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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간 ‘트래블러’, 자꾸만 류준열이 생각난 이유

‘여행자’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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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y bien!(아주 좋아!)”

지구 반대편의 땅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직항 노선이 없기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12시간의 장거리 비행 후 공항에서 4시간을 대기하고 다시 비행기 안에서 14시간을 보내야 했다. 도합 30시간에 달하는 이동시간에 지칠 법도 한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당도한 그들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낯선 땅을 여행한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


지난해 초 류준열과 이제훈이 제대로 불을 지폈던 JTBC 예능 <트레블러>(닐슨코리아 기준 2.3%)가 다시 돌아왔다. 전편의 무대가 중앙 아메리에 위치한 쿠바였다면 이번에는 아르헨티나다. 남아메리카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가(면적: 278만 400㎢), 격정적이고 강렬한 탱고의 본고장인 그곳 말이다. <트레블러-아르헨티나>의 ‘트레블러’는 안재홍, 강하늘, 옹성우 세 사람으로 꾸려졌다.


트래블러 삼인방은 공항으로 몰려온 현지 팬들의 예상 못 한 환대에 놀라 서둘러 택시를 타고 숙소 부근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염려됐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환전도 하고 유심도 구입하며 느긋하게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던 강하늘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안재홍과 옹성우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여유 있게 아르헨티나의 공기를 만끽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정신없이 시작된 여행에서 생겨난 묘한 서운함은 택시를 타면서 씻은 듯 사라졌다. 흥이 넘치는 택시 기사는 트래블러 삼인방에게 탱고 노래를 불러주며 아르헨티나의 흥취를 전했다. 안재홍과 강하늘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고, 옹성우도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랜드마크 오벨리스크가 시선을 압도했고, 에비타 벽화가 눈길을 끌었다. 세 사람은 아르헨티나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유럽풍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왜 ‘라틴 아메리카의 파리’라 불리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낭만적인 골목에는 활기가 넘쳤는데, 열정적인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의 매력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제 막 시내에 도착한 트래블러 삼인방은 생소하면서도 매혹적인 도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숙소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과정도 즐겁고 재미있었다. 바야흐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숙소에서 잠시 한숨 돌린 트래블러 삼인방은 시티 투어 버스를 타고 탱고의 성지 ‘라 보카’로 이동했다. 탱고 공연이 펼쳐지는 식당으로 들어갔다가 갑작스레 무대에 올라 춤을 추기도 했고, 장국영과 양조위가 출연했던 영화 <해피투게더>(1997)의 배경이 됐던 철교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어서 아르헨티나의 전통 요리인 ‘아사도’를 먹으며 조금씩 친밀한 여행 동반자가 돼갔다.

아르헨티나 편으로 돌아온 <트래블러>는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시간의 흐름대로 여행의 과정을 차분히 담아내고 과도한 편집을 지양하는 담백한 접근법은 쿠바 편과 동일했다. 이는 다른 여행 예능 들과 차별화된 <트래블러>만의 매력 포인트이다. 그러나 쿠바 편에서 류준열이 보여줬던 ‘날 것 그대로의 여행’이 주는 다큐멘터리적 느낌은 없어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친구 세 명의 유쾌한 여행, 복작거리는 예능적 느낌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다녔던 류준열은 자신만의 여행 철학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이를 시청자들과 충분히 공유했다. 시청자들은 주관이 뚜렷한 류준열의 색다른 여행에 점점 빠져들었다. 가령, 일출과 일몰을 카메라에 담으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장면이라든지 기존 일정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현지 사람들과 교감하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 명의 '여행자'를 경험한 느낌이었달까.


반면, 아르헨티나 편은 (비록 1회만 방송됐을 뿐이지만) 단순한 여행의 나열 같다는 인상을 준다. 안재홍, 강하늘, 옹성우 세 사람의 에너지는 분명 긍정적이었고, 그들의 케미 역시 보기 좋았다. 선한 사람들이 주는 힐링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그림은 tvN <꽃보다 청춘> 등 다른 예능을 통해 익히 봐왔던 것 아닌가.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이미지를 가진 여행자가 주도하던 <트래블러>를 기대했던 시청자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여행자’가 도드라지지 않고 그저 ‘여행’만 존재한다면 굳이 <트래블러>라는 제목을 붙일 이유가 없다. <트래블>로도 충분하다. 물론 트래블러 삼인방에겐 앞으로 2주간 7,000km의 여정이 남아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는 트래블러 삼인방 그 자체”라고 공언한 최창수 PD의 말대로 2회부턴 좀 더 다양한 그림들이 펼쳐지리라 기대한다. 그런 변화가 없다면 자꾸만 류준열이 떠오를 것만 같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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