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백종원에 고집 부린 수제돈까스 사장님, '빌런'일까

조회수 2019. 12. 5. 16: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우리라고 얼마나 다를까.

솔루션의 핵심은 솔루션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상호 간의 의사소통과 신뢰다.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자칫 변죽만 울리다 시간만 흐르기 마련이다. 또,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솔루션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면 무엇하겠는가. 의심을 하고 머뭇거린다면 될 일도 어그러지는 법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사장님들은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솔루션을 신청한 케이스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장사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송의 힘을 빌리려 한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분들의 경우에는 솔루션에 대해 고민(의심)할 필요가 없다. 백종원이 누구인가. 요식업계 최고의 스페셜리스트 아닌가. 그는 검증된 카운슬러이기도 하다. 


백종원은 언제나 가장 대중적인 맛을 찾아낸다. 다수의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그 발견들은 누적된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궈낸 값진 성과이다.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다. 백종원은 그 일반적인 맛을 ‘골목식당’들에 적용한다. 어쩌면 기본을 익히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차별화는 기본에 완벽히 숙달된 다음의 이야기다.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장 많은 고민하는 사람은 출연자들이 아니라 백종원이다. 솔루션을 하는 사람은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백종원은 가장 많이 알고, 누구보다 고민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이 솔루션 과정에선 그러하다. 이런 좋은 ‘스승(멘토)’을 만났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전적으로 털어놓고, 전적으로 신뢰해야 하지 않을까.

떡볶이집 사장님은 모든 것을 완전히 백종원에게 맡겼다.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23년의 경력도 겸허히 내려놓았다. 자신이 만든 양념장에 대한 고집도 과감히 버렸다. 그러자 대화가 됐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는 ‘완판’이었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나날이 일일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게다가 ‘백쌀튀김’까지 선물받았다.


반면, 수제돈가스집 사장님은 고집을 부렸다. 온갖 과일을 잔뜩 넣은 자신의 돈가스 소스를 포기하지 못했다. 일주일 동안 장사를 해본 결과, 백종원의 조언대로 바꾼 소스에 대한 반응이 훨씬 좋았지만 자꾸만 딴소리했다. 사장님은 14년 동안 장사를 해왔던 자부심이라 표현했지만 근거 없는 아집처럼 느껴졌다. 또,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를 원한다고 했지만 기본 없는 겉멋처럼 보였다. 


수제돈가스집 사장님은 백종원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했다. ‘도와주러 온 거 아니냐’고 강변했지만, 백종원은 ‘(그건 맞지만) 가려서 받으면 나도 싫다’고 선을 그었다. 진심으로 원하지 않은 솔루션을 수용해 봤자 잠깐일 뿐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어쩌면 그보다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백종원은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의사소통과 신뢰가 깨진 전형적인 솔루션 사례였다.

당장 시청자들은 수제돈가스집 사장님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기회를 줘도 저러냐는 것이다. 예고편을 보더라도 사장님은 빌런 계보에 포함될 조짐이 농후하다. 물론 비난은 쉽다. 방송으로 보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백종원 말만 들으면 만사형통인데 왜 저렇게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는지 의아하다. 왜 자꾸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나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라고 다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조언, 충고는 언제나 쓰다. 관성을 거스르는 건 누구에게나 힘겹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간 떡볶이집 사장님이 대단한 것이지 그 과정에 버퍼링을 겪는 수제돈가스집 사장님이 지나치게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다. 솔루션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의견을 쉽사리 꺾지 못하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솔루션은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일상적이다. 따라서 섣불리 누군가를 ‘빌런’으로 규정짓는 건 지양해야 한다. 수제돈가스 사장님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기회는 자신의 아집을 깨달을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부디 긍정적인 방향으로 솔루션이 완결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민식이법은 악법’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김태호 PD와 유재석, 떼어놓으면 안 되는 이유

직썰을 앱으로 만나세요.
(안드로이드 버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