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성 예능인의 더 많은 기회 위해 필요한 것

조회수 2020. 1. 20.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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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지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화려한 시상식은 끝났다. 안영미는 MBC 연예대상에서 ‘뮤직&토크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으며 “댓글의 힘을 통해 MC 자리를 맡게 됐다”며 “여러분의 선한 영향력을 통해 저와 같은 사람 많이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는 ‘남성 MC 중심의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에게 힘을 보태달란 호소였다.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여성 예능인은 이영자가 최초다. 박나래는 MBC 연예대상에서 여성 예능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대상을 수상했다. 공중파 시상식의 긴 역사에도 불구, 우리가 ‘대상 받는 개그우먼’을 마주한 건 손에 꼽는다. 그러니 안영미가 대중에게 호소한 ‘선한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다.

출처: ⓒ김숙 인스타그램
“개그우먼에게는 기회가 적을뿐더러 소비되는 이미지가 천편일률적이다.”

박미선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당시 “여성 예능인은 남편과 시댁 험담을 해야만 화제를 얻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젊은 여성 예능인들은 예쁘거나 못생긴 캐릭터로 소비됐다.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부여되는 고정적인 잣대는 예능계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이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예능인에게 큰 제약으로 작용했다.


공중파 간판 예능 진행자는 남자 개그맨 차지였다. 이른바 ‘강라인’, ‘유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줄타기로 브라운관은 그들의 친한 남자 동료로 채워졌다. 오랜 관행이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으로 호명될 영예도 그랬다. 그동안 박나래는 대상 후보로만 3년을 시상식에 참석했다. 여성 예능인들은 일회성이거나 단편적인 출현에 그쳤다. 예능계의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여성 예능인들은 충분한 커리어가 쌓여도 ‘예능인’으로서 자신을 대표할 프로그램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한 방송사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었다.

소비되는 대상에서, 주체로

때문에 여성 예능인들은 공중파 밖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야 했다. 송은이는 방송이 들어오지 않자 김숙과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했다. 탁월한 진행 실력과 호흡으로 새로운 인기를 구축한 그들은 ‘셀럽파이브’를 통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와 함께 ‘비보TV’에서 ‘판벌려 시즌2’를 기획했다.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셀럽파이브는 다시 공중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거나’, ‘키가 작거나’, ‘머리가 짧거나’와 상관없이 예능인으로서 각자의 개성을 만들어갔다. 박나래는 키 148cm의 연예대상 ‘패셔니스타’가 됐고 김숙은 미혼이라는 딱지 대신 ‘걸크러쉬’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닌 주체가 돼 시장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누군가를 배척하는 대신 합심하는 방식으로. 송은이, 김숙 등의 주체적인 활동은 마땅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여성 예능인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이 됐다.

출처: ⓒMBC 연예대상

남은 건 대중의 응답이다. 김숙은 올 한 해 KBS에서 프로그램을 세 개나 진행했지만, 연예대상 무관에 그쳤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공중파 밖을 노려야 했던, 혹은 “땜빵으로” 시작했던 그들에게, “댓글이 안영미의 자리를 만들어줬듯” 이제는 대중이 알아봐 줄 때다. 우리가 시청한 프로그램들이 불공평한 시장에서 비롯됐다면 우리의 소비도 그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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