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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음원 사재기 편이 더 충격적이었던 이유

음원뿐 아니라 국민청원도 조작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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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세계- 음원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발단은 2018년 4월이었다. 당시 JYP의 트와이스, YG의 위너, SM의 엑소-천백시 등 3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신곡을 들고 컴백했다. ‘아이돌 대전’이라 불릴 만큼 뜨거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모두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만큼 누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느냐를 두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변이 벌어졌다. 당시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닐로의 ‘지나오다’였다. 2017년 10월 31일 발매됐던 이 곡은 4월 12일 새벽부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순위가 급상승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위까지 꿰찼다. 팬덤도 없고, 방송 출연 등의 노출도 없는 가수가 단지 입소문만으로 팬덤이 막강한 3대 기획사 아이돌을 제칠 수 있는 걸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바이럴의 파급력이 그렇게 큰 것일까.  


의문은 의혹으로 번져갔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세대별 50대 음원차트까지 석권했다.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제친 기록이었다. 음원 사재기 의혹에 불이 붙었다. 이런 반응이 불쾌했던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사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냈다. 문체부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음원 소비 패턴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고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문체부는 ‘사재기는 없었다’가 아니라 ‘파악이 어렵다’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음원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개별 수요자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없어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기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찌 됐든 사태는 이렇게 잠잠해지는 듯했다. 방법이 없다는데 어찌하겠는가.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

잠잠해진 호수에 큼지막한 돌덩이가 떨어졌다. 2019년 12월 24일,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가뜩이나 의혹들이 만연해 있던 터라 여론은 뜨겁게 타올랐다. 이참에 음원 사재기를 제대로 파헤치고 뿌리뽑자는 의견이 쏟아졌다. 거론된 해당 가수와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했다. 박경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저희 <그것이 알고 싶다>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 여름 정도에 저희가 앨범을 냈었는데 ‘바이럴 마케팅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왔었습니다. 여기서는 ‘저희의 목표는 차트 30위가 목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 차트 30위가 마음먹는다고 되는 건가? 특히 우리 같은 팀이? 되게 괴상한 거죠. (...) 수익을 7대 3으로 나눠서 7은 그쪽에서 가져가고 3은 저희가 가지고 가는 거고, 그 기간은 1년 인가 1년 반 동안에 유지가 된다는 말을 했었어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사재기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안은 너무 오래 전부터 쭉 받아왔었기 때문에 저희는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타이거 JK)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2020년 첫 방송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들여다봤다. <그알>이 추적한 사실들은 꽤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바이럴 마케팅(viral advertising, 입소문 마케팅)’ 제안을 받은 적 있다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았던 타이거 JK를 인터뷰했다. 타이거 JK는 당시 음원 사재기를 제안했던 쪽에서 작업 비용으로 ‘1억 원’을 제시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싱어송라이터 말보는 자신의 노래를 차트에 진입 시켜 주겠다며 접근한 브로커를 호기심에 만난 사실이 있다면서, 그가 만났던 사람은 “우리는 그냥 무작정 진입을 시키는 게 아니다. 밑바닥을 다 깔아놓고 사람들한테 정정당당하게 진입하는 거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음원 1위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3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이었다. 말보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자리에 나간 것 자체를 후회했다고 한다.  

‘무작정 진입을 시키는 게 아니다’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또, ‘밑바닥을 다 깔아놓고’, ‘정정당당하게 진입하는 거로 보인다’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바이럴 마케팅 말고도 무언가가 더 있다는 뜻일까. 혹은 바이럴 마케팅은 눈속임이라는 의미일까. <그알>은 홍보대행업체 관계자의 고백을 들려줬다. 그는 한 번쯤은 진실이 알려졌으며 좋겠다는 마음에 제보한 것이라며 더욱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자꾸 페이스북으로 띄운 거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거고 페이스북 하면서 이 작업도 같이 들어가는 거죠.”

그건 ‘음원 조작’이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한 대의 컴퓨터에 수많은 창을 띄워놓고, 같은 음원을 반복 재생하는 방식으로 차트 순위를 올리는 작업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게 가능한 걸까. <그알>은 컴퓨터 관련 전문가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인 걸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음원 사이트에 접속 가능한 아이디와 아이피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그알>은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한 가수의 음원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다시 말해서 조작 업체는 음원 사이트의 아이디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알>의 취재에 따르면, 한 달에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음원 사이트의 아이디와 아이피를 살 수 있었다. 더욱 심각한 건 명의도용까지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디를 도용당한 피해자는 “전혀 듣지 않는 노래가 하루에 3,600회 정도 재생이 됐다고 나와 있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알>은 ‘바이럴 마케팅’과 연개된 ‘음원 사재기(조작)’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박경이 언급한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를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그알>이 방송된 뒤, 해당 가수와 소속사는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소속사가 홍보를 부탁했을 뿐이라면, 또 실제로 그렇게만 조건을 달았다면 범죄 여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의혹만 있을 뿐이다. 

<그알>이 방송된 후 아이유는 ‘왜 음원 사재기를 하는지 알 거 같았다’는 내용의 방송 화면을 게재하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는 글을 남겼다. 선미와 현아도 <그알> 방송 화면을 찍어 게시했다. SG 워너비의 김진호는 “연예계 관계자 중 <그알> 보며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는 “예술에 ‘예’를 빼고 ‘술’만 타서 돌리는 겉멋 싸움, 수많은 지망생과 동료들이 그들의 욕심에 희석된다”고 성토했다.


사실 문제가 음원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극단적인 해결책은 있긴 하다. 문제의 근원인 ‘음원 차트’를 없애버리면 된다. 순위가 존재하는 한, 그 순위가 수익과 직결되는 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유혹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양심에 기대 ‘음원 사재기를 하지 맙시다’라고 외치는 건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여기에 수많은 이권이 개입돼 있을 것이기에 쉽진 않겠지만, 원천적으로 문제의 싹을 봉쇄하는 방법만이 음원 사재기를 없앨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이긴 하다만. 

“저한테 의뢰를 주셨던 분이 ‘국민청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20만 달성하려고 그것도 제가 거의 한 4만 정도는 올린 거거든요. 네이버나 카카오톡 아이디로 로그인하기가 있어서 작업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알>의 문제 제기는 ‘음원 사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음원 조작’이 가능하다면 ‘실검 조작’, ‘댓글 조작’, ‘특정 글 밀어내기’도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닐까. 실제로 이와 같은 ‘조작 시스템’은 음원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부문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돼 있었다. <그알>은 심지어 ‘국민청원’마저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4만 정도는 자신이 올린 것이라는 제보자의 말은 참담하기까지 했다.


‘여론도 돈으로 살 수 있고, 예술마저 기술이 돼 버린 세상’, ‘거짓이 판치는 세상.’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상의 모든 걸 믿지 않는다면서 날씨, 시간, 기름값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섬뜩하고 무서운 말이었다. <그알>이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분명했다. 눈을 제대로 뜨고 진실을 마주하자는 것이었다.  


음원 사재기가 횡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꿋꿋하게 양심을 지켜나가는 가수들이 존재한다. 또, 음원 차트와 같은 불공정한 판을 바꿔보려는 사람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실은 참담하지만,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지금의 분노는 현실을 바꾸는 가장 좋은 에너지가 될 것이다. 김상중은 방송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언제까지 대중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그건 ‘음원차트’에만 국한된 문제는 결코 아닐 것이다.

“예술이 기술과 다른 이유는 그 속에 인간이 만든 진심이 들어가 있다는 걸 겁니다. 마음이 닿지 않는 작업이 언제까지 대중의 눈을 속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여전히 기계로 음원 순위를 움직이고, 돈으로 인기를 사고 계시다면 더 서두르셔야겠습니다. 어느새 대중들은 곧 당신의 작업을 눈치채고 불공정한 음원차트를 신뢰하지 않게 될 테니 말입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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