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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오열하게 한 ‘암투병’ 칼국수집 사장님의 한마디

“여러분 덕에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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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칼국숫집 사장님이) 요즘 가게를 자주 비우신답니다.”

“그럴 분은 아닌데. 거기는 후기를 봐도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신다는 글들 많이 봤는데. 딴 데는 몰라도 거긴 진짜 초심을 잃은 데는 아닌데…”

지난 3월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위기관리 특별편’으로 꾸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가게들을 위로하고, 그밖에 운영상의 문제들을 점검하기 위한 시기적절한 프로젝트였다. 우선, 청파동 냉면집과 인천 신포시장 꼬마김밥집 그리고 원주 미로예술시장 칼국숫집이 선정됐다. 백종원은 성실함과 따뜻함의 대명사였던 원주 칼국숫집에 대해 부정적 소문이 돌고 있다는 얘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지만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으니까. 문제는 인천과 원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MC들은 불가피하게 두 팀으로 쪼개지기로 했다. 가게 이전에 대한 조언 등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인천 꼬마김밥집에는 백종원이 가기로 결정하고, 김성주와 정인선은 원주로 향했다. 도대체 원주 칼국숫집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원주 미로예술시장에 도착한 김성주와 정인선은 추억이 그대로 살아있는 가게를 보고 반가워했다. 백종원이 썼던 자필 안내문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가게 문 앞에 ‘휴무’, ‘휴업’이라는 안내 글이 붙여져 있었다. 설마 소문이 사실이었던 걸까. 다행히 안쪽에 사장님이 보여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장님은 너무도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 모습만큼은 6개월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사장님의 초심이 변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세 사람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이렇게 미운 걸 보여드려서 어떡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쓰고 있던 모자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김성주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새 가게 문을 많이 닫으셨다고…” 머뭇거리던 사장님은 결심이 섰는지 입을 열었다.

“내가 건강하지 못해 가지고… 안 좋은 게 걸렸어… 암이 걸렸어…”

아, 이 얼마나 잔혹한 일이란 말인가. 사장님은 작년 12월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했고, 서울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전이 가능성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해서 3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서울에 갈 수밖에 없었고, 머리가 빠져서 주방에는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의 암투병 사실을 숨기고 싶었지만, 저녁에만 가게에 들르다 보니 손님들도 의심하기 시작해 알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운명은 참으로 가혹했다. 지난 6월 방송에서 공개된 사장님의 순탄치 않은 삶은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사장님은 “얼굴에 화장품을 안 발라봤어. 스킨, 로션 같은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었다. 또, 화재로 인해 15년 동안 일했던 터전을 잃어야 했다. 임시 건물에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장사를 이어가야 했지만, 손님들에겐 한없이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던 사장님이었다.

그런 사장님에게 암이라니. 예상치 못했던 사장님의 대답에 깜짝 놀란 김성주는 미간을 찡그린 채 할 말을 잃었다. 정인선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장님에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고된 인생 끝에 만난 행운이었고, 절망스러운 순간에 찾아온 행복이었다. 고작 6개월, 기쁨의 시간은 짧았다. 그런데 무거운 정적 끝에 이어진 사장님의 말은 의외였다. 

“하나도 안 무서워요. 이만큼 행복했으면 됐지 뭐. 진짜 너무 행복해서 너무 편안해. 다 내려놓으니까. 여러분 덕에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정이 들었어. 보고 싶을 땐 이렇게 사진 쳐다보고 그래. 아무 때 가도 난 더 행복 누릴 게 없어. 여러분한테 너무 사랑받고, 근데 보답을 못 한 거 같아서…”

암투병 중인 사장님은 행복하다고 했다. 여러분 덕에 정말 행복했다고, 그래서 편안하다고 말했다. 섣불리 짐작할 수 없는 관조의 태도였다. 잠깐 만났지만 정이 많이 들었다며 그리울 때마다 벽에 붙여놓은 사진을 쳐다본다는 사장님의 말에 울컥했다. 그의 진심이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팠다. 영상 통화로 연결된 백종원이 눈물을 쏟자 계속해서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제작진과 MC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나쁜 운명들에 맞서 스스로를 단단히 지켜왔던 한 사람의 아우라였다. 김성주는 “보답을 하고 가셔야죠. 보답을 안 받으려고 했는데 보답을 받아야겠는데요?”라며 재치있게 웃음을 끌어냈다. 슬픔에 잠겨있던 정인선은 보답으로 건강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울했던 분위기가 다시 정돈됐다.


황경신은 『밤 열한 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쁜 운명 따위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을 너는 가지고 있느냐고 운명에 내게 물었다. 그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원주 칼국숫집 사장님은 그 ‘당신’을 참 많이 가진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엄습해온 나쁜 운명 따위에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빼앗길 수 없는 것을 이미 많이 가졌기에 지금의 고통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사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설 것이다. 20년은 더 할 거라는 약속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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