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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남편 불륜 상대 찾기’가 벌써 김빠진 이유

그들의 ‘비밀’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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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다시피 이현아(이청아)는 ‘범인’이 아니었다. (여기에서 범인이란 남편의 ‘불륜 상대’를 의미한다. 그가 사망한 백화점 VIP가 매입해뒀던 고가의 물품들을 빼돌리려 했으니 범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므로.) 원래 추리 소설에서 초반에 유독 강조되는 용의자는 바람잡이일 가능성이 매우 크지 않던가. 이미 ‘불륜’ 자체의 진위를 의심하고 있는 시청자들은 현아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한 지 오래였다.


나정선(장나라)은 무려 바람을 피웠다고 시인한 남편 박성준(이상윤)을 위해 초밥을 포장해 사무실로 향한다. 밤늦게까지 저녁도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을 성준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무실 안에는 성준 말고도 누군가가 더 있었다. 남편과 단둘이 있는 누군가는 현아였다. 정선은 경악한 채 뛰쳐나갔다. 하필이면 성준이 현아의 어깨에 손을 얹은 순간이었다. 


히스테릭할 수밖에 없는 정선은 익명의 문자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의 ‘당신 남편 여자’가 현아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정선의 오해는 금세 풀렸다. 갑작스럽게 가세가 기울어 빚독촉에 시달리던 현아는 백화점에서 보관 중인 사망한 VIP의 명품들을 빼돌리려다 성준에게 발각됐다. 대학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의 고해성사와 위로의 순간을 정선이 포착한 것이었다. 


상황 파악이 끝난 정선은 현아에게 친구인 자신에게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현아는 “넌 네가 주인공이어야 되는 거지?”라며 받아쳤고, 남편의 불륜과 자신에 대한 의심을 말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괴로움에 휩싸인 정선은 홀로 자책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후 정선은 현아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말할 사람이 그밖에 없음을 토로했다.

사실 현아는 정선에게 익명의 문자가 발송됐던 당일 놓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사무실을 들렀다가 성준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걸 봤던 목격자였다. 현아는 기억을 더듬어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고, 백화점에서 성준의 차가 빠져나간 뒤 온유리(표예진)에 이어 송미나(곽선영)가 나왔다는 걸 떠올렸다. 이제 용의자는 두 명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불륜’이 맞다면 말이다.


SBS 월화 드라마 <VIP>의 지루했던 불륜 상대 찾기가 약간의 진전을 보였다. 용의선상에서 벗어난 현아는 정선을 대체해 새로운 ‘탐정’이 됐다. 그의 매서운 눈은 사무실의 다른 여자들을 향했다. 그러나 그 (엔딩) 장면에서 끌어내려 했던 긴장감은 기대치만큼 긴박하지 않았다. 성준의 대학 후배이자 성준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현아에 비하면 다른 용의자들은 그다지 혐의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나의 경우에는 워킹맘의 고된 현실 속에서도 회사 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승진을 위해 줄타기하는 터라 성준과의 불륜 가능성은 애초에 낮아 보인다. 또, 부사장과의 악성 스캔들로 회사 내에서 고통받는 유리도 성준과의 접점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늘이 짙은 유리에겐 다른 ‘비밀’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VIP>의 ‘불륜 상대 찾기’는 벌써 김이 빠진 듯하다. 애초부터 그 짜임새가 허술해서 모두가 의심스럽다기보다 모두가 의심스럽지 않은 구도가 짜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용의자가 빠지면서 흥미요소가 더 떨어졌다. 무엇보다 잘못을 저지른 남편에 대한 응징이 빠지고, 불륜 상대 찾기에 빠진 정선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드라마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 성준을 계속해서 ‘좋은 사람’으로 그려나가고(정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장모를 위해 돈까지 안겨주고 어떻게든 둘 사이를 중재하려는 따뜻함이라니), 그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는 뉘앙스를 풍기로 애쓴다. 결과적으로 불륜이어도, 불륜이 아니어도 정선만 괴물이 되는 구조다. 도대체 잘못은 누가 했단 말인가. 


불륜의 덫에 갇혀 백화점 VIP 전담팀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VIP>는 앞으로도 불륜 상대 찾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선의 시선 외에 현아의 시선이 더해지며 기존의 단조로운 구도에서 벗어났다는 게 위안이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매력이 감소하고 그 탄력이 줄어든 만큼 새로운 동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까불이 찾기’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그 추리가 드라마의 일부로 유기적으로 기능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VIP>의 ‘불륜 상대 찾기’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드라마의 전부가 돼 버렸다. 그들의 숨겨진 ‘비밀’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졌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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