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따기는 갑질 아니다'라는 박찬주, 군 규정 따져보니

조회수 2019. 11. 6.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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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에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나."
출처: ⓒ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대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재 영입 1호’였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 공관병 갑질 의혹 등으로 대법원 재판을 앞둔 그가 기자회견을 자처해 대중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여러 문제의 발언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문제 발언]

1.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하지 않나. 군대를 안 다녀온 사람이 군대에 대해서 재단하고 군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고…”

2. “사령관 공관에는 공관장이 있고 계급은 상사입니다. 상사는 낮은 계급이 아닙니다.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닙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습니까.”

3. “공관의 위생관리가 미흡하다거나 공관관리가 미흡하면 질책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왜 공관병이 너희 자식이냐고 비난합니다. 남의 자식 데려다가 왜 부려 먹냐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려 먹는게 아닙니다.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편제표를 바꾸어야 합니다.”

먼저 삼청교육대 발언입니다. 


박 전 대장은 자신의 갑질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임 소장과 군인권센터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할 예정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오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어제 삼청교육대 발언을 한 것은 좀 오해가 생겼는데 제가 불법적이고 비인권적이었던 삼청교육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만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의사는 없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임태훈 소장이 해왔던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행동들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 사과가 아니라 해명할 일이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박 전 대장이 뒤늦게 말했듯 삼청교육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비극이고 전두환 독재정권이 자행했던 불법과 비인권의 상징입니다. 당시 약 4만 명의 사람들이 ‘사회악 제거’라는 명분으로 수사나 재판 없이 삼청교육대로 끌려갔습니다. 여전히 삼청교육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4성 장군 출신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매우 부적절합니다.


아이러니한 건 박 전 대장은 임태훈 소장을 향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삼청교육대 발언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박 전 대장을 영입하려고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

출처: ⓒ청와대

박 전 대장은 감을 따는 일 등은 공관병의 당연한 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달랐습니다.

[육규 제120호 병영생활규정 - 제 3절 장병 사병화 금지 - 제52조(병력 및 근무병 운용간 금지 사항)]

1. 부대활동과 무관한 임무부여 또는 사적인 지시행위를 할 수 없다

2. 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

3. 부대 또는 관사 주변 가축 사육이나 영농 활동 등은 지시할 수 없다

공관병은 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장군을 고려해 배치되는 것이지 별을 달았으니 상처럼 주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업 임원에게 관용차나 비서 등을 제공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공관병은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희생하는 존재이지 장군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사병이 아닙니다. 


박 전 대장은 군대의 계급을 언급하며 자신이 한 행동은 부하의 잘못에 대한 ‘질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군대는 계급과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하지만 그 조직의 특수성이 갑질과 모욕, 인권침해 등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군은 오랫동안 내려져 왔던 각종 폭력과 불합리 등을 개선 중입니다.  


'내가 4성 장군인데'라는 생각과 잘못에 대한 질책으로 행한 것이라도 부하 공관병이 이를 갑질로 여겼다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박찬주 전 대장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과 흔들리는 군대 조직을 걱정하였습니다.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이유도 국가를 걱정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신을 지지하는 20·30대가 많다고도 밝혔습니다.  


물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다양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박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을 통해 긍정적 평가를 끌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 외부 필진 보헤미안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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