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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좋던 ‘VIP’는 왜 막장 불륜 드라마가 됐나?

‘막장’ 전개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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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먹을 듯한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다음, 욕받이를 세워놓고 처절한 응징을 가하는 스토리는 쉽다. 흔히 ‘막장’이라 이름 붙여진 그 이야기는 그저 쓰이는 대로 쓰면 된다. 어떤 세계관이나 철학이 요구되지 않으며, 인문학적 고민이나 캐릭터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욕먹을 상황들을 잔뜩 만들어 놓고 ‘매우 쳐라!’라고 외치면 된다. SBS 월화 드라마 <VIP>처럼 말이다.


야심 차게 출발했던 <VIP>는 ‘불륜 드라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드라마로 전락했다. 초반에만 해도 <VIP>는 백화점 VIP들의 세계를 조명하고, 그들의 민낯을 파헤치는 예리함을 선보였다.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 VIP 고객(배혜선)의 이야기는 흥미롭기까지 했다. 또, 시청자들과 성준(이상윤)의 불륜 여부를 두고 교묘한 머리싸움을 하며 심리 게임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성준이 정말 불륜을 저질렀는지를 두고 갑론을박했다. 혹시 회사 내의 권력 다툼 과정에서 나온 음모는 아닌지, 엄마의 외도를 경험했던 정선(장나라)이 심리적 트라우마 속에서 성준이 대해 오해를 하는 건 아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부사장의 명을 받은 성준이 부사장의 내연녀를 정리하기 위해 돈을 건넨 후 구토를 하는 장면은 성준의 결백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VIP>는 탄력을 잃고 ‘불륜 대상 찾기’로 접어들었다. ‘사무실 내에 범인이 있다’며 의심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온유리(표예진) 등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캐릭터들은 ‘불륜’이라는 틀에 갇혔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범인인지 아닌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됐다.


더 걱정되는 건 <VIP>가 기존 ‘(막장) 불륜 드라마’의 전형성을 강하게 띠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사장의 내연녀라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았던 유리는 알고 보니 부사장의 혼외 자식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기존 색은 퇴색됐다. 거기까진 이해한다고 해도 성준과 유리를 묶는 방식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혼외 자식인 성준은 같은 처지의 유리를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고, 측은지심은 사랑으로 발전했다. 아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유리에게 마음을 터놓게 됐다는 어이없는 전개였다. 유산의 아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정선을 외면한 채 성준은 자신도 힘들어서 그랬다고 항변했다. 겉으로는 다 끝났다고 거짓말하며 정선을 기만한 채 몰래 유리를 만나고 있었다. 


급기야 엄마의 장례를 치르는 유리의 곁으로 달려가 곁에 있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성준의 행동은 전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개연성이나 설득력도 떨어졌다. 유리는 또 어떠한가. 그는 제자리를 찾으려는 성준을 계속해서 유혹했고, 심지어 당돌하게 정선에게 ‘당신 팀에 당신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를 보내 지금의 파국을 열었다.

이로써 성준과 유리는 ‘분노유발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뜯어봐도 두 사람에게 공감할 여지는 없었다. <VIP>의 차해원 작가는 작정하고 두 사람을 ‘욕받이’로 활용하려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정선에게 과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정선이 성준과 유리를 어떻게 응징하는 지만을 기다리게 됐다. 이제 시청자들은 성준과 유리의 완전한 파멸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독해진 정선은 유리의 뺨을 한껏 올려붙이고,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유리는 더욱 집요하게 성준을 잡으려 든다. 한결같이 맹한 표정은 성준은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유리를 뿌리치지 못한다. 복수에 성공하더라도 정선은 무엇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도대체 <VIP>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자극적인 전개를 통해 시청률 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순 있겠지만(12회 시청률 13.2%, 닐슨코리아 기준), 두고두고 좋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긴 어려워 보인다. 남은 4회 분량은 욕받이들을 향한 공허한 복수만 남겨진 듯한데, 알다가도 모를 <VIP>의 ‘막장’ 전개가 안타깝기만 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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