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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2년 후 A씨가 얻게 된 것

7시간을 종일 서서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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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반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시간, 알람이 울린다.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뜨면 온통 어두운 방에 핸드폰 액정만이 빛나고 있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시간, A 씨는 익숙한 직장 편의점에 출근한다. 


A 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대학생이다. A 씨는 월세가 버거워 아르바이트하기 시작했는데, 평일에는 학교 수업이 있어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그녀가 맨 처음 선택했던 일은 음식점. 

“스무 살 때였어요. 명동에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관광객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해서 온종일 웨이팅이 있는 곳이었죠. 주말마다 하루 7시간씩을 일했는데, 1년쯤 되니까 그만두라는 눈치를 주시더라고요. 다음 해에 최저시급이 올라서 알바한테 돈을 너무 많이 줘야 한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시급의 16% 인상을 앞두고 알바를 그만둔 그녀가 구한 다음 일자리는 편의점이었다. 이후 2년 동안 그녀가 거친 편의점은 3곳, 중간중간 쉬었을 때를 제외하면 약 1년 반 정도를 편의점에서 일했다.

근무 중인 A씨의 모습

출처ⓒ고함20

A 씨는 주말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선다. 근무지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 원래의 출근 시간은 7시이지만 6시 45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밤에는 영업하지 않는 점포이기 때문에 아침에 오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자마자 하는 일은 포스기에 있는 돈 중에서 영업준비금을 제외한 금액을 따로 빼두는 일이에요. 보통은 마감 때 하는 일인데 여기서는 오픈이 하거든요. 아무래도 큰돈을 만지는 일이라 긴장하게 되는데, 처음 했을 때는 거의 삼십 분 전에 나와서 해야 했어요.” 물론 이 시간은 출근 시간 전이기 때문에 무급이다.


7시가 되면 닫혀있던 편의점 문을 연다. 간간이 손님이 오지만 주말 이른 아침에는 수가 많지 않다. 이 시간에 A 씨가 하는 일은 치킨을 튀기고, 매대를 채우는 일. 프라이기가 있는 백룸과 물건들이 있는 창고와 진열대를 오가다 보면 계산대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일하면서 가장 바쁠 때는 의외로 오픈 직후예요. 계산 말고도 할 일이 많거든요. 왔다 갔다 하다가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못 볼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무조건 ‘죄송합니다’하면서 계산대로 달려가요. 가끔 화를 내는 분들도 계세요.”

아침 5시 반에 기상해서 분주히 일하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식사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한 번도 식사 시간이나 휴게시간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늘 카운터 한쪽에서 밥을 먹다가 손님이 오면 급하게 삼키는 식이죠. 어떨 때는 볼이 빵빵한 상태로 손님을 맞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좀 민망하긴 해요.” 식대 역시 따로 주어지지 않아 폐기로 식사를 해결한다.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할 수 없는 음식인 폐기들은, 대체로 알바생들의 끼닛거리가 된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다 보면 서글픈 감정이 밀려온다고. “결국엔 다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이렇게 불안하게 식사를 하면 정말로 ‘현타’가 와요. 물론 음식 자체에 문제는 없다지만 팔 수도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게 서글프달까요.”

알바천국 설문조사. 대부분 서서 일한다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질병을 얻었다고 답했다.

출처ⓒ고함20

A 씨가 일하는 편의점에는 의자가 없다. 7시간을 종일 서 있어야 한다. “의자의 유무는 편의점마다 달라요. 보통 직영점에는 100%의 확률로 없고, 가맹점은 복불복이라고 하더라고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에겐 의자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80조(의자의 비치)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권고조항일 뿐이라서 아무 효력은 없다. 사용자에게 직접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 씨는 지속적인 다리 통증을 느끼다가 얼마 전 방문한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오래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종사자에게도 흔하다고 한다. “그냥 오래 서 있어서 아픈 거라고만 생각해서 좀 놀라긴 했어요. 그래서 약도 처방받고 병원에서 추천해준 의료용 압박스타킹도 샀는데 거의 십만 원이 깨지더라고요. 십만 원이면 열두 시간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인데…” 일주일에 14시간씩 한 달을 일하면 A 씨는 45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A 씨가 사는 원룸의 월세가 45만 원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해도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등록금부터 보증금과 월세, 생활비까지 알바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어요. 한 학기마다 휴학하고 일만 하면 모를까. 그렇지만 이만큼의 돈도 너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종일 서 있다가 병을 얻어도, 손님이 이유 없이 화를 내도 알바를 계속해야 해요.”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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