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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의 연이은 ‘빌런 때리기’가 우려되는 이유

“이렇게 하면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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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망해!”

오랜만에 백종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10월 30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악역은 ‘지짐이집 자매 사장님’이었다. 단골과 지인 위주의 장사를 해 왔던 지짐이집은 메뉴 구성과 맛에 있어 아쉬움을 드러냈고, 모둠전 메뉴를 개발하라는 백종원의 솔루션에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당장 언론은 ‘’지짐이집 뒷목.. 뜻밖의 빌런’,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미치게 할 새로운 빌런이 등장했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유독 ‘빌런’(악당으로 옮기기엔 의미가 명쾌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빌런을 그대로 사용)과 인연이 깊다. 그만큼 많은 ‘빌런’들이 출연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이나 끝내 솔루션을 중단했던 청파동의 피자집 사장님 등은 방송 당시에 집중포화의 대상이 됐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조작방송이라고 주장한 뚝섬의 경양식집과 장어집도 만만치 않은 ‘빌런’이었다. 그러나 방송 전체를 통틀어 최악을 꼽으라면 역시 이대 백반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 점검 당시 보여줬던 사장님의 태도는 과거로 회귀한 음식의 상태보다 심각했다. 태연하게 백종원의 이름을 팔고 거짓말까지 일삼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실제로 (방송상에서) ‘빌런’은 존재했다. 그들은 백종원을 실망시켰고 낙담케 했다. 물론 시청자들의 엄청난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제작진의 역할과 책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섭외부터 관찰, 편집까지 전 과정에 제작진이 개입했음에도 비난은 오로지 ‘빌런’이 된 온전히 출연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들에게 왜 잘못이 없겠는가. 고의든 과실이든, 알고 했든 몰라서 그랬든 간에 흠결은 있었다. 그러나 그 결함들이 인민재판의 무대에 서야 할 만큼 컸는지는 의문스럽다. 역시 시청률을 높이고 화제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낚시’에 활용됐던 측면이 크다. 지금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끝나면 무수히 많은 기사가 ‘이번 회의 빌런은 누구인가?’라는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지 않은가. 


‘빌런’이 강조될 때의 문제점은 시청자의 시선이 ‘빌런’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골목상권의 몰락도 ‘빌런’의 탓이 되고, 요식업의 위기도 ‘빌런’ 때문이 된다. 손가락이 개인을 향할 때 구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개인의 일탈이라는 해명처럼 허무하다. 개인의 일탈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배워야 할 게 있다면 그건 다양한 ‘빌런’의 모습이 아니라 요식업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다. 또, 음식 장사의 실질적인 고단함과 어려움을 아는 것이다. 더 나아가 더 나아가 약간의 요리 실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걸 깨닫는다면 백종원의 심중을 정확히 들여다본 것이다. 그만큼 요식업은 만만치 않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예능에 가깝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없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꾸만 초점을 ‘빌런’에 맞추고 장사의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다 보면 ‘저러니까 장사가 안되지’, ‘나는 저렇지는 않으니까 (요식업을 해도) 괜찮아’라는 일차원적인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생긴다.


청결하지 않고 음식의 맛이 없으며 손님 응대도 형편없는 문제투성이 식당들을 개선해 나가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노력은 칭찬해 마땅하다. 그러나 평범한 그러나 조금 미숙한 사장님들까지 가차 없이 ‘빌런’으로 만들어 버리는 편집은 명백한 잘못이다.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어졌지만, 정릉 아리랑 시장 편의 지짐이집 자매 사장님에 대한 접근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 


이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권한은 없으나 권력을 지닌 방송이 됐다. 한 가게를 망하게 할 수도 있고 흥하게 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해서 아예 배제할 필요는 없다. 좀 더 다양한 관점과 시선에서 골목상권과 요식업을 다뤄주길 기대한다. ‘빌런’은 볼 만큼 봤으니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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