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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중 '피' 본 강형욱, '착한 척 말라' 보호자 다그친 이유

조회수 2020. 3. 24.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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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척하는 건 무능한 거예요."
“잉글리쉬 불도그 같은 견종의 경우에는 훈련에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들어요.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 일 년은 걸린다고 봐야 해요.”

보통 잉글리쉬 불도그는 사람과 교감이 좋고 인내심이 뛰어난 견종으로 유명하다. 순하고 느리며 반응도 많이 없는 편이다. 실제로 잉글리쉬 불도그 장군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경규는 강형욱 훈련사의 설명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런데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네 살짜리 쿤은 달랐다.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극도의 흥분에 휩싸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언제든 달려들 준비가 돼 있는 듯했다.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쿤이는 격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감히 어디를 들어오려 하냐’는 듯했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쿤이는 그걸 뛰어넘을 것처럼 보였다. 보호자가 나서서 말려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쿤이는 보호자의 발을 물었고, 결국 격리조치 될 수밖에 없었다. 보호자는 집에 손님이 오지 못한 지 3~4년 정도 됐다고 털어놓았다. 


가족들도 공포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쿤이는 자연스럽게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어머니는 쿤이가 나타나면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주기 바빴다. 예전에 화장실에서 쿤이를 피하다 미끄러져 뇌진탕이 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존은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호자는 자신이 쿤이의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므로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말을 듣고 강 훈련사는 길고 길었던 훈련을 시작했다. 


강 훈련사는 신발을 신고 거실로 진입했다. 잉글리쉬 불도그는 발등을 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쿤이는 그런 공격적인 행동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했다. 쿤이는 격렬히 화를 내고 있었다. 그건 위협이었다. 강 훈련사는 아마도 쿤이가 화를 낼 때마다 보호자가 어떤 신호라 여기고 밥이나 간식을 줬을 거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쿤이가 으르렁거리거나 짖으면 보호자들이 빨리 움직이며 협조를 해줬다. 

“반려견에게 착한 척하는 건 정말 안 좋은 거예요. 그건 무능력한 거예요.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착한 척하는 거예요.”

강 훈련사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쿤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협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왔는데, 강 훈련사의 태도는 기존의 보호자의 그것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강 훈련사는 쿤이가 소파 위로 올라가자 몸을 날려 단호히 저지했고, 목줄을 잡아채고 통제하려 했다. 쿤이도 만만치 않았다. 격렬히 저항했고, 극도의 흥분 상태가 이어졌다. 처음 겪는 상황에 대변 실수까지 저질렀다.


훈련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지만 쿤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팽팽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3시간째 답은 보이지 않았다. 쿤이는 다시 강 훈련사에게 달려들었고, 이때 흥분한 쿤이의 발톱이 강 훈련사의 팔을 긁어 피가 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강 훈련사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서 훈련을 이어나갔다. 5시간째 됐을 때, 드디어 쿤이는 강 훈련사의 ‘엎드려’를 이행했다. 변화가 시작된 걸까. 


그러나 강 훈련사는 한 번의 ‘엎드려’가 훈련의 끝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했다. 이건 단지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불과했다. 결국 보호자가 목줄을 건네받은 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훈련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이 실천하지 않아서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칫 잘못하면 시도했던 것 자체가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려견은 보호자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보호자들의 집이므로 집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해요. 규칙을 만들고 그걸 지키지 못했을 때 지적을 해야 해요.”

반려견과의 공존, 그건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개는 훌륭하다>에 도움을 요청하는 보호자들의 경우 대부분 그런 규칙이 부재했다. 그나마 규칙을 만들려 시도했다가도 제풀에 지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무한 애정을 쏟아부어 버릇이 나빠지게 방관하고, 명확하지 않은 ‘싫어’로 개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반려견들은 규칙이 없는 집에서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강형욱 훈련사가 개들을 훈련하는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그것이 육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실제로 강 훈련사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서 ‘그만해!’라는 말을 무시하는 아이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보호자가 취했던 행동이 의미 없는 통제였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그저 개라고만 여겼을 땐 인지할 수 없었던 부분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보호자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과도한 애정이 그 대상을 망가뜨리고, 규칙(원칙)이 명확지 않으면 그 어떤 훈육도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개를 대할 때는 그걸 쉽게 잊는 듯하다. 결국 보호자(양육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강 훈련사는 5시간 넘게 포기하지 않고 교육에 몰입했다. 보호자에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반려견과 함께 살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정도의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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