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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의 모성애가 한편으론 불편한 이유

다소 과거회귀적이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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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드라마 강국으로 부상한 tvN과 JTBC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상파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에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주 방영된 <동백꽃 필 무렵> 32회 시청률은 18.8%였는데, 이는 자체 최고 기록이었다. 40부작으로 끝맺음 될 예정인 만큼 지금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20% 돌파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TV를 소비하는 방식이 워낙 다각화된 시대에 시청률 18.8%의 성적표는 엄청난 성과다. 장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 등 자극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막장) 가족극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동백꽃 필 무렵>은 그런 계보를 잇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시청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드라마다. 엄마에게 버림받아 고아로 자란 동백(공효진)은 강종렬(김지석)과 헤어지고 미혼모가 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옹산이라는 마을로 내려와 ‘까멜리아’라는 (흔히 술집이라 부르는) 음식점을 차리고 생계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색안경을 끼고 동백을 바라봤다. 그의 아들 필구(김강훈)에 대한 시선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동백은 자신을 향한 세상의 무례함에 당당히 맞섰다. 동백은 늘상 가게로 찾아와 치근거리고 심지어 성희롱까지 일삼는 노규태(오정세)를 향해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뿐”이라 소리치는 장면은 동백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더불어 황용식(강하늘)이 동백을 존경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디 동백뿐인가. 유복자로 자란 용식도, 어딜 가나 외부인이었던 밑바닥 인생 최향미(손담비)도 평생을 왜곡된 시선에 맞서며 살아왔다. <동백꽃 필 무렵>은 초반에 동백(과 용식)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었고, 중반 이후에는 향미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하며 감동을 끌어냈다. “인생 운 좋으면 제시카고, 운 나쁘면 최향미인 거지. 별거 있니?”라는 대사는 압권이었다.

이렇듯 선입견을 깨고 편견에 맞서는 드라마였던 <동백꽃 필 무렵>이 언제부턴가 부성애와 모성애 그득한 가족 드라마가 돼 버렸다. 임상춘 작가의 따스함은 종렬의 과거를 철없던 시절의 미숙함 정도로 미화했고, 더 나아가 아들 필구의 미래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돈 많은) ‘괜찮은 아빠’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상 종렬은 과거나 현재의 자신과의 불화를 이기지 못한 존재일 뿐이다.


부성애보다 더욱 진득하게 그려지고 있는 건 모성애다. <동백꽃 필 무렵>에는 이른바 극진한 모성애를 상징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한다. 바로 용식의 엄마 곽덕순(고두심)과 동백의 엄마 정숙(이정은)이다.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들을 키워 온 덕순의 기구한 삶은 절절하고, 가난 때문에 딸을 버리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온 정숙의 삶도 눈물겹다. 임상춘 작가는 그들을 어여삐 다룬다. 


여전히 덕순은 장성한 아들의 뒤를 지키는 엄마이다. 행여나 유복자인 용식이가 기죽을까 노심초사하며 뒷바라지하고,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아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해결하고 돌아온다. 과거 용식이가 군대 선임에게 뺨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닭 300마리를 튀겨 찾아갔다는 그는 “용식이 뒤에는 이 곽덕순이가 있어!”라고 온 동네에 소리치고 다닌다. 옹산 바닥에서 누가 감히 용식을 건드릴 수 있을까. 

정숙은 또 어떠한가. 그는 자신의 목숨값마저 딸 동백에게 주고 가려는 극단적인 엄마이다. 동백을 고아원에 버렸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괴로워했던 정숙은 파출부 일을 하며 차곡차곡 보험금을 부어 왔다. 오로지 동백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병원에 있으면서도 “곰국 끓여놓은 건 얼렸나 모르겠네”라고 동백을 걱정하고, 말끝마다 “동백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 가지는 하고 간다고”라 말한다.

“내리사랑이란 게 얼마나 얍삽하고 막강한지, 엄마가 돼보고 나서야 깨우쳤다.”

이렇듯 <동백꽃 필 무렵>의 극진한 모성애 앞에 우리는 동백의 깨달음을 공유하게 된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런 사고 구조는 다시 한번 ‘헌신적(이고 극단적)인 모성애’, ‘자식에 대한 끝없는 죄책감’을 마치 당연한 것, 다시 말해 모성의 기본 조건인 양 공고화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돌아간다.


<동백꽃 필 무렵>은 수작이 분명하다. 임상춘 작가의 필력은 경이롭고,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세상의 편견을 뒤집는 발칙함과 그런 도드라짐을 모나지 않게 그려낸 따뜻함이 돋보인다. 허나 모성애가 유독 강조되고 엄마라는 존재를 신비화하는 대목들은 조금 불편하다. 물론 그런 엄마상이 현시대에도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소 과거회귀적이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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