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욕만 하다 끝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조회수 2019. 12. 26.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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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씨, 쪽팔리니 자진해서 내려오세요."
출처: ⓒ연합뉴스
▲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텅 빈 국회의 모습
“의원 여러분 자정이 넘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기가 종료되어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하신 의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12월 26일 0시가 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 폐회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50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던 선거법 필리버스터도 끝이 났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199개 안건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이후 스쿨존의 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등 일부 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여야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본회의 상정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4+1 협의체의 선거법 합의안이 늦어졌고,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에 난입을 시도하면서 본회의는 계속 연기됐습니다. 


12월 23일 본회의가 열리자 자유한국당은 회기 결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법 해석상 회기 결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고, 표결 결과 임시국회 회기는 12월 25일까지로 가결됐습니다.

192시간 25분 vs 50시간 10분

▲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 토론자와 발언 시간

12월 23일 오후 9시 49분부터 시작된 선거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50시간 10분 간 진행된 후 종료됐습니다. 2016년 2월 벌어졌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192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던 것에 비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본회의 회기 기간이 달라 둘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전자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필리버스터의 경우는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개정에 찬성하는 민주당·정의당도 함께 발언자로 나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필리버스터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세 번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언 도중 3분 가량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필리버스터 도중 토론자가 중간에 자리를 뜰 수 없지만, 국내 국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2016년 필리버스터 중에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바 있습니다. 


2016년 필리버스터의 최장 발언 기록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12시간 31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5시간 25분으로 가장 길게 발언했습니다. 


4시간 54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던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회의 회기 종료에 따라 토론을 마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문희상 집중 공세 펼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막말도 쏟아졌습니다. 선거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인지 문희상 의장을 비난하기 위한 필리버스터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 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간다.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의장직에서) 내려오겠다.”

-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 의원들이)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아들 공천’을 외치면 외칠수록 자식의 지역 인지도만 올라갈 뿐이라고 문 의장이 설마 그렇게 말했나. 그런 말을 어떻게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할 수 있나. 그것이 시정잡배와 다를 게 무엇인가.”

-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문 의장의 별명이 장비였다. 외모도 그렇지만 신의 있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알았다. 어느 날 그 장비가 동탁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가 됐다.”

-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의장은 국회의 질서유지·의사정리·사무를 감독하는 입법부의 장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가리켜 ‘시정잡배’, ‘동탁’, ‘쿠데타의 주모자’라며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문 의장을 ‘문희상 씨’라 부르며 ‘쪽팔리다’며 의장직에서 내로 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권 의원은 문 의장이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자 “졸지 마세요. 나잇값을 하나, 자릿값을 하나”고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문 의장은 “당신이 (나를 의장으로) 뽑았다.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전희경 의원은 문희상 의장을 ‘시정잡배’로 비유했고, 박대출 의원은 삼국지에 나오는 ‘역적 동탁’을 끌어오기도 했습니다. 


필리버스터의 본질은 다수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소수당이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설명·설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싸움의 연장선과도 같았습니다. 


필자 또한 이번 필리버스터를 쭉 지켜봤지만, 귀에 들어오거나 공감할 수 있는 선거법 반대 논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가장 짧은 시간 동안 발언한 유민봉 의원의 파워포인트 화면과 그가 토론 말미에 외친 ‘메리 크리스마스’ 발언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민주당이 소집 요구한 임시국회 일정은 26일 오후 2시입니다. 민주당 계획대로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면 선거법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공수처법이 상정될 경우 자유한국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습니다. 만약 26일 본회의가 열리면 탄핵소추안을 표결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휴식 등을 이유로 하루 쉬고 27일에 본회의를 열 수도 있습니다. 


2019년이 끝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과 유치원3법 등 남아 있는 민생법안이 모두 처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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