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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한 설정·개연성 없는 전개, 아직 쓴 ‘초콜릿’

‘현 정권 공격수’를 자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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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전골 먹고 싶다. 차영이가 만든 거. 너 안 먹어 봤지? 차영이가 만들어 준 만두전골.”

죽음을 앞둔 변호사 권민성(유태오)은 4년 전에 헤어진 문차영(하지원)을 잊지 못했다. 그의 소원은 죽기 전에 차영이 만들어 준 만두전골을 먹는 것이다. 민성과 베프인 이강(윤계상)은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이유로 친구를 떠난 차영을 경멸하지만, 절친의 소원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리스로 건너갔다. 차영이 그곳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셰프로 있기 때문이다.


강으로부터 민성의 소식을 전해 들은 차영은 혼란스럽다. 민성에 대한 죄책감과 강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사실 차영이 민성을 떠났던 건 어린 시절 첫사랑인 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차영은 끝내 도망칠 수 없었다. 차영은 귀국해 민성이 있는 요양원을 찾아갔고, 구내식당에서 만두전골을 만들어 민성의 약혼녀에게 건넸다. 민성은 그 만두전골을 맛있게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MBC <고맙습니다>, KBS2 <참 좋은 시절>의 이경희 작가가 JTBC 금토 드라마 <초콜릿>으로 돌아왔다.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3년 만의 컴백이다. 명실상부 드라마 퀸 하지원과 영화 <범죄도시>, <말모이>로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윤계상과 손을 잡았다. 언제나 인간애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던 그답게 <초콜릿>에도 온정(?)이 넘친다.

4년 전에 헤어진 연인이 만든 만두전골이 먹고 싶다는 남자, 그런 친구를 위해 무려 그리스로 날아가 기어코 그 여자를 찾아내는 친구, 죄책감에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어코 만두전골을 만들어 전달하고야 마는 여자라니. 그것도 그 남자의 약혼녀에게 말이다. 그 태도는 어찌나 공손한지, 대단한 인간애가 아니고서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초콜릿>은 ‘메스처럼 차가운 뇌신경외과 의사’ 이강과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셰프’ 문차영이 요리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휴먼 멜로 드라마다. 이경희 작가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반된 성격의 남녀가 사랑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대체로 남자 주인공 쪽이 능력이 뛰어나고 까칠한 반면, 여자 주인공은 ‘캔디형’이라는 뼈대는 그대로다. 


강은 거성병원 이사장 한용설(강부자)의 손자다. 그의 엄마는 한용설 집안의 가정부였다. 강은 집안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멸을 받아야 했다. 사촌 형 이준(장승조)과의 경쟁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다. 차영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백화점 붕괴사고 때문이다. 엄마의 사치로 집안이 망했고, 지병을 앓던 아빠는 수술비가 없어 죽었다. 사고뭉치 동생 문태현(민진웅)은 차영의 피를 빨아먹는다.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게다가 두 사람은 어릴 적에 운명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던 사이였다. 이 얼마나 동화 같은 스토리란 말인가. 그런데 뻔하디뻔한 재벌의 집안 다툼, 절친과 얽히고설킨 삼각관계 등의 설정은 지나치게 진부하다. 또, 선악으로 선명히 갈린 캐릭터들은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다.

어릴 때의 짧은 인연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왔다는 설정이나 그 감정이 ‘첫사랑’으로 확장되는 것도 올드하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케 할 정도다. 첫사랑의 절친과 맺어지는 과정이나 첫사랑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그리스로 떠나는 선택도 의아하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설정들은 애틋하다기보다 뭔가 어색한 전개라는 인상이다.


이경희 작가는 전작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도 개연성에 약점을 드러냈다. 출생의 아픔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어둡게 그려냈고, 과도한 운명론을 통해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초콜릿>도 그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야심 차게 준비한 그리스 로케는 영상미를 건지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자체로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내용적으로 어색하다. 


그런데도 <초콜릿>은 시청률 4%대(1회 3.475%, 2회 4.364%, 3회 4.316%, 4회 4.603%)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레트로가 유행이기 때문일까. 마음까지 얼어붙은 차가운 겨울이기 때문일까. 이경희표 따뜻한 감수성이 과연 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개연성의 부족을 뛰어넘고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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