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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추적기'에서 벗어난 VIP, 막장 오명 벗을까?

조회수 2019. 12. 18.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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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투쟁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두 분 사이에 틈을 만들고 싶었어요.”

본격적인 파국의 서막이 올랐다. 정선(장나라)은 자신에게 남편의 불륜 사실을 담은 문자를 보낸 이의 정체가 유리(표예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극도의 분노에 휩싸였다. 곧바로 유리를 찾아간 정선은 뺨을 때렸다. 뒤따라온 성준은 정선을 발견하고 태연하게 이름을 부르더니 쓰러져 있는 유리를 안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정선은 성준의 뺨을 치고 자리를 떠났다.


정선은 홀로 상념에 잠겼다. 원래 생각대로 협의 이혼을 하고 이 진흙탕에서 벗어나야 할까. 아마도 그건 성준과 유리가 가장 바라는 그림일 것이다. 정선은 복수를 떠올렸다. 자신의 안락한 가정을 파괴한 저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삶을 산산조각 낸 저들을 인내할 자신이 없었다. 정선은 모두 함께 지옥으로 가는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고, 협의 이혼 신청서를 단숨에 찢어 버렸다.

“표정 풀어. 남들이 봐. 생각해봤어. 지금 가장 당신을 괴롭게 하는 게 뭘까. 나 이혼 안 해.”

“서로 지옥이 될 거야.”

“말했잖아. 같이 지옥으로 가자고.”

정선은 부부동반 창립기념일 임원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리저리 둘러대고 있던 성준은 정선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했다. 정선은 그런 성준에게 남들이 보고 있으니 표정을 풀라 하면서 자신은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선포했다.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으며 최대한 괴롭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지 말라는 성준의 만류에 정선은 결연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지옥행에 동행하자고 선언했다.


한편, 부사장 하재웅(박성근)은 성준을 필두로 프레스티지팀을 신설해 VIP 전담팀의 알짜를 취했고, 자신의 딸 유리를 프레스티지팀의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정선은 사장 하태영(박지영)을 찾아가 최상위 VIP들의 사회를 구축하는 ‘더 블랙 소사이어티’ 기획안을 제시하며 “제가 사장님께 도움이 될” 거라 말했다. 부사장을 견제할 방안을 모색 중이던 태영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내가 널 공격하게 될 수도 있어.”

“당신은 이미 그러고 있어. 나도 기꺼이 그렇게 할 거고.”

SBS 월화 드라마 <VIP>는 극의 후반부를 정선의 복수로 채울 것을 공표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성준과 유리의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를 주지 않았기에 충분히 예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정선이 어떤 방식으로 두 사람을 응징해 나갈 것인지에 드라마의 성격이 판가름 나는 상황이었다.


<VIP>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속도를 늦추고, 성운 백화점 내의 권력 투쟁으로 극의 흐름을 급전환했다. 정선은 세력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장 하태영과 손을 잡고 부사장은 물론 그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성준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더 블랙 소사이어티’를 위한 TF팀 내에서 맞붙은 정선과 성준의 대결은 드라마 막판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VIP>에 대한 아쉬움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구도가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어땠을까. 지루했던 ‘불륜 상대 찾기’를 상당 부분 덜어냈더라면 피로감을 줄일 수 있었을 테고, 중반의 불필요한 에피소드들을 제거했다면 극이 훨씬 더 신속하게 전개됐을 것이다. 가령, 디포네 회장 다니엘 김(이기찬)의 에피소드는 억지로 쥐어짠 감이 없지 않았다.

하태영의 등장이 좀 더 빨랐다면 연대를 통한 권력 투쟁의 막도 일찍 열렸을 것이다. 지금의 날 선 구도가 종영을 거의 앞둔 13회에서 나왔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또, 시청자들이 이 대결의 승패를 미리 짐작할 수 있게 구도를 짠 점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어차피 ‘제대로 나쁜’ 성준과 유리의 파멸은 예고돼 있고, 피해자인 정선의 통렬한 복수가 예고돼 있기에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VIP>는 총 3회 분량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체적인 구도를 선악 구도로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점, 캐릭터들의 공감대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 백화점 VIP라는 신선한 소재가 불륜에 묻혔다는 점 등은 아쉬웠다. 그러나 워킹맘 송미나(곽선영)의 고충과 이를 이해하게 된 남편 이병훈(이재원)을 뚝심 있게 그리고, 이현아(이청아)를 통해 ‘미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지적한 부분은 긍정적이었다. 


<VIP>의 최후 과제는 정선의 복수이다. 사장과 정선 그리고 VIP 전담팀 대 부사장과 성준, 유리의 대결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드라마에 대한 최종 평가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VIP>의 차해원 작가가 궁극적으로 그리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마지막 3회를 통해 제대로 구현해 내길 기대한다. 매회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장나라는 모든 것을 불태울 준비가 돼 있는 듯 보이니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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