의 기본인 ‘위생’으로 지적받는다면 수많은 요식업 종사자들로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생은 식당 주인과 손님 사이에 공유하고 있는 암묵적인 신뢰다. 손님들은 값을 치르고 음식을 사 먹는 식당이 (맛도 있어야 하겠지만) 최소한의 위생은 지켜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관계성이 깨져버리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보다 더 큰 타격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여러 업종들이 반강제적인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물론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끔찍한 시기일 수 있지만, 불가피한 일이라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요식업 전체에도 그런 정비의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좋은 식당’을 만들면 손님들은 찾아갈 것이다. 깨끗한 위생 상태를 갖추고, 전문성 있는 맛과 서비스를 완성한다면 어찌 손님들이 외면하겠는가.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직썰을 앱으로 만나세요.

(안드로이드 버전)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